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기를 위해 순간을 사는 뮤지컬배우, 최수진

입력 2014-02-17 12:20  


[김아현 기자/사진 정영란 기자] “최수진, 세 글자만 보고도 관객들이 찾아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뮤지컬배우 최수진이 차분한 목소리로 당찬 꿈을 전한다. 어떤 내용의 뮤지컬인지는 몰라도 ‘최수진이 출연하니까 봐야겠다’라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최수진은 걸그룹 소녀시대 수영(최수영)의 친언니다. 작은 얼굴에 큰 눈과 오똑한 코를 가진 두 사람은 닮은 듯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최수진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침착함과 의젓함이 엿보였다.

최수진은 2009년 뮤지컬 ‘살인마 잭’으로 데뷔한 이래 ‘궁’, ‘겨울연가’, ‘김종욱 찾기’, ‘헤이, 자나!’, ‘벽을 뚫는 남자’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하며 떠오르는 신예 뮤지컬배우로 주목받고 있다. 짧지 않은 기간동안 묵묵히 뮤지컬에 관한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배우 최수진을 만나봤다.


Q 뮤지컬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
어렸을 때부터 워낙 노래와 연기를 좋아해서 뮤지컬에 특히 많은 관심이 있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내한 공연을 보면서 뮤지컬배우라는 꿈에 대해 확신이 생겼어요. 그 당시 2층 객석에서 봤는데 무대 위로 뛰어 내려서 춤추고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아무래도 동생이 방송계에 있으니까 옆에서 지켜보며 계속 관심은 있었지만 확신이 생긴 것은 그때가 처음인 것 같아요.

Q 처음 뮤지컬배우로 데뷔하던 때 소감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2009년 뮤지컬 ‘살인마잭’으로 데뷔했는데 사실 그땐 무슨 역할인지도 모르고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오디션 장에 가서 작품 내용과 출연진 소개를 받는 순간 ‘출연료를 안 받아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꼭 하고 싶었는데 합격 소식을 들으니 꿈만 같았죠.

그런데 막상 프로의 세계에 서니까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았어요. 연습 과정에서도 많이 울고 고생을 좀 했죠. 처음에는 손 하나 뻗는 것도 어색할 정도였는데 같이 출연한 선배님들이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주셔서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어요.

Q 뮤지컬배우로 활동하면서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이 있다면
아무래도 부모님의 도움이 컸어요. 어머니께서 성악을 전공하셔서 집에서 노래 연습을 할 때많이 도와주세요. 레슨 선생님도 물론 계시지만 집에서도 이렇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시니까 저로썬 감사한 일이죠. 아버지께서는 늘 잘한다고 우리 딸이 최고라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주시고 있어요(웃음)


Q 동생과의 애틋한 자매애가 화제다. 소녀시대 수영이 아닌 동생 수영은 어떤 존재인지
수영이랑은 4살 차이가 나서 어렸을 때는 그게 크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친구 같은 동생이랄까. 이제는 뭐 같이 늙어가니까요(웃음) 때로는 한없이 어리기도 하지만 또 어떨 때는 저보다 언니 같기도 하구요. 대화도 너무 잘 통해서 서로 상담도 자주 하는 편이에요.

저희 자매 성격이 완전히 다른데 저는 꼼꼼하고 세심한 반면 수영이는 털털한 편이거든요. 수영이가 생각 못하는 부분을 제가 챙기고, 또 제가 전전긍긍하는 부분을 수영이가 쿨하게 풀어주는 부분이 있어요. 피드백이 매우 잘 되는 사이죠. 
 
Q 배우로써 롤모델이 있다면
지금 활동하고 계시는 모든 배우들이 롤모델이에요.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를 떠나서 다른 배우들을 통해 제가 갖고 있지 않은 면을 발견하게 되고 또 거기서 배울 점이 있으니까요. 굳이 한 분을 꼽자면 뮤지컬 ‘all shook up’에서 윤공주 선배님의 연기를 인상 깊게 봤거든요. 캐릭터를 너무 잘 소화하셔서 극에 푹 빠져서 몰입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이후로 캐스팅 보드에 윤공주 선배님 이름이 있는 공연은 모두 찾아다녔어요.

Q 작품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
‘작품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를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배우는 자신이 가진 것을 많이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주는 만큼 다시 채워야 하니까요.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레슨이나 여행을 통해 채우기도 하지만 작품을 하면서도 채워지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항상 작품 내에서 얻어가는 것이 있어서 이전 작품에서 안 해봤던 것, 시도해보고 싶은 것을 떠올리고 그런 작품을 우선적으로 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하고 싶은 배역이나 출연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서울에서 사는 저소득 계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빨래’라는 작품을 해보고 싶은데 주변에서는 다들 저랑 캐릭터가 안 어울린다고 하더라구요. 좀 빈티 나고 여리게 생겨야 되는데 전 큼직큼직하게 생기고 인상이 강한 편이니까요. 근데 저는 화장 안하고 나갈 수도 있을 만큼 욕심나는 역할이에요(웃음)


Q 뮤지컬배우로써 사는 삶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하다
뮤지컬배우는 노래와 연기 모두 중요시 되지만 전 개인적으로 노래보다 연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연기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에요. 매 순간을 연기를 위해 산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연기적인 고민은 항상 해요. 책을 읽거나 데이트를 할 때, 여행지에서의 색다른 경험 모두가 연기에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해서 차곡차곡 쌓아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삶 자체가 좋은 연기를 위한,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인 것 같아요.

Q 향후 활동 계획은
6월에 뮤지컬 ‘Singing In The Rain’으로 찾아뵐 예정이에요. 춤추는 장면이 많아서 요즘 탭댄스 연습에 한창이에요. 오늘도 연습을 하고 왔는데 쉽지는 않겠지만 올 한해 탭댄스를 완벽히 마스터하고 싶은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열심히 연습해서 멋진 모습으로 인사드릴 테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Q 앞으로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지 최종 꿈을 말해준다면
과거에는 어떤 역할이든 잘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가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생각이 바뀌고 있어요. 무대에 섰을 때 제가 맡은 캐릭터와는 상관없이 저만이 풍기는 분위기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만의 색깔로 주변을 물들일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는 게 배우로써 최종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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