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나 기자] 보는 것만으로 섬뜩해지는 스릴러 퀸부터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까지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 배우 서영희.
1999년 연극 ‘모스키토’로 연기에 첫 발을 내딛은 후 올해로 데뷔 15년이 흘렀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연예계에서 10년이 넘은 세월 동안 묵묵히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것.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 그녀는 오히려 즐겁고 행복했다고 운을 뗀다.
서영희는 “사실 15년이 흘렀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별로 한 것은 없는데 시간만 흐른 기분이랄까.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동안 재밌게 촬영했고 연기했던 모든 것들이 즐거운 추억이 됐다”며 “앞으로 40년은 더 해야 하는데 이제 시작이다”고 덧붙였다.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피의 복수를 하는 김복남으로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녀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자유자재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 것. 현재 출연하는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는 스릴러 퀸과는 정반대인 한없이 밝고 명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서영희의 과거보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배우로서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것. 또한 자신의 일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자세를 가졌기 때문이다.
‘쿨하다’라는 말을 싫어하고 배우 김혜숙의 열정과 에너지가 존경스럽다는 그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따스한 봄 햇살을 닮은 서영희를 만나봤다.
요즘 드라마 ‘세번 결혼한 여자’ 촬영 중이다. 바쁠 것 같은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
일주일에 2~3번 촬영하고 있어 여유롭다. 조한선씨랑도 세 번째 작품이고 워낙 친한 사람들이 많아 편하고 재밌게 촬영하고 있다.
극중에서 밝고 쾌활한 박주하 역을 맡았다. 결혼할 뻔한 전남친과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도 쿨하게 받아들이는 캐릭터다. 실제 성격이랑 맞는 부분이 있나?
드라마 속 역할과 실제 성격과는 50% 정도 맞는 것 같다. 밝게 사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내가 실제로 그런 상황이라면 전남친을 마음 편히 볼 수 없을 것 같다. 둘 다 안 보던지, 현수(엄지원)에게 한 명만 선택하라고 하던지, 결혼한다면 나는 빠지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는 ‘쿨하다’라는 말을 안 좋아한다. 나의 감정을 감추고 싶을 때 포장하는 말인 것 같아서 좋아하지 않는다. 극중 주하도 쿨한 척 하는 것이지 실제로는 100%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렇다면 실제 성격은 어떤가. 차분할 것 같은데…
20대 때는 억지로라도 밝아 보이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나이가 30살이 넘어가니 내 감정을 눌러가면서까지 굳이 밝은 척을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게 됐다.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말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참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 20대가 웃으면서 약간 붕붕 떠있는 상태라면 지금은 좀 더 가라앉은 기분이랄까. 그렇다고 어둡다는 것은 아니다(웃음)
‘세번 결혼한 여자’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꼼꼼하기 소문난 작가인데 촬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사실 이번 드라마를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김수현 작가님이 어떤 분일까 궁금해서였다. 까다로운 분이시란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막상 겪어보니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세심한 것이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일러주고 싶으신 마음에 더욱 세심하게 체크해서 말씀해주시는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하면 다 맞는 얘기다. 존경스럽다.
1999년 연극 ‘모스키토’로 데뷔한 후 15년이 흘렀다. 감회가 남다를꺼 같은데
15년이라…사실 실감이 안 난다. 횟수를 세면서 연기한 것이 아니니깐. 별로 없는데 시간만 흐른 기분이다. 아쉽긴 하지만 그동안 재밌게 촬영하고 연기했던 것들이 모두 추억이 됐다. 추억이 참 많았구나 라는 생각만 든다. 지루하거나 힘들거나 하지 않았다.
대중들에게 서영희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이 있듯이 본인에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상도 받고 인정도 받은 작품이라 정이 많이 간다.
특히 촬영을 할 때 그렇게 몰입해서 찍었던 적이 없었다. 섬에서만 찍었기 때문에 더 집중했었고 저예산 영화다보니 만드는 사람들 모두 열정적이었다. 모든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는 현장이였기 때문에 나도 같이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다.
