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코스프레' 데이브, 한국 예능인을 꿈꾸다

입력 2014-04-14 18:52   수정 2014-04-14 18:52


[조수연 기자 / 사진 이은호 기자] 고데기로 한껏 편 갈색 머리 위에 모자를 눌러 쓰고 멀끔한 캐주얼 수트 차림으로 들어온 그는 스튜디오 내부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보았다. 그렇게 인터뷰 프로필 촬영을 기다리는 도중 그가 건넨 한 마디. “저, 제 모습 그대로를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이 옷 말고 평소에 입고 다니는 스타일로 입어도 될까요?”

허락이 되자 마자 데이브는 곧장 탈의실로 들어가 자신이 평소에 아끼는 아이템들로 갈아입고 나왔다. 홍대에서 유행하는 옷들이라 샀다는 그는 이제 본인답다며 자신의 모습에 만족스러워했다.

‘외국인 데이브’ 는 이제 제법 많이 알려져 있다. 그의 프로필이 아직 초록창 포털사이트에 나오진 않지만, SNS에서는 가히 샘 해밍턴 만큼 유명하다. 지난 해 10월부터 SNS에 자신의 코믹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 현재 페이스북에만 22만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지니고 있다. 그에 말에 따르면 카카오스토리에는 이 보다 더 많은 31만명의 팔로워가 추가적으로 있다고 한다.


한국 이름으론 ‘덕영배’인 데이브의 풀네임은 David Kenneth Levene Jr.이다. 한국에 산 지 4년 반이 되가는 데이브가 한국에 오게 된 과정은 매우 충동적이고 흥미진진했다. 만 20살일 당시, 본래 고향인 애틀란타에서 평범한 경영학 학생으로 대학을 다니던 어느 날, 한인 교포 친구 한 명이 데이브에게 한국에 같이 놀러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사실 그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가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호기심에 출국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원래는 3개월만 지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살아보니 여기는 3개월이 아니라 30년을 살아도 질리지 않는 나라에요.” 우연한 계기로 친구를 따라온 데이브는 어느덧 5년차 한국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본래 활달한 성격을 가진 그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잠시 소심해졌다고 한다. “저는 고집이 좀 세서 의사표현이 확실한 편인데, 한국어를 못하니까 사람들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는 거에요. 참 답답했어요. 그리고 이 곳에 살려고 마음 먹은 이상 어차피 한국어는 확실히 배워야 하니까 서울대학교 어학당에 등록해 2년 가까이 다녔어요.”

쿠바 출신 어머님 덕에 태어났을 때부터 스페인어와 영어를 동시에 익힌 데이브는 다행히 언어에 탁월한 소질을 보였고, 한국어는 무려 배운지 5개월째부터 말하게 됐다고 한다. 어학당 시절, 다른 친구들보다 한국어 구사 능력이 훨씬 뛰어나 교내 이벤트 MC까지 봤다고 하니 그의 실력은 말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 오기 전, 데이브는 어셔와 작업한 음악 프로듀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예술 방면에서 꿈을 키웠다. 그는 친구들과 만든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작곡도 했고, 패션에 관심이 많아 한 때 디자이너도 꿈꿨다고 한다. 그런 데이브가 지금 꿈 꾸는 것은 다름 아닌 ‘예능인’이다. 그것도 한국에서.

“한국 예능에 나오는 유머코드는 생활 속 웃음이라 그런지 너무 재미있어요.” 그리고 데이브는 덧붙여 말했다. “그거 알아요? 저 영어로 말하면 이상하게 진지해 보이기만 해요. 그런데 한국 개그가 미국 개그보다 제게 더 맞아서인지 한국어로는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는지 잘 아는 것 같아요.”

천성적으로 끼와 재치가 넘치는 데이브는 자신이 사랑하는 한국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전략적으로 아이디어를 고안한다. '왜 외국인이 한국에서 예능을 하려하냐'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데이브는 오랜 기간 이것 저것 다 해 본 끝에 자신이 정말 잘 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은 것이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게 싫은 건 아니지만 한국을 떠나는 건 생각만해도 싫다는 데이브. 이변이 없는 한 한국으로 귀화까지 생각하는 그가 마음에 들어 하는 건 '한국인의 정' 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인들은 자신을 가꾸는 방법을 제대로 알아요. 덕분에 저도 제 자신을 가꾸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한국은 유행이 자주 바뀌는데 전 그걸 쫓아가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기자도 잘 모르는 ‘요즘 홍대 스타일’을 바싹 알고 있던 데이브였다.


현재 데이브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당연히 동영상이다. 외국인은 공채 코미디언이 될 수 없다 하여 자신만의 방법을 찾던 도중 몰두하게 된 것이 바로 이 영상들이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현재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다. 그는 본인이 TV에 나오고 유명해진다 해도 지지해준 팬들을 위해 꾸준히 영상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함께 일 해보고 싶은 사람을 물었을 때 데이브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안영미 선배님과 박명수 선배님이요.” 그는 정말 안영미와 박명수의 개그를 거의 모두 섭렵하고 있었다. 본인이 이 두 대선배와 한 무대에 서려면 앞으로 훨씬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며 굳은 다짐을 보였다.

생각이 무궁무진하고 가만히 있는 걸 싫어하는 데이브는 분명 어떻게든 성공할 청년이었다. 그의 다짐이 현실이 되기까지 머지 않겠다는 것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스러운 데이브.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이 청년이 가진 예능인의 꿈을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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