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지 기자] 어느 걸 그룹이 ‘넌 내게 똥을 줬어’라는 가사를 소화할 수 있을까.
다른 걸 그룹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유쾌한 에너지에 실력, 미모까지 3박자를 겸비한 걸그룹 ‘스피카’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비록 ‘넌 내게 똥을 줬어’라는 가사는 저속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수정되었지만 스피카만의 개성을 드러내긴 충분했다.
데뷔 2년차, 4집 디지털 싱글 앨범 ‘유 돈트 러브 미(You Don’t Love Me)’로 ‘이효리의 걸그룹’을 넘어 ‘개성 넘치는 실력파 그룹’로 확실한 자리매김에 성공한 스피카와의 유쾌한 만남을 가졌다.
‘유 돈트 러브 미’ 스피카, 1위에 다가서다
‘이효리 작사, 작곡’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유 돈트 러브 미’는 큰 화제였다. 60~70년대 흑인 소울음악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곡은 위트 있는 가사에 브라스 연주가 매력적인 멜로디, 멤버들의 파워풀한 보컬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추며 스피카라는 걸 그룹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컴백 2주 만에 SBS ‘인기가요’ 1위 후보의 자리까지 오른 스피카. 그들은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고 있을까.
“활동 중이기 때문에 사실 외부 반응이 어떤지 피부로 와 닿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높은 유튜브 조회수나 음원 순위, 1위 후보 등의 결과는 물론 길거리에서 저희 음악이 많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며 인기가 높아 졌다고 느낀 것 같아요. 또 같이 활동해주시는 가수 분들께서 노래 좋다고 말씀해 주셔서 뿌듯하더라고요”_나래
스피카가 처음 ‘유 돈트 러브 미’를 이효리에게 전해 들었을 때의 느낌이 궁금했다. 대부분의 멤버들은 ‘투나잇’ 이후 밝은 곡을 많이 해 보고 싶었는데 ‘유 돈트 러브 미’ 역시 밝은 분위기의 곡이라 좋았다는 반응이었다.
“처음 ‘넌 내게 똥을 줬어’라는 가사를 듣자마자 스피카가 아닌 어떤 걸 그룹이 이런 가사를 들고 나와서 노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니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획기적인 무대 구성이 가능할 것 같아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_주현
이전 노래들이 노래방에서 누구나 따라 부르기에는 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이었으면 했는데 이번 ‘유 돈트 러브 미’는 그런 면에서도 딱 이었다. 한 번 들으면 금세 귀에 익는 멜로디는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대중성을 가지고 있었다.
대중성 강한 노래만큼이나 화제가 된 것은 그들이 착용하고 나온 ‘엉뽕(엉덩이 뽕)’이었다. 사전 계획된 것이 아닌 뮤직비디오 현장에서 이효리가 즉석에서 제안한 의견이었다고. 뮤직비디오 콘셉트가 위트있고 재미있는 것이다 보니 멤버들 역시 착용할 때도 별다른 거부감은 없었다고 한다.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다른 멤버들이 엉뽕을 착용했는데 너무 웃기더라고요. 계속 놀리면서 웃다가 제 엉덩이를 보고 조용히 했어요(웃음)”_보아
‘데뷔 2년 차’ 스피카, 무엇이 달라졌을까
“무대 위 표현력이 많이 다양해진 것 같아요. 지금도 물론 부족하지만 데뷔 당시의 어색한 연기와 비교해보면 지금이 더 노래를 즐기고 있고, 노래의 느낌을 더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요”_나래
데뷔 2년 차 가수 스피카의 성장이 궁금했다. 그들이 느끼기에 2년 간 스스로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데뷔 초보다 자신감이 붙고 성장한 것 같다는 지원과 나래와 달리 보아와 주현은 데뷔 초보다 지금이 더 떨린다고 말했다. 매 앨범을 발표 할 때마다 떨림의 강도가 강해진다는 그들의 떨림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사람들이 저에게 주목하고 신경 쓸게 많다보니 ‘잘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압박감 때문에 떨리는 것 같아요. 제가 부족한 것이 제 눈에는 너무 잘 보이니까요. 점점 발전을 해야 하는데 처음이랑 지금이랑 가장 변화가 없는 멤버가 저인 것 같을 정도에요”_주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대에 오르기 전 무척이나 떨린다는 주현의 말에 리더 보아는 담담하게 그를 다독였다. 발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발전을 했기 때문에 본인이 데뷔 초와 비교해 똑같다고 느끼게 되는 것 이라 생각한다는 그. 잘 하고 있으니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보아의 말에서 듬직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보아 역시도 데뷔 초와 비교하면 떨림의 강도는 더하다고. 특히 노래에 대한 욕심이 많다보니 잘 해야 하는데 마음처럼 잘 안 되다보니 더욱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저는 스피카 멤버라면 차라리 데뷔 초와 비교해 발전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어느 부분에서건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순간 그건 끝이거든요. 자꾸 자신을 채찍질하고 고민을 해야 발전할 수 있는 것 같아요”_보아
‘걸그룹 전쟁’ 속 스피카 “스피카의 라이벌은?”
