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 기자] 올 한 해, 이렇게 바쁜 배우가 또 있을까?
지난 겨울부터 모든 미디어를 집어삼킨 이 청년은, KBS2 ‘학교2013’(극본 이현주 고정원, 연출 이민홍 이응복)을 시작으로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극본 박혜련, 연출 조수원)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 ‘노브레싱’(감독 조용선)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했다. 그야말로 쉬지 않고 일하는 이종석이지만, 어째선지 그의 행보가 지겹지가 않다.
이는 모든 역할을 ‘이종석화’ 시키는 그의 ‘변신 능력’ 때문일까. 그는 언제나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난다. 때문에 시나브로 역할에 깃든 얼굴은 한편으로 의기양양해 보이기까지 하다. 마치 “이래도 날 안 좋아할 거야?”라는 것처럼.
◆ 드라마와 영화 사이
올해 드라마에서 영화, CF까지 쉴 틈이 없었다. 정말이지 ‘소’처럼 일하는 이 배우에게 2013년은 그야말로 ‘무대’였다.
지난 1월 종영한 KBS2 ‘학교2013’에서 이종석은 상처를 간직하고 유급한, 2학년 2반의 반장 고남순을 연기했다.
고남순은 싸움을 잘한다는 것을 숨기고, 일진에게 맞으면서도 약한 친구들의 편에 설 줄 아는 ‘정의’를 가진 인물. 하지만 이 같은 고남순이 마냥 판타지스럽지만은 않았던 것은 인물과 배경에 녹아든 이종석 때문이었다.
이제껏 드러내지 않았던 교실 이면의 어둠을 신랄하게 드러낸 ‘학교2013’에서 이종석은 그가 읊었던 ‘들꽃’처럼 존재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는 시의 한 구절처럼 이종석은 고남순에 맞게, 교실 한 구석에서 실제인물처럼 생동감 있는 연기를 구현했다.
그의 ‘학생’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웠던 탓일까? 이종석은 차기작에서도 ‘고등학생’을 벗어나지 못했다. 소년의 이미지가 강렬해, 차기작 선택에도 신중을 기울였겠지만 반복되면 역할에 팬들의 걱정이 이어졌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종석의 선택은 탁월했다.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수하로 나타난 이종석은 많은 여성 시청자들을 ‘수하앓이’하도록 만들었으니까.
극 중 박수하는 타인의 마음이 들리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으로 10년 전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 뒤 상대방의 눈을 보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얻게 됐다. 이후 이종석은 첫사랑 장혜성(이보영)과 조우, 변호사인 그를 도우며 10년 전 아버지의 살인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이처럼 이종석은 ‘법정 스릴러’와 ‘판타지 로맨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 작품 안에서 로맨스와 스릴러 연기를 소화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특히 10살 연상연하인 이보영과 남다른 ‘케미스트리’로 화제를 모았으니. 좀처럼 여자 배우와 호흡을 볼 수 없었던 이종석이 ‘로맨스’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또한 영화 ‘관상’에서는 송강호의 아들 진형으로 또 다른 변신을 꾀했다. 진형은 아버지가 미신이나 다름없는 관상을 보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고 떳떳하게 관직에 출마하려는 곧은 청년으로 ‘순수함’을 간직한 인물이다.
덥수룩한 머리에 거지꼴로 등장한 진형은 여성팬들이 기대한 이종석과는 거리가 멀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가진 순수와 열정은 그간 이종석이 연기했던 인물들과 멀지 않았다. 송강호, 백윤식, 이정재, 김혜수, 조정석 등 대 선배들 사이에서도 이종석은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무엇보다 영화 후반, 진형이 그려낸 이야기는 그가 가진 이미지를 십분 발휘 드라마에 힘을 더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종석이 가진 ‘여리여리함’은 장점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가 가진 ‘연하남’ 또는 ‘꽃미남’의 이미지만 있었다면, 대중들을 이다지도 열광시킬 수 없었을 일이다. 이종석은 현재 자신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것을 아는 영리한 배우다.
◆ 배우는 배우다
지난 인터뷰에서 이종석은 “소처럼 일한다”는 말에 부끄러운 듯 웃으며 “가장 예쁠 때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밝힌 적 있다. 그는 남들 앞에 서기까지 수십, 수백 번의 연습이 필요하다며 자신에 대한 엄격한 태도를 취해왔다.
이에 이종석은 “엄격한 것이 아닌 보이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라며 “드라마 보는 것이 취미라서 내가 하는 연기까지 객관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본인에게 떳떳해야 다른 곳에서도 보여줄 수 있어요. 아직 내 이름 앞에 ‘배우’라는 두 글자 붙이는 것도 부끄럽고 창피해요. 제겐 매우 큰 단어거든요. 아직도 어디에서 ‘배우 이종석’이라고 소개하지 않아요. 내 작품을 보면서 ‘이 정도는 뭐’하는 때가 오면(웃음) 떳떳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토록 자신을 객관화시킬 줄 아는 20대 배우라니. 아직 자신의 연기가 ‘부끄러워’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이종석이지만, 그의 고민과 욕심을 미래에 대한 충분한 ‘기대’처럼 느껴진다. 아직까지. 성장하고 있으므로. (사진출처: bnt뉴스 DB, KBS2 ‘학교2013’,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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