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제 인턴기자] “한 번 좋아하면 그 것만 좋아해요”
평범한 일상 속 한 순간의 설렘에 흔들렸던 남자와 그 것을 사랑이라 믿으며 겁 없이 다가오는 여자. 설렘이 집착으로, 집착은 광기로 변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이들에겐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영화 ‘가시’(감독 김태균)는 평범한 일상을 살던 여고 체육선생님 준기(장혁)에게 찾아온 겁 없는 여고생 영은(조보아), 그리고 시작된 사랑이란 이름의 잔혹한 집착을 그린 서스펜스 멜로 영화이다.
럭비 국가대표 출신의 체육선생님 준기는 하루하루 별 차이 없는 잔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런 그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온 영은은 “겁 안나요. 원래 겁 없거든요”라는 대사처럼 당돌하다 싶을 정도로 호감을 드러낸다.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영은을 밀어내려고 하던 준기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를 의식하게 되고 설렘을 느끼게 된다.
결국 비 오는 학교에 갇힌 두 사람은 충동적인 키스를 나눈 뒤, 돌이키지 못할 ‘집착’과 ‘광기’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처럼 영화 ‘가시’의 초반부는 멜로의 색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감정을 엄밀히 따져 본다면 영은은 집착, 준기는 한 순간의 일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충동적인 상황 이후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는 준기와는 반대로 영은의 집착은 더욱 심해지며 영화는 점차 파국으로 치닫는 흐름을 보이게 된다.
김태균 감독은 “멜로와 스릴러라는, 결코 붙을 수 없는 장르이지만 감독으로서 처음 시도되는 장르에 대한 실험을 한 번 쯤 해보고 싶었다”며 “극적으로 설정되면서 현실감 없게 느껴지는 캐릭터들끼리 부딪히는 것을 보고 사랑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할 여지를 주고 싶었다”는 기획의도를 밝혔다.
독특한 캐릭터와 장르적인 도전을 선택한 영화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캐릭터를 꺼내놓는 방식에서 다소 아쉬운 선택을 한다.
우선 영화 ‘가시’는 준기의 심리를 풀어내는데 공을 들인다. 역동적이었던 대학시절, 학교에서 잔잔한 일상, 답답한 시댁과의 관계 등 어딘가 막혀있는 듯한 삶을 살고 있는 준기를 보여주면서 영은으로 인해 흔들리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하지만 영화는 영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영은이 준기를 사랑하게 된 계기나 상황에 대한 장면들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영화 중반에 영은이 대기업 임원의 숨겨둔 딸이고 계속 혼자 지냈다는 설명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의 강한 집착 역시 이해되지 않는다.
이 같은 부분은 결국 극적인 캐릭터를 이해시키느냐 통보하느냐의 차이이다. 일상 속 설렘에 흔들린 준기나, 가정을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이든 해내는 서연(선우선)과는 다르게 영은에게는 아무런 설명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초중반부의 영은의 감정은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게 되고 관객들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가시’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력으로 장르적 특성을 살려내면서 자신들만의 힘을 발휘한다. 특히 장혁은 흔들리는 준기의 심리를 촘촘하게 풀어내며 ‘역시 장혁’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조보아 역시 순수하면서도 광기 어린 캐릭터를 훌륭하게 표현해내며 과거에 겪었던 연기 논란을 정말 ‘과거’의 일로 만들어버렸다. 극적인 설정의 캐릭터, 첫 베드신, 스크린 데뷔 등 여러 가지 부담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영화의 중심을 잡으며 이야기의 흐름을 이끄는 24살 여배우의 모습은 분명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가시’의 김태균 감독은 영화의 관전 포인트를 묻자 “영화를 보고 사랑을 느끼기보다는 먹먹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마지막에 가서 모든 등장인물에 대해 연민을 느꼈으면 한다”고 답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 관객들의 가슴 속에 느껴지는 감정이 먹먹함일지, 연민일지, 아니면 또 다른 감정일지 궁금증을 갖게 한다. 이달 10일 개봉. (사진제공: 인벤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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