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40년 전통 먹자골목을 맛보다… 마약김밥, 육회 그리고 전

입력 2014-04-14 11:47   수정 2014-04-14 11:47


[최광제 인턴기자] 3월14일, 화이트데이에 광장시장을 방문했다. 전날 KBS2 ‘생생정보통’을 통해 전파를 타서 그런지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방송에 직접적으로 소개된 육회 가게는 오전 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번호표가 40번대 이상 밀려있을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 광장시장은 전체적으로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식사 하러 오신 어르신, 방송 보고 오신 어머님, 애기손 잡고 온 가족, 다정하게 구경하고 있는 커플,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는 외국인 등으로 넘쳐나며 광장시장의 어딜 가든 시끌벅적했다.

종로5가에 위치한 광장시장은 100년이 넘은 긴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품목들을 다루고 있었다. 한복, 양복, 침구류, 생활용품, 구제 상가, 직물 등등… 그렇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역시 40년 전통의 먹자골목이었다.

광장시장 먹자골목에는 모든 종류의 길거리 음식이 모여 있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마약김밥과 육회, 각종 전 뿐만 아니라 떡볶이, 순대, 칼국수, 팥죽, 족발, 회, 수수부꾸미, 비빔밥 등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고 있었다. 또한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먹자골목은 밀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금새 시끌시끌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메뉴들 중에서도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음식 이름을 대라면 마약김밥과 육회 그리고 전을 꼽을 수 있겠다. 특히 이 메뉴들을 다루는 가게들 중 몇몇 가게는 방송을 통해 소개된 이후 줄을 서서 한참 기다린 뒤에야 차례가 올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음식이 된 마약김밥, 육회, 그리고 전. 이 음식들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세월이 지나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일까.

■ 마약처럼 중독성 넘치는 ‘마약 김밥’


마약처럼 한 번 먹게 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맛이라고 해서 붙여진 마약 김밥. 광장 시장을 대표하는 음식답게 줄줄이 이어진 가게들의 빈자리가 없을 만큼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마약 김밥을 처음 본 사람은 썰렁하다 싶을 정도로 간단한 모양에 당황할 수 있겠다.

마약 김밥은 거창한 이름과는 다르게 당근과 시금치 그리고 단무지가 들어간 것이 전부이며 같이 나오는 것도 겨자 소스 뿐이다. 마약 김밥이 이렇게 단순한 모양을 가지게 된 데에는 재료가 넉넉하지 않던 시절부터 장사를 시작한 탓에 최소한의 재료로 간편하게 빨리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화려한 맛을 생각하고 온다면 마약 김밥을 먹은 뒤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마약 김밥은 화려하기보단 담백하고, 자극적이기보단 고소한 맛을 가지고 있다. 또한 화학조미료는 들어가지 않은, 말 그대로 정성어린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 바로 마약 김밥이다. 뿐만 아니라 마약 김밥은 한 입에 쏙 들어오는 크기이기 때문에 톡 쏘는 겨자 소스에 찍어서 먹다보면 어느새 빈 그릇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광장시장의 마약 김밥은 대부분의 가게들이 비슷비슷한 가격에 판매한다. 1인분에 7~8개 정도로 되어 있으며 2천5백원~3천원 사이를 오가는 수준이다. 처음 먹을 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먹더라도 시간이 흐른 뒤 생각나서 다시 오게 된다는 마약 김밥. 광장시장에 들른다면 놓치지 않고 꼭 먹어야 하는 음식임이 틀림없다.

