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차 고효율 논란, 미국산 도발에 유럽 '발끈'

입력 2014-02-26 15:30  


 유류비에 민감한 상용차 업계에서 최근 연료효율 논쟁이 뜨겁다. 최근 국내 진출한 미국 '나비스타'가 고효율을 앞세워 유럽 브랜드를 정조준한 것.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용차 브랜드 나비스타는 최근 국내 진출과 함께 보닛이 돌출된 '컨벤셔널 타입'의 대형 트랙터 '인터내셔널 프로스타'를 출시했다. 인터내셔널 프로스타는 475마력의 구동 방식 6x4(6개의 바퀴 중 4개에 동력이 실림) 대형 트랙터로, 나비스타는 공기역학을 고려한 '에어로 노즈' 방식이 연료효율과 정비편의성 등에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논란의 씨앗이 된 건 나비스타가 제품 소개 자료에서 제시했던 연료효율이다. 회사는 새 차의 연료효율을 ℓ당 4㎞라고 소개하며 1등급이라는 표시도 더했다. 대형 트럭은 차체가 큰 만큼 공기저항을 줄였을 때 얻는 장점이 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캡 방식 대비 19% 정도 저항이 적어 연비 면에서 9~10% 유리하다는 것.






 하지만 나비스타의 주장에 유럽 상용차 업계가 반박하고 나섰다. 국내는 물론 다수의 국가에서 상용차 연료효율 표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서다. 동일한 차종이라도 어떤 화물을 적재하는 지에 따라 효율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용차의 특성상 다양한 종류의 특장품을 출고 후 부착하는 만큼 기준 연비가 의미가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와 관련, 스카니아 관계자는 "상용차의 경우 연료효율을 제시하려면 측정 당시 환경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며 "얼마나 많은 짐을 실었는지, 어떤 장치를 장착했는지, 주행 환경은 어땠는지 등을 고려해야 수치를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출시한 스트림라인을 비롯 캡 방식에서도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오랜 세월 진행된 만큼 형태가 다르다고 극적인 연료효율 차이가 발생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다임러트럭도 입장은 비슷하다. 회사 관계자는 "어떤 조건에서 측정한 수치인지 확인되지 않아 (나비스타가 제시한 연비가)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다"며 "상용차의 경우 체감 연비가 중요한데, 1~2년은 운행해봐야 실제 연비를 알 수 있다는 게 소비자 피드백인 만큼 일단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비스타가 제시한 연비 수치가 실제로 높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만트럭버스는 "독일 인증기관 TÜV와 공동으로 440마력 4x2(네바퀴 중 두 바퀴에 동력이 실림) 트랙터 TGX 18 440의 연비테스트를 진행한 자료가 있다"며 "30t의 하중을 실은 상태로 3만2,000㎞~5만1,000㎞를 주행한 결과 ℓ당 약 2.9~3.2㎞의 연비가 측정됐는데, 나비스타가 연비를 측정한 조건이 이보다 엄격하리라 생각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내 대형 상용차 시장은 현대차, 타타대우 등 국내 브랜드와 다임러, 볼보, 만, 스카니아, 이베코 등 수입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시장 규모가 최근 수년간 2,500대 언저리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동안 수입 브랜드 점유율이 50%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이다. 최근 수입차 '열풍'이 불고 있다는 승용 부문의 외산 점유율이 10%임을 고려하보면 상용차 시장이야 말로 수입 브랜드가 사활을 거는 전쟁터인 셈이다. 또한 대당 1억5,000만~2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상품이어서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한편, 나비스타는 "제시한 연료효율의 측정 방식과 환경 등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본사에 자료를 요청한 상황"이라며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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