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영 기자] 단언컨대 이병헌은 영화 '레드: 더 레전드'로 명실상부 할리우드 배우로 거듭났다.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메리 루이스 파커, 캐서린 제타존스, 안소니 홉킨스, 헬렌 미렌 등 듣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지는 배우에 한국인 이병헌까지,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레드: 더 레전드'(감독 딘 패리소트)가 7월18일 개봉했다.
원제가 '레드2'인 '레드: 더 레전드'는 2010년 개봉했던 '레드'의 후속편. 은퇴했지만 극도로 위험한 인물들이란 뜻의 R.E.D(Retired Extremely Dangerous)가 펼치는 내용은 이렇다.
R.E.D의 리더로 CIA 사상 최고의 특수요원이었지만 은퇴 10년 차인 프랭크(브루스 윌리스)는 연인 사라(메리 루이스 파커)와 한적한 곳에서 평안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 최강의 살상 무기 '밤 그림자'가 25년 만에 재가동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영문도 모른 채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미 국방부와 FBI, 영국 MI6 등의 세계 정부 조직들로부터 목숨을 위협 받게 된다. 프랭크는 그들의 추격을 뿌리치며 '밤 그림자'를 제거하기 위해 R.E.D 멤버들과 고군분투한다.
액션영화답게 시작부터 화끈하다. 멀쩡하게 "잘 가"라고 인사한 후 차를 탄 친구는 폭파돼 날아가고 군 관계자는 친절히 이름을 물어본 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무자비하게 총을 쏴댈 정도니 말 다했다. 배우들의 나이가 다소 많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은 손이 묶여 있어도, 상대의 수가 훨씬 많아도 관록을 뽐내며 가볍게 제압한다.
특히 '레드'에서는 믿고 보는 배우들이 자신의 옷처럼 딱 맞게 입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빼놓을 수 없다. 몇몇은 반전의 키를 쥐고 영화를 휘젓는다.
보통의 영화에서 주인공의 여자는 중요한 순간에 적에게 붙잡혀 주인공들에 위기를 주는 존재로 활약해왔다. 하지만 사라는 다르다. 그는 프랭크의 옛 여자친구 카자(캐서린 제타존스)와 대결구도를 이루는가 싶더니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상대를 녹이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긴다.
안소니 홉킨스는 '밤 그림자'를 만든 장본인, 천재 핵물리학자 베일리 역을 맡았다. '양들의 침묵', '토르: 천둥의 신' 등의 작품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레드2'에서 명불허전 정신 분열 연기로 안타까우면서도 충격적인 놀라움을 준다.
하지만 한국관객의 눈길을 끄는 건 역시 이병헌일 것이다. 영화 개봉에 앞서 진행된 쇼케이스에서 그는 "내가 맡은 캐릭터 한 역(한조배)은 2% 부족한 허당 킬러다"라고 소개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나 겸손한 발언이었다.
개인 전용 비행기에 대한 남다른 집착과 광기 어리게 회전식 기관총을 쏴대는 약간의 무모함만 빼면 한에게서 어설픈 면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R.E.D 멤버들도 대사를 통해 한에 대한 두려움을 여러 번 표현할 정도. 실제로 그는 러시아 식료품점에서 냉장고 문에 수갑이 채워지지만 경찰과 '1 대 다'로 격투신을 펼치며 위용을 과시한다.
뿐만 아니라 이병헌은 영화 초반부터 예고했던 대로 전라 노출을 감행, 3개월 간 생선만 먹고 만든 탄탄한 식스팩 몸매를 자랑하며 관객들을 만족시킨다. 또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엔 'X됐네. XX' 등 찰진 한국어 욕으로 보는 이들을 폭소케한다.
이런 장면들도 좋지만 무엇보다 가장 뿌듯한 장면은 역시 빅토리아(헬렌 미렌)과 콤비로 펼치는 파란색 스포츠 카 액션신이 아닐까 싶다. 한은 운전석에 앉아 게임을 하듯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게 드라이브 실력을 선보이고 빅토리아는 거침없이 총을 쏴대며 영화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여러모로 흡족한 이 영화는 절친인 프랭크와 마빈(존 말코비치)의 말장난과 발끝을 세운 채 사격하는 빅토리아의 시크함에서 깨알 재미가 묻어나온다. 여기에 영국 런던-프랑스 파리-러시아 모스코바 등 유럽의 도시를 독특한 편집으로 이동, 마치 해외여행을 즐기는 느낌을 주는 통큰 스케일도 주목할 만하다.
섹시했던 첫 등장과는 정반대로 초라하게 퇴장한 캐서린 제타존스는 좀 아쉽다. 러닝타임 115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출처: 블루미지/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레드: 더 레전드' 예고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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