2013년부터 이어진 걸그룹 전쟁은 2014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수많은 걸그룹들이 경쟁하고 있는 이 상황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스피카는 그 상황을 너무나도 태연하게 바라봤다.
오히려 여자라는 이유로 걸그룹에 합류시켜 주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하는 스피카. 그들이 걸그룹 전쟁에서 태연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걸그룹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스피카만의 독보적인 무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저희를 많은 분들이 다른 걸그룹들과는 별개로 생각해주세요. 무대 콘셉트, 음악 색깔이 아무래도 다른 걸그룹들과 차이가 나다 보니 독보적이고 차별화된 걸그룹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요”_지원
그동안 스피카의 무대들은 모두 ‘보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유 돈트 러브 미’ 활동에는 대표님의 “비주얼을 살리자”는 한 마디에 무대 의상부터 메이크업까지 스타일링에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스피카는 ‘노래 잘하는 걸그룹’에서 ‘전원 다 비주얼 되고 가창력 되는 걸그룹’으로 진화했다. 대표님의 뜻대로 된 것이다.
“다른 걸 그룹들과 스피카의 차이점이 있다면 예쁜 것만 추구하지 않고 거기에 다른 무언가를 추가했다는 것인 것 같아요. 내숭을 떨거나 조용하지 않고 유쾌하고 활기찬 저희만의 매력이 다른 걸그룹 사이에서 스피카를 돋보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같아요”_보아
그렇다면 스피카가 평소 라이벌로 여기는 걸그룹은 누구일까. 질문에 스피카는 단호하게 ‘없다’라고 대답하며 스피카의 라이벌은 스피카라고 답했다.
“저희 안에서도 노래 파트, 입고 싶은 옷에 대해 각자 욕심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다른 멤버들 것을 욕심내기 보다는 내가 이 옷을 입어도 스피카가 돋보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마디로 제가 스피카에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거죠. 제 스스로가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제 라이벌이 되는 것은 물론 이 친구들이 제 라이벌이 되어줘야 하겠죠”_주현
‘이효리의 걸그룹 스피카’ 스피카에게 이효리란?
이효리가 스피카의 프로듀싱을 맡으며 스피카에게는 ‘이효리의 걸그룹’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이슈 메이커이자 톱스타 이효리의 이름이 들어간 수식어가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이효리의 프로듀싱에 대해 마냥 감사하다는 그들. 이 전 앨범에는 전체적인 프로듀서가 없어 산으로 갈 때가 있었는데 프로 중의 프로 이효리가 프로듀싱을 맡으며 앨범의 큰 그림을 잘 그려준 덕에 큰 도움이 되었고 배울 점도 많았다고 한다.
“앞으로 저희가 잘 되더라도 효리 언니가 계속해서 저희를 프로듀싱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의견이 많이 담긴 앨범이 나와도 “알아서 해!” 하고 방생하시지 말고 계속 관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를 놓지 말아주세요”_나래
그렇다면 평소 스피카에게 있어 이효리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일지 물었다. 답변은 깔끔했다. 이효리는 스피카에게 있어 ‘효느님’ 그 자체였다.
“‘투나잇’ 가사 중에 ‘내 앞에 짠하고 니가 나타난 거야’라는 가사가 있어요. 그걸 보자마자 다들 입 모아 “이건 효리 언니 얘기인데요?”라고 말했죠(웃음)”_보아
‘20대’ 스피카 달콤한 로맨스를 꿈꾸다
20대, 한창 연애를 즐길 나이다. 활동 때문에 연애가 자유롭지 못한 그들이 꿈꾸는 로맨스가 궁금했다. 스피카가 바라는 이상형을 묻자 예상보다 디테일한 답변들이 쏟아졌다.
“이상형은 이상형이니까. 제 키가 크다보니 키가 187cm에 하얀 피부, 모델 같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제가 쏙 빠질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사람이어야만 해요”_보아
“어떤 분야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연애를 할 때 이성에게만 매달리는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상대방도 일할 때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외모는 눈이 찢어진 분들을 좋아해요. 김범수 선배님이나 블락비 지코 선배님 같은 분들이요. 제 첫사랑도 눈이 찢어졌었거든요(웃음)”_나래
각기 개성이 다른 만큼 멤버들이 바라는 이상형 역시 겹치지 않았다. 마치 친구들과 수다를 떨 듯 진지하지만 유쾌하게 본인의 이상형을 이야기하는 멤버들은 매우 즐거워 보였다.
“저는 친구 같은 남자가 좋아요. ‘친구 같은 애인’이요. 오래 알고 지내다 사랑으로 발전하는 연애를 해보고 싶어요. 연예인 중에서는 원래 공유 선배님을 오래도록 좋아했어요. 요즘에는 SBS 드라마 ‘상속자들’ 김탄 역의 이민호씨가 좋더라고요. 사랑밖에 모르는 남자 멋있잖아요”_지원
“어느 정도 저에게 집착해주는 남자요. 사랑받고 있는 느낌이 들잖아요. 집착 좀 있고 남자답고 섹시한 사람, 구릿빛 피부에 입 꼬리 올라가고 홑커풀이면 완벽할 것 같아요. 최근 완벽한 외모 이상형을 찾았어요. 배우 김영광씨요. 보고 깜짝 놀랐어요”_주현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디테일해지는 설명에 나래는 심지어 다크서클 있고 얼굴에 상처 하나쯤 있는 남자가 좋다고 이야기하기도. 마치 상남자의 표시 같아서 매력적이어 보인다고 한다.
