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택시 보조금 지급 논란 재점화, 이유는?

입력 2013-11-26 08:18   수정 2013-11-26 08:17


 경유 택시에 유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두고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첨예한 대립을 나타내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전국 25만대에 달하는 택시의 거의 대부분이 LPG를 연료로 사용, 가격 변동성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경유 택시 유가보조금 지급을 추진하는 반면 환경부는 매연과 질소산화물 배출 과다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환경회의는 25일 국토부의 경유 택시 유가보조금 지급 방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까지 열며 강력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 연료다변화 vs 환경 '팽팽'
 경유 택시 허용은 지난 2005년부터 꾸준히 논의된 사안 가운데 하나다. 당시 경유 승용차 판매가 허용되며, 택시도 연료밀도가 높아 효율이 높은 경유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업계의 요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경유 택시 허용에 따른 배출가스 문제, 그리고 경유 승용차 가격이 LPG차 대비 비싸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국토부와 청와대가 오는 28일 개최 예정인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경유택시 도입을 추진키로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재점화됐다. 이와 관련, 한국환경회의는 보도자료를 통해 "경유차에 대한 기술 발전으로 최근 '클린디젤'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이전 경유차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량이 줄어든 것일 뿐 환경과 건강에 영향을 주는 오염물질은 여전히 타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환경부가 수행한 '택시용 자동차의 연비, 배출가스 및 CO₂배출량 특성 평가·연구(2012.4~10)' 결과를 들어 질소산화물(NOX)의 경우 경유차가 LPG차보다 50배나 넘게 배출된 것으로 나타나 국민 건강권 침해 문제가 결코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WHO(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미세먼지(PM10)도 경유택시에서만 배출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반면 국토부는 택시 연료다변화는 국제적 흐름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중이다. 국토부 교통정책조정과 관계자는 "현재 경유에 부과되는 700원 정도의 세금 가운데 화물차 및 버스에 지급되는 ℓ당 345원을 보조해 주는 것"이라며 "이 경우 ℓ당 221원 세액을 전액 보조하는 LPG와 달리 국가 세수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환경 문제는 유로6 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반대로 환경회의는 국토부와 청와대가 경유택시 도입 및 유가보조금 지급 추진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로 국회에 환송, 계류 중인 상황에서 지속적인 택시업계의 대중교통화 요구를 환경성이나 경제성, 국민 건강권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경유택시 도입 허용과 이에 따른 유가보조금 지급으로 무마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지난 2010년 택시노동자를 대상으로 경유택시 도입 의견을 조사한 결과 '수익성 확보를 위한 사납금 인상' 등의 이유로 응답자의 92.3%가 경유택시 도입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른바 택시사업자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경유 택시 도입은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부에선 경유 택시 도입이 정유업계와 LPG업계의 대리전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현재 경유는 국내 생산이 남아 수출하는 반면 LPG는 사용량의 60%를 수입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지속적으로 경유 택시 허용을 요구해 왔다. 전국 25만대를 경유 택시로 대체할 경우 LPG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반면 LPG 업계는 환경성을 이유로 경유 택시 도입을 반대함과 동시에 저효율 개선을 위해 차세대 LPG 엔진 개발을 이미 완료한 상태다. 이른바 LPG의 사활이 걸린 택시 연료 시장을 수성해야 하는 셈이다. 

  ▲ 경유 택시, 대안은 없나
 이런 이유로 현재 경유 택시 도입 허용 방안으로 떠오르는 게 요금 현실화다. 정부의 유가 보조금 없이 택시 업계가 스스로 필요 연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다만 이 때는 배기량에 따른 책시 요금 차등 적용 조항이 사라져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른다. 현재 택시 요금은 배기량에 따라 1,600㏄ 미만은 소형, 그 이상은 중형으로 분류돼 요금이 정해진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자동차업계의 엔진 배기량 축소 경향에 따라 배기량 1,600㏄ 미만의 중형차가 적지 않게 등장한다. 택시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없이 경유 택시를 도입할 수 있지만 배기량 1,600㏄ 조항에 묶여 중형 요금을 받을 수 없다면 경유를 택시 연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또한 "중형 요금을 받으려면 택시는 현대차 i40 1.7ℓ VGT밖에 구입할 수 없다"며 "그보다 효율이 뛰어난 배기량 1.6ℓ 미만 중형차는 요금 때문에 운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보조금 없이 경유 택시로 수익성을 내려면 고효율, 중형 요금이 전제지만 배기량 구분 요금제에 묶여 사실상 도입이 어려운 셈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배기량별 요금 차등제는 고쳐지는 것이 맞다"고 동의하면서도 "유가 보조금 지급은 택시 연료 다변화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고, 경유 택시의 환경 문제가 대두됐다면 선진국인 유럽연합에서 이미 논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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