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Talk] 랄프 로렌 “나는 트렌드를 믿지 않는다”

입력 2014-03-24 09:12  


[최원희 기자] “나는 패션이나 트렌드를 믿지 않는다. 디자인에는 변하지 않는 본성이 있다고 믿는다”

미국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디자이너이자 패션계의 코카콜라 랄프 로렌. 그는 폴로의 창시자이자 상류층 의상을 보편화시킨 디자이너로 대중으로 하여금 그의 의상을 통해 누구나 특권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실용성, 마케팅의 천재, 전통적인 프레피 룩의 재발견, 클래식 등 그를 아우르는 수식어들은 무수히 많다. 또한 1986년 ‘올해의 디자이너’ 선정, ‘1991년 ‘라이프타임 어치브먼트 어워드’에 이어 1995년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 타이틀 등 수많은 수상 경력만 보아도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국민 디자이너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랄프 로렌의 어떤 점이 수많은 미국인들의 환호를 이끌어낸 것일까.

■ “나는 옷이 아닌 꿈을 디자인한다”


마이클그로스의 ‘랄프로렌 스토리’에서는 그를 ‘대중들이 보는 신사의 모습과 나르시스트이자 몽상가인 한 인간’으로 평가한다. 유대인이라는 가문과 태생을 숨기려 하는 듯한 본성과 외적인 화려함과 사치스러움에 대한 동경을 가진 이로 그려내기도 한다. 진짜 랄프 로렌은 어떤 디자이너일까.

뉴욕 브롱크스의 중산층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머니가 양육했고 아버지는 집을 칠하는 예술가였다. 랄프 로렌은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방과 후에 돈을 벌어서라도 고급스러운 옷을 선택하는 패셔니스타였다.

그는 맨하탄에 있는 컬리지에서 경영 전공을 선택했지만 중퇴를 했다. 그 후 장갑 회사를 거쳐 넥타이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패션업계로 발을 디딘다. 일하는 동안 그는 넥타이를 디자인했고 이를 계기로 폴로를 설립한다.

폴로는 오늘날 영국의 트위드 프레피룩으로 알려지지만 큰 성공을 이루지 못하고 그 때 ‘포장과 연출의 중요성’에 대해 배운다. 그리고 고품질 원단으로 만든 남성복 셔츠와 수트라인으로 강하고 맵시 있는 스타일로 회사원들을 공략하는 데에 성공한다.

그의 탁월한 사업 감각 외에도 그의 상품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맞서는 능력과 고집은 그에게 많은 성공과 부를 안겨준다.

■ “패션이 아니라 스타일이다”


현재 43개의 프리스탠딩 매장과 76개의 해외 매장을 소유하고 있는 랄프 로렌. 1967년 남성용 넥타이 사업을 기반으로 시작된 그의 사업은 남성복뿐만 아니라 여성복, 액세서리, 향수, 홈 퍼니싱 등 제품 라인을 확대시키며 전개하고 있다.

전통적인 영국 스타일에 미국식 스타일을 가미시키며 트렌디와 클래식의 대명사로 인정받고 있는그는 ‘패션이 아니라 스타일이다’라는 문구로도 유명하다.

그는 패션 마케팅에 있어서도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1971년 미국 디자이너 중 최초로 비버리 힐스에 개인 소유의 프리 스탠딩 매장을 열며 이어 10년 뒤에 유럽까지 진출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인 그는 유럽에 자신의 매장을 소유한 최초의 미국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안고 세계적인 매장 확대에 나선다.


또한 한 매장에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원스톱 쇼핑 기법을 도입하며 세계 유통 시장에 신선한 제안을 한다. 이것은 그의 상품을 사는 이들에게 어떤 계층과 지위에 속한 느낌을 주었고 단순한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닌 ‘개인의 품격’을 파는 것이라는 의도를 적중시킨 것.

“아침에 폴로 향수를 뿌리고 밤에 폴로 이불에서 하루를 정리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미국인들의 라이프를 제시하기도 한 그가 마케팅의 천재로 불리우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 “나는 하나의 옷을 파는 것이 아니다. 나는 하나의 세계, 삶의 철학을 제공한다”


랄프 로렌은 다양한 문화와 계층을 존중했다. 컬렉션에도 흑인 모델들을 내세우며 세계가 함께하는 글로벌 패션의 역량을 보여준 것.

이는 다양한 이들에게 존중을 받을 수 있었던 그만의 마케팅 비법임과 동시에 그가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자연스럽게 격식을 갖추어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을 디자인하는 명품 디자이너로 평가 받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순수 면의 사용과 옥스퍼드 원단의 사용, 주름 바지, 윙 칼라, 꽃무늬 실크 스커트 등의 시도, 무릎 길이로 연장시킨 드레스 스타일의 시도와 같은 평범함 속 작은 변형은 랄프 로렌의 디자인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애당초 땀으로 흥건한 스포츠의 본질을 건드리지 않은 그의 디자인은 외적인 면모가 전부였다. 실용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이미지적 스포츠’를 제시한 디자인으로 한계를 드러내 보이기도 한 그의 디자인은 ‘시장 중심적이다’는 비평을 받기도 한다.

기능을 위해서는 품위를 양보해야 하고 품위를 위해서는 기능을 양보해야 한다는 상식을 깨며 귀족적 스포츠를 제시한 그이지만 내용의 빈약함에 대한 비판을 어떻게 풀어갈 지는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사항이다. (사진출처: 랄프 로렌 공식 홈페이지 내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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