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일을 말하다] 18세기 신고전주의 복식으로 시공간을 초월하다, 영화 ‘오만과 편견’

입력 2014-02-11 11:09  


[김진현 기자] “당신은 나의 몸과 영혼을 매료시켰소. 당신을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오” 로맨틱하다 못해 쓰기까지 한 이 대사는 영화 ‘오만과 편견’의 남자 주인공 다아시가 여자 주인공 엘리자베스에게 하는 고백의 말이다.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을 맡은 ‘오만과 편견’은 영국이 낳은 최고의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Pride and Prejudice’를 각색해 만든 영화다.

뛰어난 관찰력과 표현의 간결함, 담담한 필채가 두드러지는 그의 소설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놓은 듯한 조 라이트 감독의 ‘오만과 편견’은 영화가 가지는 ‘허구’와 ‘허상’이라는 특수성마저 침해하는 슬픈 ‘리얼리즘’으로 관객을 ‘매도’했다.

소박하고 로맨틱한 줄거리, 영국 시골마을의 정취를 담은 아름다운 영상미, 유려하게 흘러 나오는 피아노 선율, 감각적이고 섬세한 심리 묘사 등이 이 영화를 감상하는 키 포인트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배우들의 의상이다.

사실상 이 영화가 18세기 영국의 풍경을 실감나게 재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이 당시 사람들이 입었던 신고전주의 복식을 완벽하게 고증해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이나 200년전이나 청년들은 변함 없이 사랑과 연애, 현실과 이상 속에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좌절한다. 그 긴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하나의 감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영화 ‘오만과 편견’이 보여주는 그 아련하고 순박한 18세기 영국의 시골마을로 떠나보자.

 
이 영화는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귀족사회와 신흥 부유층들이 충돌하고 전근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격동의 시기를 배경으로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있다. 당시의 영국은 철저한 계급사회였기에 배우들이 입은 의상 또한 신분에 맞게 차별화를 둔 것이 눈에 띈다.

여자 주인공 엘리자베스 역의 키이라 나이틀리는 심플한 디자인에 실용적인 측면이 강조된 드레스로 서민계층의 모습을 재현했다.

어둡고 묵직한 컬러가 고지식하고 똑똑한 그의 캐릭터를 대변했으며 풀어헤친 셔츠와 아무렇게나 가볍게 걸친 재킷은 그가 갈망하는 내면의 자유로움을 은유적으로 표출하는 매개로 활용됐다.

 
또한 같은 서민계층임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의 다섯 자매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성향에 따라 소재와 컬러, 디자인이 다른 드레스를 입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별 다른 디테일 없이 날렵한 선이 돋보이는 베이직한 드레스에 수수하고 차분한 컬러를 초이스한 언니들과는 달리 엘리자베스의 여동생들은 화사한 색감이 돋보이는 파스텔 톤의 드레스로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특히 이들의 드레스에는 쉬폰과 플라워 프린트, 레이스 크로셰 등의 디테일이 가미돼 극 중 사랑스러운 매력을 가중시켰으며 여기에 러플 장식과 리본, 밀짚으로 만든 보닛을 매치해 빈티지하면서도 전원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무도회장에서 단체로 춤을 추는 장면에서 선보인 여자 배우들의 화이트 드레스 또한 관객의 눈을 사로 잡았다. 좁고 가벼운 치마폭과 넓게 파인 가슴골, 짧은 퍼프 소매가 특징인 하이웨스트 드레스는 활동성과 간소함을 우선시했던 신고전주의 복식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심플하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채로운 디테일이 인상적인 화이트 드레스는 단아하고자연주의적인 매력으로 영화 전체의 빈티지하고 소박한 무드를 보기 좋게 살려냈다.

영화 ‘오만과 편견’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들은 허리선을 높여 가슴을 강조하는 ‘엠파이어 드레스’를 입어 억지로 보디 실루엣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스트레이트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치마라인이 우아하고 품격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진출처: 영화 ‘오만과 편견’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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