[윤혜영 기자] "제가 제일 잘생겼잖아요. 애들(김수현-이현우)이 늘 그렇게 해줘요. 나이 먹었다고 형 대접해주는 거죠. 그렇게 띄워주고 날 막 괴롭혀요.(웃음)"
사람은 얼굴에 그 사람의 인성이 드러난다 했던가. 보기만 해도 저절로 미소 지어지는 반달 눈웃음으로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가족처럼 다정하게 자신의 생각을 조곤조곤 말하는 배우 박기웅(28)을 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 이하 '은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보여주듯 박기웅의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너무 피곤한 게 아니냐며 걱정하자 "저는 괜찮아요. 원래 눈이 약해서 잘 충혈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라고 자상한 면모를 보였다.
박기웅은 영화 속에서 북한 최고위층 간부의 아들이지만 록커 지망생으로 위장해 남파하라는 임무를 받은 리해랑 역을 맡았다. 너무도 완벽히 소화해서일까. 그는 아직 리해랑을 벗지 못한 듯 곳곳의 리해랑의 모습이 묻어나왔고 '어디서 뭘 하든 재미는 있어야 하지 않갔어?'라고 말하는 리해랑 특유의 유쾌한 성격과도 닮아있었다.
◆ 대놓고 위대했던 언어 능력
영화 개봉에 앞서 진행된 쇼케이스에서 김수현은 "우리 세 명 중 박기웅 씨가 사투리를 제일 잘 쓴다"고 칭찬한 바 있다. 정말 박기웅은 인터뷰 중에도 간혹 북한 사투리로 장난을 칠 정도로 자연스럽게 북한말을 구사했다.
그는 "사실 사투리 연기는 과장해서 표현하는 게 효과는 좋지만 너무 과장하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보통 '북한말 해보세요' 하면 죄다 '고조', '내래', '했습네다'라고 말하는데 사실 이런 거 절대 안 쓴다. 특히 북한 사투리는 무겁게 하면 정말 톤이 다운돼서 달동네 사람들과 섞이는 느낌을 위해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톤으로 하려고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사실 그는 '어학'에 남다른 애정과 재능을 갖고 있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는 만주어를 했었고 이번 '은위'에 북한 말이 나오는 것도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중국어 학과로 편입도 했다.
"사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좋아해서 영어는 곧잘 하거든요. 일본어 같은 경우도 데뷔를 일본에서 해서 잘은 못하지만 그냥 어깨너머로, 또 조금씩 일본에 가서 생활하다 보니까 급할 때 물건 사거나 그런 건 할 수 있거든요. 근데 중국어가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편입했는데 거의 바로 휴학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정말 어렵던데요?"
워낙에 다작배우라 학교에 자주 가지 못해 중국어는 마스터하지 못했지만 경상도 사투리는 완전히 극복했다. 사투리를 전혀 느낄 수 없다고 하자 그는 "안동은 원래 사투리가 심하지 않다"면서 "특히 외가집이 여의도라 부모님이 크게 사투리를 쓰지는 않지만 고치는데 고생을 전혀 안 한 건 아니다. 처음에는 '원래 표준어를 썼으면 연기하는데 수월했을까'라는 생각도 했을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제는 사투리 연기가 특기가 됐다. "한 번만 걸려라 하고 있죠. 그러고 보면 웃긴 게 사투리 연기는 아직까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작품 30개 중에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 "이번이 네 번째 염색인데 제일 힘들었어요"
자유분방한 리해랑은 원작에서 노란 머리를 하고 있지만 박기웅은 다른 톤으로 표현하고 싶어 주황색으로 바꿨다.
그는 "원작과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이런 해랑도 나쁘지 않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는데 사실 분장이 원작의 해랑과 그렇게 비슷하지 않지만 싱크로율이 높다고 해주시더라"라면서 "그렇게 느끼실 만큼 괴리감이 없다는 자체가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염색 자체로는 고생을 많이 했다고. 앞서 드라마 세 작품에서 염색을 했지만 영화에서의 염색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드라마도 분장의 연결이 중요한데 영화는 짧게 끝나니 더 중요하잖아요. 머리 색깔이 주황색인데 진한 주황색, 연한 주황색 이런 것만 튀어도 관객이 보다가 집중이 안 되니까요. 색깔 맞추는 게 힘들었어요. 레몬 옐로우에서 색을 입히는데 색이 정말 금방 빠지더라고요. 컬러 샴푸를 쓰고 컬러 린스를 써도 물이 너무 빠지니까 짧으면 일주일에 한 번씩 염색했죠. 옆머리는 또 짧아서 뿌리염색도 계속했고요."
