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만남이 있는 이야기꾼을 꿈꾸다, 방송인 윤지영

입력 2014-03-03 16:35  


[김아현 기자/사진 정영란 기자] “제 이름을 건 방송보다는 마음속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요”

안정된 톤으로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어투 속에 의외의 시원시원함과 소탈한 매력도 엿보인다. 조곤조곤 앞으로의 꿈을 전하는 방송인 윤지영의 목소리다.

해를 거듭할수록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선언이 활발해지며 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 기질을 모두 갖춘 ‘아나테이너’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는 요즘. SBS 출신의 윤지영 전 아나운서 역시 아나테이너로써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15년간 몸담았던 SBS를 나와 2011년 프리랜서를 선언한 그는 현재의 든든한 매니지먼트 파트너를 만나 인생 제2의 전환점을 맞았다. 초심으로 돌아간 그에게 이번 화보 촬영 역시 새로운 도전이다. 경력 15년차의 베테랑 아나운서가 카메라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다소 낯설지만 기분 좋은 설렘이 느껴진다. 

>> 단 한 번의 시도, SBS 공채 아나운서 6기 ‘별’을 따다


누구나 어린 시절 한번쯤 TV에 나오는 사람에 대한 동경심을 품듯이 윤지영 역시 그랬다. 유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에게 눈길이 갔고, 그 자리를 탐하기도 했지만 욕망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어릴 때부터 음악 공부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아나운서는 본인이 가야할 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는데 졸업 후 유학 자금을 모으기 위해 리서치 조사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4급 공무원, 언론인 등 고위직 대상의 설문 조사로 언론사에 찾아가서 직접 언론인을 만나게 됐는데 그 순간 기분이 짜릿하더라구요.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동경심으로 가득 찼죠”

그런 그에게 운명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유학을 두 달 앞둔 시점에 SBS 공채 모집 공고가 뜬 것. 막상 원서를 접수하기는 했지만 기대치가 적어서인지 시험장에서도 편한 마음으로 순간에 충실했다는 그다. 그렇게 연이어 승전보를 울리며 결국에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아나운서 공채 시험에서 단 한 번의 지원으로 별을 따냈다.

기적과도 같은 결과였지만 오히려 입사 후 초반에는 그것이 독이 될 때도 있었다. 방송에 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담감은 고스란히 그의 몫으로 남았다. 아나운서 타이틀을 달기 전까지 오랜 기간 음악인의 삶을 살아온 윤지영에게 무대는 익숙하고도 낯선 환경이었다. 연주자로 무대에 설 땐 혼자 준비하는 시간이 대부분인 반면 방송인은 훨씬 많은 사람과 호흡해야 하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아나운서는 한 회사에 소속돼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같아요. 하지만 그 당시 전 독창적인 플레이어로써의 면모가 강해서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문득 불편한 거 에요. 아나운서는 철저히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서포터로써 주변을 다 아우르고 살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생각 못한 거죠. 거기서 오는 공허함이 컸던 것 같아요”

>> 15년 아나운서 타이틀을 뒤로 한 프리 선언 그 이후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시작은 긴장감을 안겨주고 또 그런 긴장감은 설렘을 부추긴다. 늦은 나이에 대학원 입학을 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비롯됐다. 15년간 몸 담았던 아나운서 직을 떠나 프리랜서로 전향하기까지 고민도 많았을 터. 프리랜서 활동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나이가 더 들었으면 용감하지 못했을 것 같고, 더 어렸어도 나오기 싫었을 것 같은데요. 당시에는 제 위치가 못내 아쉬워서 변화가 필요했던 시점이었어요. 아나운서를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때가 뉴스를 진행할 때였는데 이에 맞물려 인문학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더라구요”

2011년 프리선언 이후 3년의 공백기를 가진 윤지영은 쉬는 동안 욕심났던 학업에 매진하고, 육아에도 전념하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엄마로써, 학생으로써의 역할에 충실했던 그가 2013년 EBS 라디오 ‘명사가 읽어주는 책’을 통해 방송에 복귀했다. 추천해주고 싶은 책으로 오프라윈프리의 자서전 ‘나는 실패를 믿지 않는다’를 꼽은 그는 오프라윈프리의 꿈을 전파하는 예쁜 마음을 닮고 싶다고 전한다.

“언제 어느 자리에서나 꿈이 있어서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어요.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꿈을 품어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방송인으로써의 최종 꿈은 누군가의 롤모델이되는 것인데요. 젊은 여성이 지금의 저를 보고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면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요.(웃음)”

>> 절반의 성공 “순수 예술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올해로 방송 경력 15년차에 접어든 윤지영은 방송에 대해 편안함을 느낄 법도 한데 최근 들어 다시 방송이 뭔지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고백한다. 방송인으로 사는 삶의 매력 중 하나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앞으로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는 순수 예술 영화나 뮤지컬 작품. 과거 아나운서 타이틀로써는 시도할 수 없는 분야였지만 지금은 충분히 현실 가능한 꿈이다. 또 사적인 토크쇼보다는 깊이 있는 주제를 조금은 가볍게 풀어나갈 수 있는 토크쇼를 진행해 보고 싶다는 꿈을 전한다.

“요즘은 꼭 방송뿐만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애환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새 출발을 시작하면서 가끔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고, 덜컹거릴 때도 있지만 다시 시작한다는 초심이 사람에게 큰 용기를 주는 것 같아요. 앞으로 끊임없이 발전하는 모습, 더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해요”

별은 그대로 있어도 스스로 빛나는 법이다. 시작은 미약하고 초라할지언정 존재 자체로 빛을 발한다. 오롯이 자신을 위한 재충전 시간을 통해 삶의 여유와 에너지를 찾은 윤지영의 새로운 행보를 기대해본다.

기획 진행: 전혜정
헤어: 디자이너 대혁, 어시스턴트 해인
메이크업: 디자이너 주희, 어시스턴트 상언
스타일리스트: 임송주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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