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가 2014년형 오딧세이를 내놨다. 지난 2012년 선보인 전작을 반면교사 삼아 편의품목을 대거 탑재한 게 특징이다. 혼다코리아 정우영 사장은 "한국에 첫 선을 보인 오딧세이가 소비자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부진했다"고 전작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신형은 소비자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상품성을 높였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신형은 출시 나흘 만에 계약 대수 110대를 넘어섰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임진각 일대에서 2014년형 오딧세이를 시승했다.
▲스타일
전형적인 미니밴이다. 안정적인 차체 비율과 넉넉한 사이즈로 특유의 듬직함을 내뿜는다. 전면은 구형과 달리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과 HID 헤드라이트를 적용했다. 혼다의 DNA와 함께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측면은 거대한 차체를 최대한 날렵하게 그려냈다. A필러부터 D필러까지 이어지는 유리창이 특히 눈에 띈다. 2열 도어는 슬라이드 방식으로, 깊게 파인 홈이 리어램프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후면은 수평 디자인의 컴비네이션 램프를 채택해 안정감을 줬다.
실내도 외관만큼이나 시원시원하다.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센터페시어가 모두 큼직하고 직관적이다. 고급스러움이나 스타일보다 실용성을 강조한 디자인이다. 센터페시어는 상단의 모니터를 기준으로 아래 공조장치가 위치하며, 오디오 및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중앙의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할 수 있다. 가장 아래에는 2, 3열에서 즐길 수 있는 DVD 장치가 부착돼있다. DVD 모니터는 1~2열 사이 중앙에 위치하며, 접이식이다.
시트는 총 8개가 마련됐다. 기존 7인승에 2열 중앙 시트를 추가했다. 국내에서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는 9인승에 대한 요구가 있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앞좌석 중앙 시트는 배제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대신 앞좌석 중앙에는 넉넉한 사이즈의 수납함이 위치한다. 2열 중앙 시트도 사용하지 않을 때는 1열과 같이 적재가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3열 시트는 트렁크 하단으로 완전히 숨길 수 있다. 2~3열 시트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 외에 도어와 측면 공간에 컵홀더와 수납공간 등을 준비했다.
▲성능 및 편의품목
신형은 V6 3.5ℓ SOHC i-VTEC에 자동 6단 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 253마력에 최대 35.0㎏·m의 토크를 발휘하며, ℓ당 효율은 복합 기준 9.1㎞(도심:7.8㎞/고속도로:11.3㎞)다.
3.5ℓ 가솔린 엔진이 내뿜는 달리기 성능은 8인승 미니밴에 부족함이 없다. 가속이 부드럽고 고속에서도 거뜬하다. 달리는 동안 엔진도 조용한 편이어서 소음 스트레스가 적다. 노면의 잡음도 세단 수준으로 걸러낸다. 운전 편의성을 위해 전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과 후방 카메라도 갖췄다. 후진 시에는 사이드 미러가 아래쪽을 비춰 여성 운전자에게도 커다란 차체가 부담스럽지 않다. 다만 차체에 비해 스티어링 휠이 가볍고, 제동거리가 생각보다 길다. 고속에서 안전성을 생각한다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오딧세이는 운전석보다 2열과 3열에서의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미니밴의 성격을 살려 운전자가 아닌 탑승객 편의를 크게 보완했다는 생각이다. 우선 2열 도어는 내외부에서 버튼 하나로 조작이 가능하다. 안전을 위해 스마트키와 운전석에 잠금 버튼이 마련됐다. 시트 사이즈도 넉넉하다. 하지만 중앙 시트는 메인보다 보조 개념으로 사용하는 게 알맞을 듯하다. 창문에는 블라인드를 설치해 동승자를 배려했다. 또한 2열 우측 창문 상단에는 운전석과 독립적으로 공조계를 조절하는 에어컨디셔너 컨트롤이 장착됐다.
2열 중앙 시트를 추가해 3열에 타고 내릴 때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동급 미니밴들과 비교해 창문이 넓고 레그룸도 길어 개방감이 좋다. DVD 모니터는 9인치로 3열에서도 충분히 관람할 수 있다. 무선 헤드셋으로 전해지는 오디오 사운드가 영화관 못지않게 깨끗하다.
그 중에서도 신형의 최대 강점은 안정성이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실시한 충돌 안전성 테스트에서 미니밴 최초로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운전자 안전과 연관된 스몰 오버랩 테스트뿐 아니라 전면, 측면, 루프 강도, 후면 등 전 부분 충돌 테스트에서 모두 강했다. 승차 공간을 유지하는 차체구조와 프런트 및 사이드 에어백으로 탑승자를 보호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총평
전작의 부진을 깨끗이 씻을만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내·외관 디자인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만족감이 상당하다. 각종 편의품목을 추가해 국내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려 한 노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타깃층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운전의 즐거움보다 탑승객을 우선으로 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가격은 구형 대비 약 400만원 오른 5,190만원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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