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웃고 울린 김연아 연기 속 의상의 비밀

입력 2014-02-26 11:50   수정 2014-02-26 11:49


[최원희 기자] 피겨 여왕, 벤쿠버의 여왕, 현존하는 최고의 선수 등. 그를 아우르는 수식어들은 수없이 많다. 그리고 이제 그런 그가 이별을 고했다.

피겨 스케이팅의 종목에서 의상 점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김연아 선수가 입는 의상은 공개될 때마다 전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건 바로 피겨는 다른 종목과는 달리 의상이 곡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

스케이팅 선수들의 경우에는 부상이나 상처를 예방하기 위해 맨살이 들어나는 옷이나 에지 판정을 위해 발목이 가려진 옷은 입을 수 없다. 또한 액세서리의 경우에는 떨어지거나 휘날릴 염려가 있는 것들은 단단히 고정시키는 것을 중요시 한다.

제약이 많은 만큼 피겨 의상을 선택할 때에는 코치, 선수 그리고 디자이너 등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김연아 선수의 의상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현존하는 예술품, 김연아의 의상에는 어떤 고뇌가 담겨있을까.

■ 2006년부터 2008년, 여왕이 되기 위한 습작들


“시니어 무대에 16살의 어린 소녀가 등장했다”, “연아킴은 세계 선수권뿐만 아니라 앞으로 여성 피겨계의 수준을 결정 짓는 역할을 할 것이다” 등. 이것이 시니어 무대 중계방송에서 세계 유수의 저널들이 16살의 어린 김연아를 보며 한 말들이다.

그의 첫 쇼트프로그램은 ‘록산느의 탱고’였다. 당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농염한 연기를 펼친 그는 정열적인 블랙, 레드 컬러로 피겨계 신화의 탄생을 알렸다.

세계선수권의 무대에 오르게 된 김연아는 ‘종달새의 비상’이라는 곡에 연한 하늘색 컬러의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을 선택했다. 깨끗한 느낌을 주는 이 컬러의 선택은 그가 곧 날아오를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는 평이었다.

2007-2008 시즌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박쥐 서곡’이라는 곡을 택했는데 이는 빠르고 느린 선율을 아우르는 곡으로 그의 다양한 연기력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선택이었다. 이 때 그는 다양한 라인이 그려진 통통 튀고 있는 듯하지만 날카로운 매력을 지닌 의상을 선택해 곡의 분위기를 살려냈다.

그랑프리 대회에서는 뮤지컬의 흥행으로도 잘 알려진 ‘미스사이공’의 곡을 선택했는데 베트남 여인의 비극적인 모습을 애절하게 잘 표현했다.

■ 2009부터 2011년, 세계에 그를 각인시키다


미국 LA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고 점수를 기록하는 강렬한 마무리로 전국민에게 그의존재를 각인시킨 곡 ‘죽음의 무도’. 여러 습작들을 바탕으로 한 그의 노력이 이 때부터 빛을 발한다. 시크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의상과 함께 어우러진 그의 연기는 여자싱글 최초 점수의 서막을 알린다.

그리고 전세계를 매혹시킨 뮤지컬 ‘세헤라자데’. 그의 연기는 강렬한 레드 컬러의 패브릭 위에 골드 컬러의 장식으로 한 편의 뮤지컬을 담으면서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한다.

디자이너 조쉬 엔 라몽 스스로도 자신의 작품 가운데 최고 작품이라고 말하는 벤쿠버 올림픽의 ‘제임스본드 메들리’의 의상. 피겨의 특성상 액세서리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200시간 이상의 수공예 작업을 거쳐 탄생한 이 의상은 그가 본드 걸로 변신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의상이었다.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푸른색 의상을 입은 선수는 금메달을 딴다”는 속설이 있다. 이날 김연아는 코발트 블루 컬러의 홀터넥에 화려하게 빛나는 보석이 장식된 의상으로 피겨 여왕의 탄생을 알렸다. 조지거쉰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 위에서 수를 놓는 듯한 그의 모습은 지켜보던 관객들을 일어서게 만들었다.

■2010년부터 2013년, 공백기는 피겨 여왕에게 흠이 되지 않는다


"음악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 싶다”며 2010-2011 시즌 쇼트프로그램에 발레곡 지젤을 선택한 김연아 선수.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희로애락의 표현을 위해 그는 과감한 의상으로 우아한 연기를 시도한다.

디자이너 이상봉 작품으로 유명한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오마쥬 투 코리아’의 의상은 한국의 팬들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아리랑’을 모티브로 한 이 곡에 전국민은 눈물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2012-2013 쇼트 프로그램 ‘뱀파이어와의 키스’ 전에 그는 잠시 공백기를 가졌다. 그동안 그는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에 세계는 보답해주었다. 그 후 그는 복귀를 선언하면서 디자이너 안규미씨의 작품과 함께 했는데 이는 습격을 당한 흔적을 연상시키는 의상이다.

소치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해 2013 세계선수권 대회에 ‘레미제라블’로 출전한 김연아 선수. 그는 마치 뮤지컬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3명의 소치 올림픽 출전권과 금메달을 쥐고 돌아왔다.

2013-2014 쇼트프로그램에 단무지 의상으로 이름을 알렸던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의 노란색 의상. 이 역시 디자이너 안규미 씨의 작품인데 광대의 느낌과 마른 김연아의 체형을 커버하기 위해 선택된 컬러였으나 보는 이들의 호불호가 갈려 화제를 낳기도 했다. 나중에 전해진 이야기로는  그 의상의 의미가 이별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탱고를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던 김연아 선수는 마지막 소치 올림픽의 곡에 ‘아디오스 노니노’를 선택했다. 이 때 그가 선택한 의상은 몸매를 드러내지 않는 디자인이었는데 이에 누리꾼들은 그가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이 의상을 선택한 것 같다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 갈라쇼 무대에 김연아 선수는 존 레논의 원곡을 에이브릴 라빈이 리메이크한 ‘이매진’을 선택했다. 이는 평화와 사랑을 주제로 한 곡으로 그는 화이트와 푸른색 컬러가 그라데이션 된 퓨어한 의상을 선택해 대미를 장식했다. (사진출처: 김연아 공식 홈페이지, 유투브 동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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