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수입차에 국산타이어, 싫어도 써야 한다면?

입력 2013-09-11 11:57   수정 2013-09-11 11:56


 폭스바겐 골프에는 국산 타이어가 적용된다. 하지만 정작 폭스바겐코리아는 국산 타이어가 장착된 골프를 수입하지 않는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아서다. 한 마디로 수입차 대비 타이어 브랜드가 뒤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국산 타이어를 써야 한다면? 그것도 최고급 차종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멀쩡한 타이어를 떼어내고 수입 타이어를 새로 장착할까? 아니면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그냥 놔둘까? 호기심 차원에서 매우 궁금한 사안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벤츠 뉴 S클래스에 타이어를 단독 공급하기 때문이다. 벤츠가 판매하는 신형 S클래스 중에서도 가솔린 '350'에 한국타이어 제품이 전량 장착된다. 해당 차종의 국내 소비자로선 수입 브랜드를 원해도 생산 단계에서 적용되는 만큼 선택이 불가능하다. 10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유럽에선 국산 타이어가 적용된 차종이 흔하게 운행된다"며 "국산 타이어의 유럽 시장 점유율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유럽 시장 내 국산 타이어의 수준이 높아졌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독일 튜닝 메이커로 유명한 하만(Hamman)도 국산 고성능 타이어를 활용 중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수입차=수입 타이어' 현상이 일반적이다. 한국과 금호, 넥센이 유럽 내에서 주목받는 점을 애써 외면하는 느낌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특정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제품력과 브랜드 인지도로 결정된다. 그렇게 본다면 국산 타이어 제품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보했다. 저가 타이어 시장 내 중국 공세가 강화되면서 생존을 위해 일찌감치 고성능 쪽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유럽 내 메이저 완성차가 국산 타이어를 주목했고, 프리미엄 차종에도 국산 제품이 적용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이유로 국내 시장에서도 국산과 수입은 품질과 제품력이 비교되는 수준에 도달했다. 실제 며칠 전 독일 고급차를 운행하는 지인이 타이어에 대해 물어왔다. 현재 사용 중인 수입 타이어를 교체할 때가 됐다며 국산 타이어를 구입하겠다는 의사였다. 굳이 '수입차=수입 타이어'를 고집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했다. 그만큼 국산 브랜드의 품질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수입차 점유율이 해마다 늘어난 것과 달리 수입 타이어 점유율은 10% 내외로 지난 몇 년 동안 답보상태다. 오히려 수입산 브랜드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다. 수입사의 소극적인 마케팅활동 때문인지, 아니면 국산 브랜드의 공격적인 행보에 가렸는지 해석은 분분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국산 타이어가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만난 국산 타이어 관계자는 "국산 브랜드가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인정을 받는다"며 "국내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 현상이 매우 높아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그는 이어 "유럽에선 동급 시장의 경쟁 차종으로 인식되는 차종이 한국에선 '국산차와 수입차'로 나뉘며 브랜드가 차별화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수입차와 국산차, 나아가 수입 타이어와 국산 타이어를 애써 구분하는 게 더 이상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돌아 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프랑크푸르트=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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