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에 지방시를 입는 법

입력 2014-01-09 10:13   수정 2014-01-09 10:08


[윤태홍 기자] 끌로에, 마이클 코어스, 마크 제이콥스…. 현대 여성이 찬미해 마지않는 패션 하우스에서 연이어 코스메틱 라인을 론칭하면서 그 유혹이 거세다. 이를 테면 지방시나 입생로랑의 ‘영혼’이 담긴 립스틱을 단 3만원대에 소유하는 셈이다.

더욱이 립스틱은 여성의 입술을 부드럽게 감싸는 아이템 아닌가. 섹시한 레드 립스틱을 손에 쥐고 입술을 붉게 물들이는 행위는 매우 관능적으로 다가온다. 립스틱 효과를 노린건지 세계적인 불황기에 론칭한 패션 브랜드의 코스메틱 라인은 백화점에서 제일 잘 나간다.  

1921년 샤넬 넘버5 향수가 출시된 이후 대부분의 글로벌 패션 하우스는 코스메틱 론칭을 마치 브랜드의 완결로 여기는 듯 하다. 작은 파우치에 안착할 더 작은 화장품에 패션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투사한 것도 매력 중 하나다. 

끌로에는 로맨틱 무드를, 지방시는 록 시크의 모던함을, 톰 포드는 섹시하고 야성적인 매력을, 입생로랑은 클래식한 터치를, 마크 제이콥스는 유머를, 마이클 코어스는 글래머러스함을,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꾸뛰리에의 감성을 담아 각각 뷰티 라인을 확장했다.

패션 하우스의 메이크업 제품과 동시에 향의 유혹도 만만치 않다. 20만원 미만으로 패션 브랜드의 고고한 향기를 온전히 소장할 수 있는데, 최근 디올은 프리미엄 향수 매장 ‘라 콜렉씨옹’까지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에 마련했다. 여기에 브랜드 히스토리, 조향 과정의 서사, 세계적인 모델과 포토그래퍼의 캠페인까지 더해져 욕망을 한껏 부추긴다.

게다가 이 패셔너블한 화장품은 국내 특정 매장이나 쇼룸에서만 제한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현실도 잔혹하지만 꽤나 매력적이다. 사실, 가격 장벽은 높지 않으나 대부분이 국내 미입고 제품이라 구매까지의 여정은 드라마틱한 경험을 유도한다.   

이러한 소비 문화를 변호하자면 이 정도다. 의류나 잡화에 투자할 비용을 아껴 가격 대비 특별한 가치를 선택한다는 것. 특정 제품을 소유했을 때의 쾌감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이제 아름다움에 대한 열렬한 추종,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진출처 : 지방시 2013 FW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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