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박동훈 사장 떠나는 폭스바겐코리아, 향후는?

입력 2013-08-20 08:30  


 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사장이 오는 31일 회사를 떠난다. 르노삼성차 신임 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 박동훈 사장은 수입차협회장을 두 번이나 역임했을 정도로 상징성이 큰 인물이어서 자리 이동에 따른 파장은 적지 않다. 더욱이 최근 성장에 속도를 낸 폭스바겐코리아 리더의 부재가 가져올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박 사장은 자리를 옮기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선 최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내부 조직 재정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중이다. 실제 이미 2~3년 전부터 박동훈 사장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왔고, 새로운 CFO 부임 이후 경직된 내부 분위기도 일정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이유야 어찌됐든 관심은 박 사장의 빈 자리를 누가 메울 것이냐에 모아진다. 이미 폭스바겐 독일 본사는 독일인 사장을 내정, 판매사 사장단과 첫 상견례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인도에서 폭스바겐그룹 산하의 슈코다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시장 형성기에 한국 사정에 능통한 현지인 사장을 내세운 것과 달리, 수입차 안착기와 더불어 외국인 사장으로 전환하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 외국인 사장은 브랜드 이해도가 높고, 본사가 쉽게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사 지위로는 현지 브랜드 매니저에 불과하지만 입김이 센 한국인 사장을 본사 측이 버거워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전형적인 '파이터' 스타일이다.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과 마찬가지로 시장을 주도하고, 목표를 100% 이상 달성해 내는 게 그의 특성이다. 또한 국내 시장에 정통한 까닭에 시장 예측도 매우 정확한 편이다. 폭스바겐이 지난 몇 년간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본사와 맞서 싸운 박 사장의 전과다. 조직을 움직이고, 시장 대응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따라서 폭스바겐코리아의 향후 국내 전략은 공격 일변도에서 한 템포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조직을 유지하고, 판매량을 크게 늘리기보다 일정 수준으로 꾸준히 성장하되 이익을 우선하는 '관리형' 조직으로 변신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오히려 '박동훈 체제'보다 더 공격적인 형태의 시장 공략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높은 실적을 위해 판매사를 압박한다거나 새 판매사 영입 등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이는 새 사장이 어떻게든 전임 사장의 실적을 앞서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전임자를 한국인으로 둔 수많은 외국인 사장들이 해왔던 일이기도 하다.

 아우디-폭스바겐으로 이어지는 한국 시장 전략의 재수립도 점쳐진다. 이미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코리아 사장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수장으로 있는 만큼 폭스바겐 신임 사장의 지위가 그리 높지 않아서다.

 현재 폭스바겐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신형 골프가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이미 갖춰진 제품의 인도 주문도 많지만 판매량을 떠나 실적이 악화되는 판매사, 부족한 애프터서비스 숫자 등은 선결돼야 할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박 사장을 대신할 후임 사장의 역할은 중요하다. 새로 부임하게 될 사장의 능력을 벌써부터 깎아 내리려는 의도는 없지만 박 사장의 존재감이 그만큼 컸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시간은 늘 주변 모든 것을 바꿔 놓는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 사람도 누구나 변하기 마련이다. 물리적인 시간의 힘을 거스를 수 없어서다. 영화 대사처럼 '떠날 때와 있어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그래서 박 사장은 떠날 때가 되었던 건 아닐까.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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