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기자] 영화 ‘벨벳 골드마인’은 첫 시퀀스부터 압도적인 비주얼로 관객을 다그친다. 이 영화는 1970년대 록의 본고장 영국에서 파생된 센세이셔널하고 퇴폐적인 문화의 산물인 ‘글램록(glam rock)’이라는 대중문화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브라이언(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은 당시 글램록을 이끌었던 데이빗 보위를 자동적으로 연상케한다. 실제로 이 영화의 감독인 토드 헤인즈는 글램록에 빠져 청춘을 보낸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 시대의 젊은이들의 삶을 현실감 있게 재현해 찬사를 받았다.
이 영화의 스타일 코드는 하나로 집약할 수 있다. 심플하고 명확하다. ‘글램’ 즉 ‘매혹적인’ 스타일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나는 소재의 의상으로 성적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또한 여자는 물론 남자까지도 짙은 화장과 높은 굽의 플랫폼 슈즈를 착용해 당시 유행했던 동성애 코드를 보다 적나라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파격적인 내용과 영상으로 인간의 정체성과 내면의 폭력성, 섹슈얼리티를 생동감 있게 표현한 이 작품은 칸느 영화제에서 예술공헌상을 수상해 예술성 또한 인정받았다. 시대를 아우르는 스타일의 세계. 혼돈과 젊음, 쾌락과 사랑이 넘치는 기막힌 70년대의 영국으로 떠나보자.
글램룩의 핵심은 중성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 특히 남성들의 캐릭터를 보고 메스꺼움을 느꼈다고 할 정도로 그들의 의상은 파격적이고 충격 그 자체다.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은 여성스러운 라인을 강조하는 꽉 끼는 티와 바지, 스키니한 몸매와 성기가 그대로 드러나는 벨벳 소재의 타이트한 의상으로 보는 이의 눈과 정신을 어지럽게 만든다. 또한 가죽과 모피를 활용한 와일드하고 반항적인 패션은 당시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반사회적 성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중간계쯤에 속한 그들은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컬러풀한 의상을 매개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재확립하고자 하는 열망을 보였다.
2014년 新글램룩은 ‘반짝거림’에 초점이 맞춰진 듯 하다.
메탈릭한 소재와 관능적인 섹시미가 느껴지는 이 시대의 글램룩은 약 40년 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우아하고 세련된 미가 강조된 한마디로 '주류'들을 위한 스타일로 변모했다.
미니멀한 디자인과 글래머러스한 느낌을 주는 소재의 결합으로 모던하고 럭셔리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현대판 글램스타일. 정교한 컷과 심플하지만 섬세한 디테일이 옷의 완성도를 높여 현재 독보적인 트렌디함을 이끌고 있다.
화려한 메이크업 또한 이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눈이 부시다 못해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다양한 색감이 돋보이는 섀도우 사용은 사실 ‘화장’이 아닌 ‘분장’ 혹은 ‘변장’에 가까울 정도로 기괴한 느낌을 연출한다.
극 중 반문화를 지휘하는 주인공 브라이언의 뮤직비디오 촬영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형형색색의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이 속도감 있는 시퀀스와 맞물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연출했다.
눈매와 입술을 강조한 스모키 메이크업을 바탕으로 세대의 무력감에 대한 반동을 드러내고자 한 글램 메이크업. 짙고 과장된 셰딩과 번쩍거리는 펄이 더해져 화장을 예쁘고 보이기 위한 수단이 아닌 그 반대의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특이성을 보인다.
조금 더 파격적이고 조금 더 튀고 싶은 젊은이들의 열망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글램룩 스타일이 전체적으로 얌전하고 럭셔리함으로 변했다면 메이크업은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최근 패션위크에서 보여진 글램 메이크업도 그러한 이유에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광대를 감싼 형광 블러셔와 블루, 실버, 레드 등 총천연색의 섀도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현대판 글램 메이크업은 70년대와 비교해 다소 유해진 느낌은 있지만 독특하고 유니크한 매력을 표출한다는 점은 일맥상통한다.
눈썹라인이나 입술라인, 아이라인을 강조해 얼굴에 선명함을 더하고 투명한 피부 표현보다는 강하게 화장을 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게 피부에도 음영을 준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사진출처: 영화 ‘벨벳 골드마인’ 스틸컷, 2013-14 F/W 마크 제이콥스,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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