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기념 CEO 릴레이 인터뷰⑥ 한국토요타자동차 나카바야시 히사오 대표
오토타임즈가 오는 8월로 창간 10주년을 맞는다. 지난 2003년 국내 최초의 자동차전문 뉴스 사이트로 태어난 오토타임즈는 짧은 기간에 최고의 자동차전문 뉴스매체로 자리잡으며 업계 및 소비자와 호흡했다. 오토타임즈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국산차 및 수입차, 부품분야의 CEO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국내 자동차산업의 오늘과 미래를 조명해 본다. 편집자
"세계시장에서는 토요타가 판매 1위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전자의 자세로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한국토요타자동차의 현 상황에 대해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이 같이 말했다. 취임 직후 북미 리콜사태와 엔고, 일본 대지진 등을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낸 그는 지난해 성장에 힘입어 올해 다시 출발선상에 섰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토요타에게 한국시장은 어떤 의미인지.
"예전에는 선배들에게 뜻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시장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에는 한국이 일본과 가장 가까운 국가로서 함께 성장해 가는 게 목표였다. 현재는 좀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선진국이고 소비자 요구수준이 높다. 또 한 시장에서 유럽, 미국, 일본업체들이 모두 치열하게 경쟁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최근에는 한국업체들도 많이 강해졌다. 즉 세계시장의 축소판이다. 그런데 한국토요타의 입지는 넓지 않다. 우리는 철저히 도전자 입장이다. 그래서 선두업체들이 하지 않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한국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세계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토요타에 대한 일본 본사의 평가는.
"판매나 수익면에서 세계 토요타 사업장 가운데 한국토요타가 우등생은 아니다. 그러나 리콜, 대지진 사태를 이겨내고 부활하기 시작한 사업장이 한국토요타다. 본사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본사에서 한국시장에 공을 많이 들이는데 현재 성적이 자존심 상하진 않는지.
"2010년 1월 한국에 부임한 후 토요타 명예회장이 두 번 한국을 방문했다. 아키오 사장도 두 번 한국을 찾았다. 본사의 부사장급은 모두 방한했다. 이런 해외 사업장은 없다. 기대감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크게 성공하지 못해 많은 부담을 느낀다. '이제부터 렉서스를 잘 팔아보자'는 마음으로 한국에 왔는데, 오자마자 리콜사태가 터져 판매가 계속 저조했다. 임원진은 물론 가족들까지 모두 고생이 많았다. 이런 상황을 만회하는 게 내 임무였다. 앞서 말했듯이 이제 출발선에 섰다"
-토요타가 한국시장에서 어떤 브랜드로 뿌리 내리기를 바라는지.
"토요타는 세계 판매 1위 기업이어서 한국 수입차시장에서도 1위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러나 우리 목표는 순위가 아니다. 유럽이나 한국 브랜드와 차별화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게 목표다. 압도적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토요타가 가진 DNA, 즉 '고객제일주의'를 인정받고 싶다"
-취임한 지 3년이 지났다. 그 동안 수입차시장과 한국토요타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수입차가 매우 강해졌다는 점이다. 시장이 빠르게 커졌지만 독일 4대 기업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그 만큼 토요타가 시장점유율을 뺏겼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개선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의 성향도 달라졌다. 내가 공부했던 교과서에는 한국사람은 집도, 차도 큰 걸 선호한다고 적혀 있다. 지금은 한국에도 소형차가 많이 늘었다. 해치백과 SUV도 많아졌다"
-이미지 쇄신을 위한 대책은.
"상품전략과 마케팅전략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상품 이미지를 젊게 만들어야 한다. 렉서스의 경우 스핀들 그릴이 대표적이다. LS, GS, ES 모두 디자인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신형 IS는 매우 멋있다. 차가 젊어져야 젊은 층이 차를 산다. 마케팅활동도 젊어져야 한다. 신형 IS를 출시하면서 처음으로 클럽에 가보기도 했다. 토요타도 마찬가지다. 특히 토요타 브랜드는 상품전략이 중요하다. 한국차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다. 똑같이 경쟁해서는 한국차를 이길 수 없으므로 차별화된 차종을 도입해야 한다. 한-미 FTA, 한-EU FTA를 지켜 보면서 한국 소비자에게 확실히 어필할 수 있는 상품을 들여와야겠다고 판단했다"
-한국 소비자가 깐깐하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에서 받은 피드백을 차 개발에 적용한 사례는.
"기술적으로는 내비게이션을 들 수 있다. 한국형 내비게이션은 토요타가 처음으로 로컬업체와 협업해 장착했다. 미국에서도 일본식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만 IT 선진국인 한국에서만 LG와 함께 개발한 제품을 쓴다. 개인적으로는 토요타와 렉서스가 디자인에 주력하는 것도 한국에서 배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뿐 아니라 삼성, LG 등 한국기업은 디자인을 중요시한다. 이런 부분을 배워야 한다.
토요타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세 가지다. '보고 멋있는 차, 타고 즐거운 차, 사고 만족하는 차'다. 토요타가 강한 건 사고 만족하는 부분이다. 보고 멋있는 점은 부족했다. 그러나 최근 출시한 차는 디자인이 매우 우수하다. 아키오 사장이 많은 관심을 갖고 이 부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한국시장에서 받은 피드백이라고 본다. 또 한 가지 사실은, 서울이 매우 가혹한 도시라는 것이다. 여름에는 기온이 36도까지 오르고, 겨울에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 큰 길도 있지만 뒷골목도 많다. 자동차업체로선 힘든 환경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신차 판매가 부진했던 원인은.