스릴러 영화부터 지금 드라마처럼 밝고 쾌활한 캐릭터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다. 연기 스팩트럼이 넓은 배우라고 평가받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스펙트럼이 넓은지 모르겠지만.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의 내 캐릭터가 다른 점이 재밌다. 드라마에서는 계속 밝은 이미지의 역할만 하는데 영화에서는 죽거나 어두운 이미지를 주로 맡는다. 어떻게 보면 양쪽을 다 경험하고 충족시킬 수 있어서 마음의 위안이 된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다면
이번 드라마에서 밝은 역할을 했으니 다음 영화에서는 극하게 어두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아니면 정말 극하게 밝고 명랑한 역할도 괜찮다.
어렸을 때부터 40대가 되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역할이 있었다. 영화 ‘아멜리에’ 주인공처럼 밝고 엉뚱하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역을 해보고 싶다. 그 나이가 지나면 할 수 없는 역할이라 더욱 욕심이 난다.
15년 동안 배우로 살아왔는데...그동안 느낀 배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오늘 같은 날인 것 같다. 일상적이지 않은 이런 화보 촬영도 하고,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
지금 가고 있는 길 외에 다른 길은 생각이 안 난다고 했는데…그럼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나?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했다. 고등학교 때는 보석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고 건축에도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대학교때 연극영화과를 갔고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도 ‘이 길이 맞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 것 외에 다른 일은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
그럼 언제부터 배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나?
1998년도에 연극을 봤는데 재미있어 보였다. 연극 하는 사람들이 부럽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 바로 연극영화과 시험을 봐서 합격했고 오디션을 통해 1999년도에 첫 번째 연극을 하게 됐다. 당시에 최연소 연극 배우로 신문에도 나고 그랬다(웃음)
2011년에 결혼해서 현재 결혼 4년차가 됐다. 결혼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결혼을 하고 심적으로 더 편해졌다.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는데 오히려 집 안에서 더 밝은 것 같다. 서열상 막내이기 때문에(웃음). 남편이 나와 반대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서 서로 더 많이 배우고 그러는 편이다. 그래서 싸움도 잘 안한다
배우와 아내, 며느리로서 서로 다른 역할로 살아갈 때, 집 안의 모습과 밖에서의 나를 동일선상에 놓으면 힘들다. 따로 떼어내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밖에서는 철저하게 배우로, 집 안에서는 아내, 친근한 며느리에 맞게 생활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 결혼한 미시 배우들이 많다. 전지현이나 김희선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좋다. 나도 미시 배우니깐. 특히 아기를 낳고 나오는 선배들 보면 정말 좋아 보인다. 엄마 역할을 하려면 진짜 엄마가 돼야 하고 결혼한 사람이면 진짜 결혼을 해봐야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 결혼하면 마음도 유해지고 넓어지는 것 같다. 어딘가에 편하게 기댈 곳이 있으니깐 밖에서도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
배우, 그리고 사람으로서 서영희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
40년 후까지 연기하고 싶다. 연기자로서 뿐만 아니라 무엇을 하든지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다. 연기도 즐거울 때까지 하고 싶다. 즐겁지 않고 버겁다고 느낄 때 내려놓을 예정이다. 지금은 나문희, 김혜숙 선생님처럼 30~40년이 지나도 꾸준히 연기를 하고 싶다.
특히 김혜숙 선생님을 존경하는데 그 분의 연기에 대한 에너지와 열정은 감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그 나이에 그런 열정이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존경스럽다.
기획 진행: 윤희나
포토: bnt포토그래퍼 이경섭
영상 촬영, 편집: 이홍근
의상: 맘누리, 에린블리스
주얼리, 시계: 뮈샤, 라뮈샤, 베카앤벨
헤어: 이경민 포레 재선 원장
메이크업: 이경민 포레 지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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