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 큰 틀에서 접근해야"

입력 2014-02-26 09:58  


-독일 페터 프리드리히 유럽국제관계장관, 빈프리드 헤르만 독일 바덴주 장관 인터뷰

 "전기차를 구매했다고 해서 단순히 혜택을 주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E-모빌리티(E-Mobility) 활성화를 위한 큰 틀을 제시해야 합니다"

 빈프리드 헤르만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교통인프라부 장관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내용을 풀이하자면 전기차 보급을 위한 정부 역할은 상당히 큰 틀에서 전개돼야 한다는 것. 이어 헤르만 장관은 "한국 사정은 자세히 알지 못해 조심스럽다"면서도 "정책입안자 입장에서는 학계부터 기업까지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전국민적으로 전기차를 수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헤르만 장관이 근무하는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다임러와 포르쉐 본사가 위치한 곳으로, 독일 내에서도 자동차 산업의 첨병이라고 일컫어지는 지역이다. 이번 방문은 산업계는 물론 정치,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바덴주의 협력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마련됐다. 페터 프리드리히 독일상원 유럽국제관계장관과 빈프리드 헤르만 교통인프라 장관을 필두로 30여 명의 사절단이 23~26일 방한하는 일정이다. 바덴 주가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방한 의제 중에서도 전면에 내세운 건 전기차 등 'E-모빌리티' 확대를 위한 다각적 협력 방안이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즈주의 정책입안자들에게 전기차 시장의 현실과 발전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두 장관과의 일문일답.

 -바덴-뷔르템베르크즈주의 전기차 보급 목표는
 "(빈프리드 헤르만 교통인프라부 장관)2020년까지 전기차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E-모빌리티' 20만대 보급을 목표로 한다. 같은 기간 독일 전체에서는 100만대의 전기차가 거리를 누비게 될 것이다. 이는 독일 전체 승용차의 2.5%, 바덴 주만 따지면 3% 수준이다"






 -전기차 보급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나
 "(헤르만 장관)독일연방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4개 주를 지정해 지원을 펼치고 있다. 바덴주도 그 중 하나다.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는 건 물론 주정부의 에이전시인 E-모빌(mobil)BW 등을 통해 현재 당장 현실에 반영할 수 있는 사업을 전개한다. 현재 40여 개의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전기차 나눠타기는 물론 'E-카-투-고(E-Car-To-Go)'라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전기차를 원하는 장소에서 빌려 타고 근처 차고지에 반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공공 자전거 대여에서 사용하는 방식을 전기차 셰어링에 접목한 것이다"

 -충전 인프라 보급 현황은
 "(헤르만 장관)바덴주의 주도(州都) 슈투트가르트에는 현재 200여 개의 공공·민간 충전 설비가 보급됐다. 충전 인프라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법령과 제도를 통해 모든 주차장에 충전기를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가급적이면 충전은 무료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각 가정에도 차고에서 쉽게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발전 시 사용하는 연료가 화석에너지 및 방사능이라면 전기차의 친환경성이 희석된다는 의견이 많다
 "(헤르만 장관)E모빌리티가 친환경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전기의 원천이 화석연료여선 안된다. 안전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원자력도 정답이 될 수 없다. 최근 독일에서 가장 뜨거운 논제 중 하나가 '에너지 전환'이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지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다. 특히 원전에 대해선 더 이상 늘려선 안된다는 초당적 합의를 도출, 관련 법안이 2년 전 결정된 상황이다"

 -한국과 바덴주의 협력 관계는 어느 정도인지
 "(페터 프리드리히 독일상원 유럽국제관계장관)기계 공업분야와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상당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많은 부품업체들이 한국에 납품하고, 한국의 IT업체에 설비를 공급한다. 현대차 수석 디자이너인 크리스토퍼 채프먼도 바덴주 출신이다. 3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에 방문하면 여러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리라 믿는다"






 "(헤르만 장관)어제 수원시를 방문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지역사회 간 교류에 적극 관심을 표명했다. 수주 후 바덴주 소재 프라이부르크 시장이 수원을 방문해 자매결연을 맺을 계획이다"

 -한국은 대표적인 전력 부족 국가다. 전기차가 많이 보급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지적도 많다
 "(헤르만 장관)전기차가 생각보다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다. 연구 결과 독일의 모든 차가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추가적으로 필요한 전력은 현재 사용량의 15% 수준이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보급을 위해 한국 정부에 조언할 부분이 있다면
 "(페터 프리드리히 장관)우선, 서울시와 수원시를 방문해본 결과 한국은 이제 전기차 보급의 초기 단계는 벗어난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민간 보급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전기차는 공공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게 당연하다. 전기차 셰어링 제도도 운영 중이고, 전기 버스 등 대중교통과 전기차의 접목도 활발한 모습을 봤다.

 정부 및 지자체가 전기차 보급을 위해 할 수있는 가장 좋은 지원책은 사용자의 접근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이용자에게 특권(privilege)을 주는 것이다. 수원시도 전기차 이용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안다"

 "(헤르만 장관)독일에서의 경험을 말하자면, 전기차를 구매했다고 해서 단순히 혜택을 주진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국가 차원에서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큰 틀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공공부문에서의 접근은 물론 에이전시를 통한 민간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분야 종사자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전국민적으로 E모빌리티를 수용할 수 있도록 홍보에 나서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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