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people+] 하동호 디자이너 “남녀-세대를 아우르는 옷 만들고 싶다”

입력 2013-11-29 15:11   수정 2013-11-29 15:11


[김희옥 기자/사진 김강유 기자] ‘바느질’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다.

한 땀 한 땀이 이어지는 시간이 쌓여 비로소 입을 수 있는 옷이 완성되어진다. 이제는 기계가 빠른 시간에 옷을 몇 천 장 씩 뚝딱 만들어내는 시대지만 ‘바느질’이라는 단어는 만드는 이의 정성과 시간의 소중함을 담은, 옷의 기본이면서도 모든 것이다.

하동호 디자이너의 ‘소윙 바운더리(sewing boundaries)’는 이러한  모든것이 담겨있다. 과거의 클래식함과 현대의 모던함이 공존하며 여기에 그만의 감각적인 실루엣을 더했기에 누가 입어도 세련돼 보인다. 

이러한 감성을 담아 2013년 11월 첫 팝업 스토어를 통해 선보인 그의 신선한 디자인은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아 단숨에 주목받는 디자이너 반열에 오르며 첫 콜라보레이션도 진행중이다.

이제 시작이라며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다는 하동호 디자이너를 만나봤다.


Q. 디자이너들은 원래 어렸을 때부터 감각이 남다르다던데.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나?

어렸을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는 다른 디자이너들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패션에 큰 꿈이 있지는 않았다. 부모님께서 모두 대구에서 섬유 쪽 일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텍스타일쪽 공부를 하고자 했다. 처음에는 섬유디자인학과에 들어갔는데 재대 후 패션디자인과와 섬유디자인학과가 통합되어 있더라. 그때부터 디자인을 시작했고 졸업 작품이 공모전에 당선되면서부터 패션에 점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졸업 후 프로모션, 캐릭터 디자인, 쇼핑몰 등 정말 다양한 일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디자이너 브랜드에 들어가게 됐다. 개인적으로 활동하다가 조직사회에 적응이 힘들 줄 알았지만 의외로 금방 적응했고 배울 점 또한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서은길 디자이너의 ‘길 옴므’에서 다자인 하는 법, 색채, 등 기성복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배웠다. 디자인, 텍스타일 만지는 법, 원단 가공법 등 실무적인 기본 바탕을 배웠고 이를 바탕으로 강동준 디자이너의 ‘디그낙’에 입사해 디자인에서 필요 없는 부분들을 빼는 법을 배웠다.


Q. 결코 쉽지 않았을 결정, 개인 브랜드 런칭은 언제부터 결심하게 되었나?

‘소윙 바운더리’는 올해 4월부터 준비한 뒤 8월 런칭했다. 디그낙에서 세컨 브랜드를 총괄했던 경험이 있다지만 실무 외에 금전적인 면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내 브랜드를 해야 한다는 것,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는 점에 대한 심적인 부담감이 가장 힘들었다.

브랜드 네임은 처음에는 내 이름으로 하려고 했다. 우연히 런던 디자인학이라는 책을 한 권 읽게 되면서 거기서 소윙 바운더리라는 단어가 가슴에 와닿더라. 소윙 바운더리는 내가 추구하는 남녀노소 모두가 입어도 어울릴 수 있는 브랜드를 하고 싶었던 컨셉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다.

예전에는 남성복과 여성복이 디자인적으로 정확하게 구분되어졌지만 이제는 남성복과 여성복을 성별 상관없이 입을 수 있고 10대, 20대의 옷을 50대까지도 함께 입을 수 있을 정도로 경계가 모호해졌다. 소윙 바운더리는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게 남성복이기는 하지만 유니섹스로 만들어 사이즈에 따라 여성들도 입을 수 있다.


Q. 본격적인 활동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서울 컬렉션은 내년 10월을 목표로 하고 있고 지금은 신사동 Kud 팝업 스토어에서 옷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20착을 선보였는데 현재 구매 문의가 생각보다 너무나 많이 쇄도하고 있어 프리오더로 주문중이다. 반응도 너무 좋았다.

현재 프리오더 기간은 끝났지만 가장 반응이 좋았던 맨투맨 티셔츠만 신사동 편집샵과 온라인 샵 크래커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여태까지는 항상 정직한 테일러링만 해왔는데 소윙 바운더리는 기장도 그렇고 실루엣도 독특하다. 바지 여미는 부분이며 소매 등 많은 분들이 한복의 실루엣과 비슷하다고. 원래 역사를 좋아하다보니 이런 점을 디자인에 한 번 풀어봐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은연중에 묻어나온 것 같다.

Q. 저스틴 비버가 하동호 디자이너의 옷을 입었다는데?

디그낙의 D by D 라는 세컨 브랜드를 총괄했는데 저스틴 비버가 직접 구매해 입은 옷이 내가 진행한 디자인이었던 것.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D by D 디자인을 알아보고 그렇게 얘기가 퍼지게됐다.

Q. 하동호 디자이너 하면 김우빈씨와 절친으로 유명하다.

우빈이가 첫 서울 컬렉션 런웨이에 선 것이 디그낙쇼였고 바로 1박2일 일정인 부산 프레타포르테에서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됐다. 본격적으로는 고향이 전주인 우빈이가 서울에서 활동하기 위해 우리집에서 같이 살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우빈이가 입었던 맨투맨 티셔츠가 라디오 출연 후 홈페이지에 올려지면서 우빈이가 입어서 그런지 급격히 문의가 많아졌다. 워낙 열심히 하는 친구라 잘 될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뜰 줄 몰랐다. 나중에 컬렉션 할 때 쇼에 서기로 약속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둘이 워낙 친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Q. 도드리와의 첫 콜라보레이션, 여성복을 선택한 이유?

남성복 디자이너이기는 하지만 여성복인 도드리가 추구하는 의상 컨셉과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자체 제작의 퀄리티 있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브랜드 컨셉 또한 편안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으로 세련된 스타일링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에서는 김우빈씨가 입었던 맨투맨 티셔츠와 함께 스테디움점퍼, 피코트를 선보이는데 기존의 중성적인 디자인 보다는 박시하지만 완전히 여성스러운 실루엣으로 바뀌게 된다. 첫 여성복을 제작해 같이 작업한 과정도 재밌엇고 제품은 12월 초쯤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콜라보레이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드리가 중국 상해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면서 기념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는데 컬렉션을 해본 경력이 있어 전체적인 컨셉, 스타일링, 의상 순서 등 모든 연출을 도맡기도 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 희망을 말해달라.

첫 번째는 컬렉션. 해외 진출은 중국쪽으로 염두에두고 있고 추후 영국, 유럽, 미주 쪽도 바라보고 있다. 도드리는 첫 콜라보이레이션이지만 앞으로 더욱 재밌는 브랜드들과 진행해 보고 싶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자동차다. (웃음)

학생 때부터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것은 김서룡 선생님이었다. 학교 선배님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인사드리기도 하지만 컬렌션을 볼 때 마다 감동적이다. 하나의 아이템, 테일로드로만 다루는데도 그런 감동을 주는 분은 없는 것 같고 한국에 없는 디자인이다. 나도 그처럼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

또한 앞으로 컬렉션을 통해 계속 인사드릴 것이고 이제 시작인 만큼 안해본 것도 많기 때문에 재밌는 작업 또한 다양하게 해보고 싶고 보여드리고 싶다.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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