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보라, 여배우의 흔한 폭풍오열 "너무 못생기게 나왔죠?"

입력 2013-09-06 14:55   수정 2013-09-06 14:55


[윤혜영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친오빠가 김남길이요, 이수혁이 나를 좋아한다면 그 얼마나 행복할까.

약 세달 간 이 같은 행복을 마음껏 누린 이가 있었다. 바로 배우 남보라(23). 물론 그는 뛰어나게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참 남복이 많다.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 연출 김도훈 이성준)에서는 김수현, 정일우와 호흡하더니 최근 종영한 KBS '상어'(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차영훈)에서는 배우 김남길과 이수혁에게 사랑을 받았다.

"좋은 작업환경이었죠. 어딜 가나 복이 많은 거 같아요. 친구들도 그렇고 많은 여성분들이 저를 부러워하시더라고요. 특히 저는 보통 수혁오빠랑 남길오빠랑 함께 하는 신이 많았는데 둘의 투샷을 보면서 '음 좋구나 좋네'라고 생각했다니까요. 보면 저절로 동공이 커진다거나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서 계속 쳐다봤어요."

이렇게 솔직할 수 있을까. 최근 강남구 신사동 모처에서 만난 남보라는 당연한 칭찬에도 부끄러워하면서 "감사하다"며 연신 웃었고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옆집 동생처럼 친근하고 털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사실 '상어'는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웠지만 '부활', '마왕'에 이은 복수 시리즈 완결판으로 탄탄한 마니아 층을 형성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남보라 개인에게는 '연기력이 진일보했다'는 평이 쏟아졌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다니 감사해요. 사실 제가 제 연기를 가지고 판단할 입장은 아니지만 이번 연기는 '편안히 하자' 해서 했고 현장에서도 편안하게 즐겼어요. 드라마는 요즘은 다운 받아서 많이 보시니까 끝나고 한 번에 몰아보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오히려 끝나고 '잘 봤다'는 말을 더 많이 들었죠."

'상어'에서 남보라가 맡은 한이현이라는 캐릭터는 다소 어두운 극에서 보기 드문 밝은 캐릭터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혼란스러운 사건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현이만은 그 사건에 연루되지 않고 때 묻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하지만 간혹 우는 장면이 나올 때는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여느 작품의 청순가련형 배우들처럼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눈물을 툭 떨어뜨리는 예쁜 울음이 아니었달까. 얼굴이 생명인 여배우지만 남보라는 있는 대로 감정을 드러내며 그야말로 열심히 울었다. 이에 대해 언급하자 그는 "너무 못생기게 나왔죠? 애써 위로하지 마세요. 저도 잘 알고 있어요"라며 겸손해도 너무도 겸손하게 답했다.


남보라는 한이현과 실제로도 성격이 비슷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기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성격뿐만 아니라 일할 맛나는 주변 환경도 크게 한몫을 했을 것이다. 남보라 역시 당시를 회상하며 행복한 듯 흐뭇하게 웃어 보였다. 그렇게 좋았던 분위기는 고스란히 브라운관으로 표현됐다. 남보라는 손예진과는 다정한 자매의 느낌을 냈고 이수혁, 김남길과도 각각 다른 맛을 내며 남다른 '케미'를 자랑했다.

"드라마 초반에 이현이랑 이수에 대해서는 (남길)오빠랑 '이현이는 이수를 바라볼 때 어떤 마음으로 볼까' 등등 얘기를 많이 했어요. 이수는 이현이를 동생으로 먼저 알고 찾아보는 거니까 정답이 확실한데 이현이는 손님이 친절하게 대해주는데 그렇다고 좋아하는 감정도 아니고 아리송했거든요. 하지만 함께 많이 얘기하다 보니 친해졌어요."

제작발표회 때도 김남길은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특히 남보라와의 포토타임에서 둘은 함께 손을 뻗으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한 거냐'고 물었더니 남보라는 "별 거 없었다. 자 왼쪽 볼까? 이제 오른쪽? 이런 거였다"라며 "워낙 남길오빠 성격이 좋으니까 주변에 사람도 많고 안 그럴 거 같은데 친숙한 모습을 보여주니까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거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어딘지 베일에 싸인 것 같은 이수혁은 친해지는데 애를 먹었다고. "수혁오빠는 자기 사생활이라든가 개인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말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아요. 말수도 적고 시크하니까 친해지기가 조금은 어려웠는데 그래도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케미가 산다' 이렇게 봐주시니까 '다행이다' 이런 마음이 들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죠."

남보라는 다른 배우들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하늬언니는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올곧은 사람 같다. '상어' 단체 카카오톡 방이 있는데 좋은 생각이나 글도 복사해서 보내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예진언니는 '톱 여배우니까 다가가기 어렵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사실 되게 소박하고 사람들 편하게 해주는 성격이 있다"고 회상했고 "석진오빠는 tvN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라는 시트콤을 같이 해서 이미 친한 상태였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얘기했다"고 친분을 과시했다.


사실 남보라에게는 실제로도 오빠가 하나 있다. '실제 오빠는 어떠냐'는 물음에 그는 "오빠가 책도 많이 읽고 똑똑해서 많이 배우고 훈계도 많이 듣는 편이다"라며 "무슨 선택을 할 때나 고민이 있을 때 내 생각을 먼저 얘기하고 '오빠 생각은 어떠냐'고 물으면 오빠는 논리정연하게 잘 정리해서 얘기해줘서 도움을 많이 얻는다"고 자랑했다.

작품을 고를 때도 고민이 된다면 오빠에게 줄거리와 캐릭터를 설명하고 그럼 오빠는 남보라가 그 작품을 하면서 얻는 것과 잃을 만한 것들을 정리해준다고. 영화 '돈 크라이 마미' 때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사랑스러운 얼굴과는 달리 유난히 어둡고 사연 많은 캐릭터를 많이 맡아온 남보라는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에 대해 묻자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말 그대로 미쳐버리는 연기. 그 작품을 위해서 그 캐릭터에 몰입한 나머지 내 스스로 미쳐버리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수애 선배님을 좋아해서 '천일의 약속'이나 '야왕'도 다 봤거든요. 제 목소리가 허스키한데 그런 목소리에 매료되는 것 같아요. 영화 '감기'도 혼신을 다하는 재난영화라 힘든 상황에서 연기했을 텐데 저도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더 테러 라이브'의 하정우 선배님이나 '설국열차'의 송강호 선배님처럼 '의심 없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출처: KBS '상어 '방송 캡처,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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