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더 테러 라이브' 하대세 하정우와 함께 심장이 쫄깃해진다

입력 2013-08-02 21:22  


[윤혜영 기자] 만약 당신이라면 "내가 폭탄을 가지고 있는데 한강 다리를 폭파하겠습니다"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불미스러운 일로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밀려난 국민 앵커 윤영화는 생방송 진행 중 신원미상 청취자로부터 이상한 협박전화를 받게 된다. 흔히 걸려오는 장난전화라 치부하고 무시했지만 진짜 마포대교는 폭발하고 테러범은 '다시 전화하겠다'며 전화를 끊는다.

갑작스러운 이 사태가 테러라는 것을 '단독'으로 포착한 윤영화는 이를 기회로 여기고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이 모든 것을 생중계해 마감 뉴스 진행자로 화려한 복귀를 노린다.

하지만 순간의 선택이 자신을 옥죄어 오는 덫이 될 줄이야. 깔끔히 면도하고 머리를 매만지며 오랜만에 화면에 나갈 얼굴을 정비했던 윤영화는 실로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원했던 그였지만 예상했던 그림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면서 결국 극단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7월31일 개봉한 영화 '더 테러 라이브'(감독 김병우)는 윤영화(하정우)가 라디오를 진행하는 시간과 실제 러닝타임이 거의 일치하는 '리얼 타임 스릴러'로 97분 내내 관객들을 조인다. 특히 대한민국의 금융 정치 언론의 중심지 여의도와 서울 도심을 잇는 한강 마포대교 등 눈에 익는 일상적인 공간이 폭발한다는 설정이 사건의 사실감을 더한다.

사실 재난영화지만 '라디오 스튜디오'라는 좁은 공간에서 진행돼 여타 영화들보다는 스케일이 작아보인다. 테러범이 영화 '스피드'처럼 실시간으로 윤영화를 관찰하면서 주인공인 윤영화가 도저히 그 자리를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 

그러나 '하대세' 하정우는 이번에도 명불허전 연기력으로 목숨을 담보로 하는 심리전을 완벽히 표현해냈다. 그를 위한 5대의 카메라는 중복되는 앵글을 최대한 배제하며 긴박한 순간을 그대로 담았고 관객들은 하정우의 시점으로 직접 사건을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정우는 절로 타들어가는 목을 부여잡고 쉴새 없이 물을 마셔대며 새로운 먹방을 개척해냈다.

특히 하정우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윤종빈 감독, '황해'의 나홍진 감독 등과 함께 하면서 '신인감독이 하정우와 함께 하면 뜬다'는 충무로 新 흥행 법칙을 만들어냈다.

그 법칙은 이번에도 적용될 수 있을 듯하다. 김병우 감독은 첫 상업영화 데뷔작인 '더 테러 라이브'를 위해 각 씬마다 윤영화의 심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래프로 만들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했고 조금은 민감할 수 있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현 사회에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린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분명 테러범은 사회적 약자로 억울한 일을 겪은 후 악을 품고 독하게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도가 너무 지나치다.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너무도 많은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 테러범의 보복 이유가 명분을 잃은 느낌이다. 동정으로 시작했던 시선은 어느 순간 싸늘하게 변해버린다.

뿐만 아니라 테러범의 능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상하다. 이 정도 능력이라면 마음만 먹는다면 어느 곳이든 들키지 않고 폭탄을 설치해 버튼을 꾹꾹 눌러대며 터뜨릴 듯하다.

허술한 면도 있지만 '더 테러 라이브'는 하정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관객들은 단지 귀를 걱정하며 'LTE A' 급의 속도감을 즐기면 된다. 러닝타임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7월31일 개봉.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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