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지난 7일 4개 차종의 가격을 최대 100만 원 내린다고 밝혔다. 대상차종은 i40와 i40 설룬, 벨로스터 등 PYL 차종 일부와 그랜저다. 그 중 상반기 국산차 베스트셀링 상위권에 든 그랜저가 100만 원 낮아진다는 소식에 시장은 술렁거렸다.
이번 가격조정을 두고 현대차는 "최근 역동적인 주행감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이들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가격을 인하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여기에다 지난 1일부터 적용한 3단계 한-EU FTA 관세 인하가 배경이 아니냐는 분석도 더하고 있다.
물론 'PYL 브랜드'의 가격인하는 판매를 늘리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로 볼 수 있다. i40(i40 살룬 포함)의 상반기 판매실적은 3,026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39.3% 감소했고, 벨로스터는 올 상반기 1,596대에 그쳐 전년동기 대비 41%나 급감했다. 이에 따라 주행성능을 강화한 트림 'D스펙'에 30만 원 인하 카드를 꺼냈다. 해당 트림은 i40(살룬 포함)에서 42%, 벨로스터에서 55%의 판매비중을 차지한다.
주력차종인 그랜저도 할인에 일부 포함시켰다. 지난해 2013년형 출시 이후 올 상반기에만 4만6,556대가 팔린 인기차종이다. 따라서 i40나 벨로스터처럼 3.3ℓ 셀러브리티만 한정해 가격을 내렸다. 일단 반응을 보며 가격인하 트림을 추가하겠다는 게 회사 방침이다.
현대차의 가격인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먼저 'PYL' 가격 조정은 최근 폭스바겐 골프와 벤츠 B클래스 등에 대응하는 조치다. 수입 해치백 또는 MPV가 국산 세단을 공격하자 비슷한 성격인 PYL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필요했다는 얘기다. 7월 한 달간 수입차 보유자가 PYL을 구매하면 30만 원 추가 할인을 제시한 배경이다.
그랜저는 조금 다르다. 주력차종인 그랜저의 가격인하는 현대차로선 이익과 직결되는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격인하 트림을 한정했다. 판매량이 적은 트림의 할인을 지켜본 후 가격전략을 재검토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기업이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고유 권한이다. 그래서 늘 인기 차종과 비인기 차종의 할인액은 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가격 인하도 일부 차종, 일부 트림에 한정했다. 그래서 별 다른 가격 인하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차라리 할인액을 줄이더라도 전 차종 동시 인하 전략을 내놓는 게 오히려 효과 면에서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착한 가격'은 일부가 아니라 전체가 시너지를 낼 때 극대화 된다는 얘기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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