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BMW, "벤츠는 무조건 노코멘트"

입력 2013-07-01 17:09   수정 2013-07-01 17:08


 "최근 벤츠가 내놓은 부분변경 E클래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벤츠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습니다. 벤츠도 BMW처럼 열심히 노력하는 기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상은 모릅니다."






 지난달 28일, 독일 뮌헨 BMW 신형 5시리즈 출시 현장에서 만난 중형제품 담당 마르쿠스 부사장(사진)의 말이다. 여러 차례 계속된 집요한 질문에도 그는 일관되게 "벤츠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개발과 판매 현장에선 날선 경쟁을 벌이는 관계지만 공식 석상에선 경쟁사에 관한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이처럼 경쟁사 언급이 자제되는 이유는 공격하는 순간 역공을 당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다시 반격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양쪽 모두 이익은커녕 손해가 날 수밖에 없다. 서로의 기업 이미지에 상처만 남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쟁은 하되 경쟁사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은 자동차업계의 오랜 관행처럼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기아차는 신형 K5를 내놓으며 관행을 깨고 경쟁사 제품을 깎아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발끈한 르노삼성은 신형 K5 2.0ℓ 터보 성능과 시장성에 의문을 내걸며 반박했다. 가만히 앉아 당하기만 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이후 기아차는 말을 아꼈지만 한동안 당시 일은 업계에서 많은 입방아를 낳았다. 소비자도 덩달아 논쟁에 가세하며 논란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기업 사회에서 경쟁사를 호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일선 판매 현장에선 어떻게든 경쟁사 제품을 깎아내리는 게 일상화 돼 있다. 경쟁 차종의 흠집만을 모아 소비자 공략을 위한 내부 자료로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식 자리에선 품위가 있어야 한다. 아예 언급을 하지 않거나 추켜 세워주는 게 낫다. 기아차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르노삼성 SM5 1.6ℓ 터보에 대해 말을 아꼈어야 했다. 의도와 달리 왜곡됐다고 해명하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다.

 그래서 시선은 르노삼성으로 모아진다. 기아차의 공격에 반격으로 응수한 만큼 이제는 르노삼성의 선공 차례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더 이상 어떤 언급도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기아차에 대해 말해봐야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 르노삼성이 얻을 게 없어서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논란에서 상처 입은 쪽은 기아차가 아닐 수 없다.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 말로 돌려받은 격이다. 기업이나 사람이나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는 격언이 새삼 떠오른 이유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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