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아 기자/사진 김강유 기자] 강남구 도심 속 녹음이 우거진 도산 공원 뒤쪽으로 늘어선 잿빛의 시멘트 건물. 그중 무거운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의외의 빈티지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 있다.
데님을 활용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매장의 아이덴티티를 설명해주고 있는 그곳은 글로벌 프리미엄진 브랜드 제임스진스의 쇼룸.
비슷비슷한 데님 시장에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명실상부 프리미엄 진으로서 명성을 쌓고 있는 제임스진스는 브랜드 청바지의 독특한 디테일만큼이나 유니크한 내부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는 모두 남다른 감각으로 미국서부터 한국까지 제임스진스를 이끌어 가고 있는 젊은 여자 CEO 션 림(영문이름)의 솜씨. 그는 직접 공수한 인테리어 소품들로 하나하나 가구의 위치를 배열해가며 제임스진스만의 독특한 쇼룸을 채워갔다고.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겉모습과 달리 섬세한 내면으로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션 림의 손길이 묻어나는 제임스진스가 궁금해졌다.
제임스진스만의 차별화 전략 ‘디자인’
고작해야 백 포켓의 로고에서 브랜드의 시그니처를 드러내는 수많은 데님 브랜드 중 제임스진스는 유일하게 로고가 아닌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고 있는 브랜드다. 로고를 떼고 보면 분간조차 가지 않는 일반 데님과 달리 디자인만으로 한눈에 브랜드를 인지할 수 있는 것.
발목 뒷부분에 코르셋 디테일이나 무릎 위의 스터드 장식, 과감한 그라데이션으로 브랜드만의 특색 있는 디자인을 매번 선보이고 있는 제임스진스. 이는 모두 션 림이 수년간의 디자인 연구를 통해 개발한 것으로 그는 이를 ‘핸드메이드’라 자부하고 있었다.
“딱히 무엇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을 한 적은 없어요. 청바지 브랜드의 특성상 원단이나 소재 개발을 하는 도중에 예상치 못한 좋은 사고로 인해 새로운 워싱을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무엇보다 청바지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워싱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소재 개발 이후 그것을 시작으로 디자인을 진행해요”
그의 말에서 사고를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느껴졌다.
덧붙여 그는 “사람의 몸은 제아무리 컴퓨터의 정확한 수치로 측정해서 생산된 청바지라고 해서 100% 완벽한 핏으로 맞아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같은 키, 같은 몸무게라도 부위별 신체 사이즈는 천차만별이기 때문. 제임스진스는 다수를 위한 청바지는 물론 소수까지 만족시키는 핏을 위해 수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임스진스의 쇼룸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직접 청바지에 변형을 가할 수 있는 DIY 공간. 빈티지한 감성이 물씬 풍겨지는 미싱기부터 실, 단추, 스터드 등 디자인 재료가 가득한 이곳에서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은 직접 디자인을 체험하며 브랜드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 이는 고객과의 소통을 꿈꾸는 제임스진스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특히 DIY 공간은 최근 천편일률적인 청바지 디자인에 싫증을 느낀 소비자들이 직접 청바지의 변형을 시도하고 있는 트렌드와 맞아떨어져 고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었다.
더불어 그는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는 청바지를 위해 직접 변형을 가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사포, 페인팅, 뜨거운 물 등을 이용한 DIY비법을 밝히기도 했다.
디자이너이자 CEO ‘션 림’
어린 시절 션 림은 패션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발레와 피겨를 하던 소녀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는 운동복의 디자인이 예쁘지 않으면 관심이 가지 않을 정도로 스타일을 중시했다고.
다리부상이후 큰 꿈을 품고 있던 발레리나를 포기하게 된 이후 션 림은 “더 늦기 전에 후회하지 말고 일단 시작이라도 해보자”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한층 성숙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때문에 그는 청바지 브랜드의 오너 외에도 킥 복싱 10년차에 라틴댄스 등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삶을 살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댄스에 남다른 감각을 지녔던 그는 한국 내한 후 열렸던 7월19일 ‘W 화이트 섬머 파티’를 위해 직접 폴댄스를 배우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덧붙여 자신을 “알고 보면 A형의 소심한 사람”이라 밝히며 운동을 하는 만큼은 잡생각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어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전했다.
자신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해달라는 다소 진부한 질문에 그는 “척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단박에 대답을 뱉었다. 덧붙여 “권위적인 것이 가장 싫다. 다 같이 좋은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라고 기업을 운영하는 마인드를 밝혔다. 싫어하는 유형에 대해서는 “살 빼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말해 장난기 넘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글로벌 프리미엄 진 ‘제임스진스’
청바지 의류 브랜드로 이름을 알린 제임스진스의 시초는 사실 여타 의류 브랜드처럼 전 분야의 패션 아이템을 다루면서 시작되었다. 브랜드 확장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던 중 특히 고객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었던 팬츠와 스커트 등 하의를 특화하게 된 것. 이후 점차 청바지에 집중하게 되어 오늘날의 제임스진스가 탄생되었다.
처음 뉴욕에서 사업을 시작한 션 림은 당시 의류 브랜드의 활성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서부에서 도전적으로 제임스진스의 사업을 벌이게 된 배경을 밝혔다. 현재는 뉴욕을 비롯 LA, 시애틀, 시카고 등 미국 전 지역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신사동에 1호 직영 매장을 열며 다시 한 번 역진출이라는 도전을 하고 있다고.
미국과 한국시장의 차이점에 대해 묻자 그는 “유행하는 실루엣은 비슷하지만 스타일링에서 차이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고 전했다. 외형보다 편안한 착용감을 최고로 생각하는 외국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예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한국인의 패션 스타일이 새삼 느껴졌다.
그 밖에 국내외 차이점은 직원들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맡은 바 책무만 다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직장 ‘동료’라는 의식이 강해 특유의 끈끈한 정서가 있었던 것. 더불어 자신은 ‘소수정예’를 믿는다며 자리를 함께한 정주진 이사와 마케팅팀 심재경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션 림은 자신의 최종 꿈에 대해 “인생에서 물질적인 풍요는 중요치 않다. 다만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며 대인배 CEO의 모습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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