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 드라마에 수입 자동차 브랜드 협찬이 늘고 있다. 시대극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입차를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지난해 연간 수입차 판매가 10만대를 돌파하면서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입차는 브랜드 표시를 가린 채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가 간접광고가 아닌 협찬으로 드라마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간접광고는 브랜드 노출이 가능하지만 협찬은 직접적으로 상표명을 화면상에 드러내거나 언급할 수 없다.
수입 브랜드의 자동차 협찬은 프로그램 제작사와 자동차 회사 간 '윈-윈'구조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간접광고 수익은 방송사가 가져가는데 협찬 수익은 외주제작사가 직접 가져간다. 자동차 회사는 협찬이 간접광고보다 비용이 저렴하지만 효과는 거의 유사하다. 자동차는 저마다 독특한 외형을 가지고 있어 브랜드 로고를 가려도 식별하는 데 어렵지 않아서다.
드라마를 제작하려면 수많은 물품이나 경비가 필요하다. 특정 업체가 이를 제공하고 브랜드 혹은 상호명을 프로그램 말미에 자막 등을 통해 알리는 방식을 '협찬고지'라고 한다. 자동차 협찬의 경우 차를 제공하는 것부터 수천만~수억원의 제작비 지원을 지불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직접 광고를 제작하거나 간접광고에 참여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수입차 브랜드는 지난해 동시간 대 시청률 1위 드라마에 차를 협찬하면서 6개월간 1억여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노출 빈도와 기간, 시청자 몰입도 등을 고려하면 '싸게 먹혔다'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마케팅 분야에서 광고와 실제 매출 간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이야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각 기업들이 광고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붓는 건 수치로 이야기할 수 없는 효과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중들에게 제품을 널리 알리는 게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전제조건인 경우도 많다. 같은 품질이라면 소비자는 보다 익숙한 브랜드와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수입차 역시 이런 효과를 기대하고 투입된다. 벤츠 ML63 AMG(신사의 품격), BMW Z4(시크릿가든) 등 최근 사례부터 포드 익스플로러(겨울연가) 등의 성공사례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고심하는 다수 브랜드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투입비용이 적다고 해도 협찬 성공 여부가 광고보다 더 낮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많다. 광고의 성공여부 이상으로 드라마 협찬 효과는 계측이 더욱 어렵다.
우선 신규 드라마의 흥행 여부를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 여기에 드라마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차가 투입되는 경우 자칫 소비자에게 반감을 살 수 있다. 또 드라마가 제작·방영되는 3~6개월 동안 수대~수십 대의 차를 준비하고 유지하는 비용과 드라마 제작비 지원까지 더해지면 자동차회사가 부담하는 돈은 만만치않다. 전작을 성공시킨 드라마 작가나 PD가 투입된 작품은 제작비 지원 요구가 천정부지로 뛰기도 한다.
한 수입차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마케팅 담당자 사이에서도 드라마 협찬을 '로또'라고 종종 말한다. 여러 홍보 수단 중 효과 예측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적은 비용으로 '대박'을 칠 수 있다는 건 상당히 매력적이고, 최근에는 단순 시청률과 황금시간대에 목을 메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특징과 스토리 및 등장인물이 잘 어울리는 작품을 선정하는데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최근 수입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드라마 협찬에 뛰어들면서 경제성이 많이 퇴색한 것도 사실"이라며 "최근 시작한 드라마는 인기작가가 투입되면서 너무 많은 액수의 제작비 지원을 요구해 협찬을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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