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F/W 서울패션위크] 특별하지 않은 사소한 것에서 예술을 창조해내는 디자이너 오유경

입력 2014-03-20 11:09  


[구혜진 기자] 작은 체구의 귀여운 외모,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4’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디자이너 오유경. 그녀와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즐겁고 화기애애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까칠한 디자이너라기보다 직원들을 살뜰히 챙기고 자신의 일을 ‘유쾌하게’ 즐기고 있는 맑은 영혼의 디자이너였다.

2009년 사디(SADI) 졸업쇼를 준비하면서 모스카를 론칭. 트렌드를 따르기 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위주의 작업을 한다는 그녀는 흔하고 일상적이어서 재미없는 것들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위트와 독창성으로 세계를 홀린 디자이너 스키아파렐리로부터 브랜드 모티브를 얻어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다는 분명한 꿈이 있는 디자이너다. 멋있어 보이는 디자이너가 아닌 유쾌하고 즐겁게 패션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그녀.

연령에 상관 없이 모두가 입을 수 있는 옷, 다양한 시도를 하며 롱런하는 미래를 꿈꾸는 소녀감성 디자이너 오유경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Part1. 과거 “나의 재능은 피나는 노력으로부터 얻어진 결과이다”


디자이너의 꿈은 언제부터 키워온 것인가?

다섯살 때 그림을 그리면서 사람 옷을 그리기 시작했다. 보그 잡지를 봤는데 화보의 주인공이 모델이 아닌 옷이었다. 그때부터 장래희망란에 ‘디자이너’라고 적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가?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아 다방면에 욕심을 많이 부렸다. 니트, 그래픽디자인, 패턴, 봉재 등 열심히 배웠다. 그런데 막상 디자이너가 되고 보니 이런 활동들도 도움이 됐지만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기술적인 면에 포커스를 뒀다면 지금은 어떤 색, 어떤 느낌, 어떤 선이 좋을지 먼저 생각한다. 영감을 얻기 위해 독서도 꾸준히 하고 전시회, 영화 등의 문화생활을 다양하게 접하며 생각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런데 막상 실제적인 영감은 ‘소소한 것’들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

남성복을 전공했는데 여성브랜드 모스카를 론칭한 이유는?

전략적인 측면이 강하다. 모스카 론칭때 남성복 매장이 너무 적어 여성복으로 시작하게 됐다. 지난 시즌부터는 남성복도 제작하고 있다. 많이는 아니지만 나중에는 남성복, 여성복을 함께 디자인 하고 싶다.

SADI(삼성디자인학교)출신의 순수 국내파 디자이너로서의 고충은?

결과적으로 봤을 때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예전에는 디자인 심사가 있을 때 질문조차 받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이력서만 보고 패스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이제는 외국에서도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에.

#Part2. 현재 “2014 F/W 서울패션위크 콘셉트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14 F/W 서울패션위크의 콘셉트 및 특별한 점은?

이번 쇼에서는 관객에게 많은 얘기를 하지 않는다. 단어, 콘셉트 등 어떠한 얘기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쇼를 보고 관객 스스로 느끼는 생각과 감정이 이번 쇼의 특징이다. 쇼를 보고 “어디서 모티브를 얻었을까” 생각하기 보다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느끼기 바라는 마음이 크다. 따뜻함, 풍만함, 아슬아슬함 등 다양하게.

그리고 이번에는 쇼에서 잘 쓰지 않는 음악인 ‘왈츠’를 선택했다. 쇼 음악은 남자친구가 제작했다. 힙합을 하는 남자친구가 왈츠를 만드느라 고생이 많다. (웃음) 이번에는 의상에 들어가는 자수를 다 일일이 수작업 했다. 의상에 들어가는 것도 있고 액세서리에 들어가는 것 등 다양하니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2014 F/W 서울패션위크의 영감은 어디서 얻었나?

이건 비밀인데 특별히 살짝 알려드리겠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이번 쇼의 모티브이다. 현실같지 않으면서 현실적인 내용을 담았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인지 모르는 모호함 속에서 결국에는 보편적인 감정(사랑)을 찾는다는 스토리로 꾸몄다. 그 보편적인 감정이 사람, 세계를 변화시킨다는 내용이다.

초반에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답을 얻으려고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다. 그런데 사실 이런 내용을 쇼 안에 다 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관객 스스로 느끼는 걸로. (웃음) 의상에 들어가는 자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되는 프랑스의 콜마르 간판이다.

쇼를 준비하며 어려웠던 점은?

홍콩과 거래를 하고 있어 쇼 의상을 2벌씩 제작해야 했다. 일이 너무 많았다.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 중이라 더 바쁜 것도 있다. 그러나 작업적으로는 오히려 더 재미있게 작업했다. 작업 초반에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답을 얻으려고 영화를 계속 봤다. 답을 찾지 못해 너무 답답했는데 “내가 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좋아했고 매력을 느꼈는가?” 라는 물음을 던져보니 초심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느끼는 그대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2010 F/W 노숙자, 2011 S/S 꼬마니콜라, 2011 F/W 십자가를 모티브로 한 무종교주의 바람난 여자 등 재미있는 소재의 스토리가 궁금하다

노숙자-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에는 돈이 없어 예쁜 원단을 못썼다. 원단을 쓰고 남은 것을 싸게 가져다 재단을 할 때 쌓아놓고 랜덤으로 재킷 47개를 만들었다. 각기 다른 컬러, 소재의 의상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 당시 배고팠던 상황을 생각하며 노숙자라는 콘셉트를 만들었다.

꼬마니콜라- 나이가 들었지만 철이 덜 들었다. 어릴 때는 나만의 생각, 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른들은 애들 생각으로 치부해 버렸다. 꼬마니콜라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 그런 의미를 생각하며 디자인 했다. 꼬마니콜라를 그린 장 자끄 상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에서 영감을 받아 빨간색을 많이 사용했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편한 느낌과 친구들에 대한 의미도 담았다.

무종교주의 바람난 여자-나는 종교가 없지만 종교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 옷을 입는 사람한테 갑옷과 같은 보호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Part3. 미래 “계획 없이 살지만 항상 꿈을 꾼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그냥 그때그때 닥치는 대로 일을 처리하는 편이다.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항상 꿈이 있다. 쇼도 많이 하고 싶고 해외진출도 하고 싶다. 해외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분명 이루어질 것이다.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될 것이다.

근데 왜 결혼은 안 그럴까? (웃음) 또 한가지 꿈이 있는데(웃음) 나중에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면 연기, 쇼면 쇼, 뭐가 됐든 활짝 표현하고 싶다. 먼 훗날에는 패션과 음악이 결합된 문화예술도 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제 기사를 보는 모든 분들의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 나 또한 아직까지는 미약한 디자이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참고 기다리다 보면 먼 훗날 분명 잘 될 것이다. 패션계 디자인계 어느 분야든지 다 잘 풀리는 그날까지 모두 힘을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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