또한 주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본인에게 겁먹는 남자들이 있었다며 되도록 본인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이기도. 그렇다면 스피카는 연애와 관련해 특별히 해 보고 싶은 것이 있을까.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원래 이상형이었던 케이윌 선배님과 함께 ‘우결’에 출연한다면 너무 재미있고 좋을 것 같아요”_주현
‘여성들의 워너비 몸매’ 스피카에게도 고충은 있다
걸그룹에게 있어 결코 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다이어트’다. 화면에 조금이라도 날씬해 보이고 예쁘게 나와야 하는 것이 걸그룹의 숙명 아닌 숙명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스피카 역시 먹을 것을 줄이고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는 등 몸매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렇다면 스피카가 해온 다이어트 중 역대 최악의 다이어트는 무엇일까.
“식사 대용식을 하루 2끼 먹었어요. 근데 먹고 밥까지 먹으니까 하루 5끼를 먹는 셈이 되더라고요. 2주 만에 5kg이 쪘는데 건강하게 살을 찌우는 식사대용식으로 찐 살이라 그런지 잘 안 빠져서 큰일이었어요”_나래
“허영생 선배님의 ‘렛잇고(Let it go)’ 피처링을 할 당시 하루 두 번씩 운동을 가는데 밥을 한 끼만 먹었어요. 그것도 닭가슴살 이런 저열량 음식을 먹었더니 2주만에 7kg이 빠지긴 했는데 어깨 염증까지 생기고 너무 힘들더라고요. 한 달 정도 활동이 끝나고 친구들 만나서 밥을 먹으니 순식간에 4kg이 늘더군요(웃음)”_주현
스피카, 저마다의 미래를 꿈꾸다
스피카 멤버들에게 있어 그룹 ‘스피카’는 어떤 의미일까. 그들에게 스피카는 한 단어로 정의내리기엔 굉장히 복잡한 존재였다.
“스피카는 ‘새둥지’같아요. 새들이 둥지를 만들 때 나뭇가지를 하나하나 모아서 만들잖아요. 저희도 각자, 혹은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결국엔 스피카라는 둥지가 있기 때문에 저희가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둥지가 미흡하다 싶을 땐 확장이나 축소, 변형이 가능하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스피카는 콘크리트가 아닌 나뭇가지로 만들어진 새 둥지 같아요”_나래
그렇다면 스피카 멤버들이 꿈꾸는 스피카의 미래는 어떨까.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스피카는 또렷하게 본인들의 미래 모습을 그려오고 있었다.
앨범도 많이 내고 오랜 시간 함께 활동하며 ‘한국 최초의 유부녀 그룹’이 되는 것이 그들이 꿈. 여기에 해외공연도 많이 다니고 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계속해서 소통할 수 있는 그룹이 되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저희가 개개인으로 풀 수 있는게 많은 그룹이거든요. 나중에 각자 활동을 하더라도 뭔가 하자고 했을 때 잘 모이고 서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기꺼이 힘을 합쳐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사이가 계속 이어지길 바래봅니다”_주현
스피카가 아닌 서로가 꿈꾸는 저마다의 꿈도 궁금해졌다. 걸그룹 스피카의 멤버가 아닌 단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그들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을까.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어요. ‘진짜 사랑’이요. 열정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_지원
“유니세프나 초록우산 같은 어린이 재단을 설립하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겠지만 미래를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그리고 죽어서 묘비에 글귀를 새길 때 ‘한 바탕 잘 놀았다’라고 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희 직업이 옛날로 치면 광대다 보니 후회 없이 놀다 간다는 의미로 이렇게 쓰고 싶어요”_나래
“사랑을 하던 일을 하던 주저 없이 사는 것이 저에겐 ‘행복’인 것 같아요. 한 번 사는 인생 어중간하게 살지 않고 제 삶의 우선순위와 가치관, 목적을 잘 세워서 주저 없이 살아가고 싶어요”_주현
“누가 봐도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계속 노래를 하고 싶은데 나이가 들어도 노래로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또 지금 제 자신에게 만족을 못하는데 스스로를 계속 갈고 닦아 언젠가는 제 자신에게 “그래 보아야. 너 잘하고 있구나. 멋있어”라고 위로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_보아
기획 진행: 송은지, 구혜진
포토: bnt포토그래퍼 최승광
영상 촬영, 편집: 이홍근
의상: 드랑, 스타일난다, 모스아일랜드
주얼리, 시계: 리치봉, 베카앤벨
백: 아틀리에K, 폴스부띠끄
선글라스, 슈즈: 에드하디, 탠디
헤어: 정샘물 West점 조성현, 이근영 아티스트
메이크업: 정샘물 East점 고미영 부원장, 최윤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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