■ 입 안에서 사르르 놓는 ‘육회’


광장시장에서 육회는 먹자골목에선 찾아볼 수 없다.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작은 골목에 4~5개 정도의 육회 가게가 모여 있는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그 맛은 일품이기에 작은 골목의 육회 가게들은 언제나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육회는 생고기에 가깝게 먹는 음식인 만큼 맛있기 위해선 역시 고기가 신선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육회 가게 주인들은 매일 새벽마다 국내산 고기를 직접 구매해온다고 한다. 다른 곳의 육회에 비해 광장 시장의 육회가 더욱 부드럽고 녹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육회를 주문하게 되면 배와 계란 노른자가 함께 나온다. 그러면 계란 노른자를 터트려 섞은 뒤 육회와 배를 함께 집어 들고 기름장에 찍어 입 안에 넣어보자. 씹으면 씹을수록 쫄깃함이 느껴지다가 금새 목 뒤로 넘어간다. 계란 노른자의 향과 배의 아삭함 역시 일품이다. 광장 시장에서 육회의 가격은 1만2천원 선으로서 시중의 가게들보다 저렴하지만 양은 그 이상으로 주기에 만족스럽다.

만약에 식사를 하고 싶다면 육회 비빔밥을 먹어보는 것도 괜찮다. 가격은 6000원이지만 인심 후하게 밥과 육회, 야채를 넣어준다. 성인 남자 한 명의 양만큼 넉넉하게 주기에 여자들은 주문할 때 먹을 양을 잘 계산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광장 시장의 육회 가게들은 매일 아침 사오는 신선한 육회를 저렴한 가격에 많이 준다. 넓고 넓은 광장 시장에 몇 군데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만약에 아직 광장 시장에서 육회를 먹어보지 않았다면 꼭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광장 시장의 육회 가게가 번호표를 놓을 만큼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게 될 테니 말이다.

■ 온갖 종류가 다 모여 있는 ‘전’


광장 시장 먹자골목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가게는 전집이다. 대부분 전 가게들의 메인 메뉴는 빈대떡인데 광장 시장의 빈대떡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즉석에서 바로바로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주인아주머니들은 녹두를 맷돌에 갈고 김치와 나물 등을 넣어 반죽을 만든 뒤 그대로 불판에 부쳐낸다. 빈대떡 특유의 고소한 냄새와 지글지글 소리를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침이 돌면서 발걸음을 멈춘 채 그 광경을 구경하게 된다.

이렇게 주인아주머니들이 쉴 새 없이 만들어내는 빈대떡은 웬만한 남자 손보다 크기가 크지만 한 장에 4천~5천원 정도의 가격으로 저렴하다. 뿐만 아니라 고기전, 김치전, 부추전, 해물파전, 모듬전 등 종류도 다양하다. 마음에 드는 전을 고른 뒤 막걸리 한 잔과 함께 먹으면 하루 회포가 다 풀리는 기분이다. 먹자골목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것이구나 싶다.

이와 같은 전 가게의 특징을 꼽으라면 자리가 굉장히 좁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주인아주머니들을 둘러싼 형태로 되어 있으며 따닥따닥 붙어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커플, 학생, 외국인 등 너나할 것 없이 빈대떡과 함께 막걸리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 냄새 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처럼 광장 시장에는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로 바글바글 거린다. 대형 백화점과 마트가 경쟁하듯 자리 잡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광장 시장이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우리들의 삶이 녹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광장 시장은 남대문 시장이나 동대문 시장처럼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곳도 아니고, 노량진 수산 시장처럼 한 가지 특색이 강한 것도 아니다. 광장 시장은 그저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비바람 맞으면서 서민들의 생활 터전이 되었을 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광장 시장은 재래시장에 가장 가까운 색깔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 글을 통해 광장 시장의 먹자골목에서 가장 유명한 3가지 음식을 다뤄보았다. 하지만 광장 시장에 직접 가본다면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광장 시장에서 먹자골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한복·양복 등 맞춤옷 가게, 온갖 아이템들이 모여 있는 수입 구제 상가, 관혼상제와 관련된 온갖 물품들, 생필품, 이불 같은 침구류 등등. 광장 시장 속에는 우리들이 살면서 필요한 거의 모든 것들을 담고 있었다.

시간이 된다면 광장 시장을 한 번 찾아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먹자골목의 음식들도 먹고, 수입 구제 상가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이템을 찾아보기도 하고, 한복과 양복을 구경하기도 하면서 재래시장만의 분위기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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