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서비스센터 내 진동 소음실 설치
현대자동차가 감성품질 서비스 영역을 청각(聽覺)까지 확대했다. 소리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을 감안, 자동차회사로는 최초로 서비스센터에 진동소음실을 설치한 것. 이를 통해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신차의 진동소음 개발 과정에도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이번에 현대차가 마련한 진동소음실은 서비스센터로는 국내 최초다. 지난 96년 정비기술센터 내 '하이테크 전담반'을 구성하며 쌓아 온 기술 서비스 노하우를 진동소음으로 확대하는 차원이다. 미세한 소리 원인을 모두 잡아내 소비자 감성 서비스 만족도를 높인다는 목표로 세워진 셈이다.
최근 개설된 진동소음센터는 현대차 남부 서비스센터 4층 하이테크 전담반 작업장 내에 있다. 지난 18일 찾은 진동소음센터는 각종 소음 측정 장비들로 즐비했다. 소리를 담는 마이크와 진동 센서, 그리고 측정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컴퓨터 등 마치 신차 개발 과정을 보는 듯했다. 마침 소리에 무척이나 민감한 소비자가 맡겼다는 그랜저를 분석하느라 진동소음 기술진은 분주했다. 하이테크 서비스팀을 이끌고 있는 현대차 서비스품질정보팀 왕재안 차장은 "진동소음실은 기본적으로 소리와 진동 문제를 해결해 불만을 해소하는 시설이지만 때로는 진동소음에 문제가 전혀 없음을 확인시켜 주는 곳이기도 하다"며 "지난달 시험실 완공 후 소음 불만이 제기된 12대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은 문제가 없었고, 두 건은 운행 중 미세한 부품 이격이 발견돼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대차가 서비스센터에 통상 연구 시설로 분류되는 진동소음실을 설치한 이유는 제품력에 걸 맞는 서비스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장 시험을 맡은 서비스품질정보팀 조순호 주임기사는 "소비자 불만 가운데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진동소음이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있어 현장에선 객관화가 어려웠다"며 "소비자에게 직접 시험 결과를 보여주면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동소음실의 또 다른 주요 역할은 정보 공유다. 진동소음의 원인을 찾아내 전국 서비스센터와 실시간 의견을 나누는 것. 이를 위해 화상 시스템을 갖추고, 때로는 부품 협력사 기술진도 합류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한 마디로 소비자들의 생생한 품질 목소리를 듣고, 향후 제품 개선에 적극 반영토록 유도하는 핵심 시설인 셈이다.
역할 만큼 현대차 내부에선 하이테크 서비스팀의 인력 선택에도 신중하다. 전국 곳곳에서 제기되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 적지 않아서다. 정비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서비스품질정보팀 이종호 기사는 "진동소음을 비롯해 하이테크 기술팀의 최대 과제는 말 그대로 어려운 숙제 풀기"라며 "과제를 완벽하게 마쳤을 때 성취감은 대단히 높다"는 말로 자부심을 드러냈다. '원인 없는 현상 없다'를 슬로건으로 삼은 배경이기도 하다.
하이테크 서비스의 또 다른 강점은 실시간 영상이다. 문제의 현장으로 장비를 가져가 데이터를 측정하면 연구소와 부품사, 하이테크 센터에 동시 연결돼 해결을 위한 협업 체계가 완성된다. 왕재안 차장은 "시간과 거리 이동에 제약이 있을 때는 직접 장비를 가져가 문제를 재현하고, 원인을 찾아 해결한다"며 "장비 도입 후 전국에 산재한 서비스센터 내 소비자 불만이 실제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서비스센터 내 진동소음실에서 제기되는 불만을 신차 개발에 적극 반영해 향후 진동소음을 더욱 줄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진동소음에서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진동소음 만족도를 높이면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도 덩달아 오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6@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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