◆ 기타, 어떤 걸로 살까요?
빛나는 주황빛 머리로 기타를 튕겼던 록커 박기웅은 "이번 영화를 통해 기타라는 좋은 취미를 갖게 됐다"며 좋아했다. 진짜 이제 기타는 그의 소중한 일부가 된 듯했다. 인터뷰를 하던 그날에도 박기웅은 등에 작은 기타를 매고 들어왔다.
"훈 작가님한테 기타를 빌렸어요. 저게 마틴 백패커(Martin Backpacker)인데 마틴이 통기타에선 되게 유명한 브랜드에요. 사실 제가 '무한도전 빠'거든요.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할 때 이적 씨가 유재석 선배님하고 기타를 쳤는데 저 모델이었어요. 그래서 소리를 들어보려고 빌렸죠."
2009년 '연기대상' 때 드럼을 친 적이 있는 그는 "드럼도 나랑 잘 맞더라. 하지만 드럼은 기동성이 없는데 기타는 TV 보면서도 칠 수 있고 심지어 저렇게 작은 애 같은 경우는 들고 다니기도 가볍고 좋아서 더 취미가 됐다"고 기타 예찬론을 펼쳤다.
사실 그는 손가락에 피가 나도 본드를 발라가면서 고되게 연습한 끝에 기타라는 소중한 친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갈고닦은 실력은 일본 팬미팅 때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까지 발전했다.
"일본팬들도 고마운 분들이기에 실력이 허접하긴 했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그는 "'Yesterday', 'Creep',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영화에서 했던 '임진강'도 불렀다. 또 '풀하우스 테이크 2'의 솔로곡 'Baby Why'도 댄스곡인데 어쿠스틱으로 편곡해서 불렀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 친한 형이 박효신, 정엽, 이루? "제 주위 음악인 보면서…"
이런저런 악기를 척척 다루는 박기웅. 그렇다면 그가 좋아하는 음악 장르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어렵다"며 엄청 고민한 끝에 그는 "'잡장르'다. 진짜 다 듣는다"고 말했다.
"트로트부터 시작해서 탱고, 클래식, J팝, K팝도 듣죠. 근데 나이가 먹으면서 성향이 좀 바뀌긴 하나 봐요. 보통 남자들 바이브 좋아하거든요. 노래방 가도 다 부르잖아요? 가사가 좋고 전달이 되는 걸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가사가 없는 음악도 들어요. 가사에서 '나는 슬퍼. 너랑 헤어지고 술을 마셔 날 봐줘' 이러면 그걸 듣고 공감하잖아요. 그거보다는 약간 은유적인 게 좋아서 그런 분위기의 곡을 들어요."
말은 잡장르라고 했지만 그의 음악 수준은 남달랐다. 심장을 때리는 느낌이 나서 좋다는 탱고는 물론, 리차드 용재 오닐의 비올라나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의 음악도 많이 듣는다고. 특히나 음악을 좋아해서 그의 주변에는 음악하는 사람이 많다.
박기웅은 "효신이 형(박효신) 같은 경우에는 게임코드가 잘 맞아서 밤새도록 PC방에서 총 쏘는 게임도 함께 하곤 했다"면서 "효신이 형과 정엽을 처음 소개시켜준 것도 나다. 결국 휘성-정엽-거미-박효신이 함께 콘서트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친한 형, 이루의 잘 나가는 근황도 소개했다. "이루 형 요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장난 아니에요. 완전 국빈이에요. 가면 장관이 나온대요. 거기서 영화 OST를 불렀는데 그게 히트하면서 예전 여명 씨처럼 된 거죠."
노래도 좋아하고 악기도 좋아하는 그, 가수가 되고 싶지는 않았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친한 사람들이 다 한국에서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잖아요. 그런 사람들 보면서 어떻게 가수를 꿈꿔요? 가수는 저런 사람들이 해야 되는구나 싶어요." ★ 인터뷰: 박기웅, 시커먼 남자 셋 김수현과 이현우? "남중-남고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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