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자동차 개조(튜닝) 산업을 창조 경제의 한 갈래로 구분, 활성화를 위한 여러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개조 활성화가 산업 진흥은 커녕 대기업에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튜닝 산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해당 분야의 육성이 제대로 될 경우 4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4만명 이상을 일자리가 생겨 고용 창출이 시급한 정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개조 산업에 대한 여러 정책을 마련하고, 관련 협회의 설립을 도왔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자동차 개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무리한 제도 추진은 오히려 개조 산업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특히 보증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거센 편이다. 개조를 받은 차에서 문제가 생겨 사고 또는 고장이 발생한 경우 보증 책임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가장 이상적인 해결 방법은 모든 합법적인 튜닝을 완성차 업체가 보증해주는 방법이다. 그러나 완성차 업계는 해당 방안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보증 수리는 공장에서 출고 상태일 때만 가능하다는 것. 완성차 입장에선 제 아무리 합법 개조라 해도 본인들이 하지 않은 작업까지 책임지는 것은 쉽지 않아서다. 또한 수리 후 추가 발생하는 문제라면 상황을 수습하기 더욱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등장하는 방안이 현장에서 튜닝을 시행한 주체가 보증 수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경우 연관 부품의 영향이 해결 과제다. 가령 어떤 부품을 개조했을 때 해당 부품으로 다른 부분에 문제가 생겼다면 서비스 제공자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줘야 마땅하지만 원래 문제가 있었을 뿐 개조와 상관 없다고 주장한다면 소비자 구제 방법은 없어진다.
부품 판매사나 개조 업체가 사라질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활성화 붐을 타고 난립할 무책임한 업체 관리가 쉽지 않아서다. 이 때는 개조차만 수없이 양산되고, 애프터서비스는 '나 몰라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책임감을 갖고 개조 업계에 뛰어든 업체라도 안정적인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
따라서 업계 일각에선 개조 산업 활성화 방안이 결국 대기업의 역할만 늘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완성차 애프터서비스를 맡은 회사가 개조 사업에 나서면서 동시 보증을 무기로 내세울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게 현대모비스다.
현대차그룹 일원인 모비스는 개조품 보증수리가 상대적으로 쉽다. 모비스 개조 부품만을 현대기아차가 인정한다면 내수의 70%까지 점유가 가능하다. 보증에서 자유로워 안정적인 제품 출시와 유지, 서비스도 가능하다. 시장이 뒷받침되니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산업 활성에 앞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중소 업체와 매우 다른 상황이다. 이를 두고 동반성장의 역행을 말하지만 모비스는 유통과 브랜드만 맡을 뿐 개조품 자체는 모두 중소기업이 제조하는 것이어서 동반성장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개조 산업 활성화를 논하기에 앞서 개조 산업에 대한 내수 생태계를 먼저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의 생존이 가능할 정도로 견고한 생태계를 만들어 놔야 산업도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산업 활성화 붐을 타고 난립될 수많은 비양심 업체에 대한 강력 제재나 보증 책임 소지 여부도 전제돼야 한다"며 "산업 활성화는 소비자 권익이 먼저 보장됐을 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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