"차를 많이 팔려면 차 자체의 매력과 인지도, 가격, 광고를 균형있게 결합해야 한다. 지난해 많은 신차를 내놨지만 캠리와 ES를 제외한 나머지 차종은 생각만큼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GS의 경우 신차 출시 전 월 5대 정도 팔던 게 지금은 40대 정도로 급증했다. 벤자는 상품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인지도가 부족하고 가격책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 차가 많은데 안들여오는 이유는.
"준비하고 있다. 그 동안 국내 모터쇼에서 공개한 차는 다 수입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예가 시에나였다. 지난 부산모터쇼에서 시에나를 공개했을 때 인기가 많아 도입을 결정했다. FJ크루저도 인기를 끈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어느 차라고 지정하진 않겠지만 앞으로 하이브리드 차종에 주력하고자 한다"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V)의 도입 진행과정은.
"PHV를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중 어느 차종으로 분류할 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일단은 하이브리드로 알리고 싶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해서다. 그래도 지난 2~3년간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 '하이브리드가 뭐야'라는 질문에서 '토요타 하이브리드가 갖고 싶다'거나 '이 차종은 왜 하이브리드가 없냐'는 얘기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세제혜택 등을 담보로 사업하는 건 아니므로 굳이 전기차로 인증받기 위해 애쓰진 않겠다"
-렉서스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약해졌는데, 개선책은.
"특효약은 없다. 지난해 1년간 렉서스 차들이 대부분 바뀌었다. 따라서 앞으로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개선해 나가겠다. 한 가지 확답할 수 있는 건 다른 브랜드 출신 세일즈맨이 렉서스를 타면 '이렇게 좋은 차가 왜 안팔릴까'라고 깜짝 놀란다는 점이다. 우리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앞으로는 실패하지 않도록 하겠다"
-판매사가 적자를 보고 있는데, 대책은.
"아쉽게도 한국토요타는 지난해까지 쭉 적자였다. 판매사도 흑자인 곳이 많지 않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제 출발선으로 복귀했다. 앞으로는 일반 회사 수준의 수익이 나도록 돕겠다. 판매사에게는 지원도 중요하지만 딜러 자체가 강해질 필요가 있다. 지원책 중에선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 자금이나 물류는 한계가 있지만 아이디어는 그런 게 없어서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주는 게 아니라 소비자 및 판매사와 항상 소통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
-국산차가 일본차를 비교대상으로 삼는 일이 많아졌다. 한국차가 발전했다고 보는지.
"지난 10년간 많이 달라졌다. 일단 세계 자동차업계의 구도가 바뀌었다. 20년 전에는 유럽업체들과 미국 빅3가 경쟁했다. 10년 전에는 토요타가 경쟁무대에 더해졌다. 5년 전에는 한국업체도 뛰어들었다. 현대·기아차는 정말 좋은 회사가 됐다. 미국시장에서 토요타와 현대차는 정면으로 경쟁하고 있다. 앞에서 한국 기업의 '디자인 우선주의'를 언급했는데, 자동차는 내구소비재인 만큼 품질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업체들도 잘 알고 있고, 정말 잘 하고 있다. 토요타는 디자인보다 품질, 내구성만을 강조했던 시기가 있지만 지금은 둘 다 추구하고 있다"
-한국시장에서 일본차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회복을 위한 전제조건은.
"마술은 없다. 좋은 차, 합리적인 가격, 효과적인 광고, 제대로 된 고객관리가 어우러져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잘 될 수 없다. 수입사인만큼 환율에 자유로울 순 없지만 환율이 아무리 어려워도 가격은 결단력이다. 엔고라고 차값을 올리면 소비자가 좋아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납득할만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향후 한국 수입차시장을 전망하면.
"좀 더 부드러운 시장이 되지 않을까. 지금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소비자들도 업체가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인식이 생긴다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친절해질 것 같다.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예상하기 어렵다. 현재 일본은 8% 정도. 한국은 12%를 넘어섰다. 수입차 점유율이 10%를 초과하는 시장은 많지 않다. 한국은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이 매우 높은 만큼 이들 업체가 어떤 대책을 세우느냐에 따라 점유율이 좌우될 것이다"
-올초 제시한 판매목표 1만8,000대를 달성할 수 있는지.
"어렵다고 본다. 그런데 판매대수가 목표는 아니다. 정해진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판매사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게 과연 행복한 것일까. 10년, 20년 이상 사업을 해야 하므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쟁에 임해야 한다. 사실 처음에는 수치를 달성하고자 했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서 이런 게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 토요타는 일본기업이지만 나는 일본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은 싫었는데 토요타는 괜찮다'는 소리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듣고 싶다"
-창간 10주년을 맞은 오토타임즈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정말 축하한다. 오토타임즈 독자들은 자동차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우리로선 가장 무서운 대상이다. 이런 분들께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우리가 게을러지면 혼도 내주고, 앞으로 10년 뒤에도 오토타임즈 독자들의 지도를 받으며 성장하고 싶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
대담=강호영 기자 ssyang@autotimes.co.kr
정리=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