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기자] 배우 박기웅은 특이하다. 그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쉬지 않고 연기를 해왔다. 그러나 ‘박기웅’하면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그는 그런 배우다.
배우들 가운데서도 소위 ‘스타’라는 이름을 동경하며 자신의 이름이 그것으로 수식되길 바라는 이들이 있지만 박기웅은 그렇지 않다. 그는 자처초연의 자세로 ‘인기’ 보다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길을 바라며 달려온 배우다.
쉬웠던 데뷔의 순간만큼 실패와 좌절도 빨리 찾아왔다는 그. 그러나 그 칠흑 같은 어두움의 순간에도 박기웅은 참았고, 연기했고 또 노력했다. 이에 어느 순간부터 그에게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그는 인내를 아는 사람이며 그 인내의 열매 또한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이 달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숭고한 기다림이 마침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깊이 움츠렸던, 그래서 그 비상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 박기웅을 만나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비중을 두는 부분은.
재미. 작품을 선택할 때는 연기할 때 재미 있을 법한 것들을 먼저 고려한다. 내가 즐겁지 않고 그 역할에 몰입하지 않으면 좋은 연기가 나오기 어려운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오래 활동을 하나 보니 어렸을 때 친했던 사람들이 연출가가 많이 됐다. 이제는 인맥으로도 많이 하는 편.(웃음)
그렇다면 이제껏 했던 드라마와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건 최근 것 중에 KBS 드라마 ‘각시탈’. 이 드라마의 경우 고생을 워낙 많이 해서 잊을 수가 없다. 촬영 당시 8박9일 동안 단 한숨도 안 잤던 적이 있다. 그때는 모니터를 하면서도 ‘내가 저 연기를 했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너무 바빠 턱 부분만 씻고 면도 한 다음 다시 촬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지막 세 달 동안은 쉬는 날이 단 하루도 없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아! 처음 주연을 맡았던 영화 ‘동갑내기 과외 하기2’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 보면 부끄러워 잘 쳐다 볼 수도 없지만.(웃음)
연기를 하다 보면 아쉬운 점도 있을텐데.
웬만한 건 다 아쉽다. 그 당시만 해도 ‘이 정도면 열심히 했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고무적인 것 같다. 그만큼 내가 실력이 늘고 시야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으니까.
이때까지 정말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나눴다. 그 중에서 가장 궁합이 잘 맞았던 배우가 있다면.
이상하게 남자 배우들과 합이 잘 맞는 편.(웃음)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함께 촬영했던 김수현 이현우와도 잘 맞았고 ‘각시탈’ 주원과도 잘 맞았다. 지금도 늘 연락하며 지내는 친한 친구들이다. 재미있는 건 팬들도 그렇게 느끼는지 팬 사이트 게시판이나 갤러리에 ‘남남커플’을 주제로 글들이 쏟아진다.
데뷔한지 벌써 12년차다. 사람들의 인식이 ‘CF스타’ 박기웅에서 ‘배우’ 박기웅으로 변화됐다. 이 선입견 어떻게 깼나.
시간과 경험인 것 같다. 물론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과 노력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기할 때 좀 더 자연스러워지고 힘도 많이 빠졌던 것 같다. 경험과 시간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 그러면서 감사하게도 대중이 인정을 해주더라.
‘박기웅’하면 다양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러다 보니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가 딱히 없는 것이 단점이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 물음에 대해 내 생각을 굉장히 확고하다. 나는 한 이미지에 국한되기 보다 여러 이미지를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누가 그런 얘길 했다. “한 우물만 파. 고착된 이미지가 있어야 어느 캐릭터를 보면 박기웅을 생각할 것 아니냐” 그 이야기를 듣는데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다양한 캐릭터로 경험을 쌓는 것이 내가 지향하는 바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연기하고 싶다.
최근에는 예능인 박기웅으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SBS ‘심장이 뛴다’ 출연하게 된 계기는.
그때 당시에 영화가 잘 되면서 고정 예능 섭외가 많이 들어왔다. ‘심장의 뛴다’도 그 중에 하나였다. 사실 피곤한 성격이라 뭘 선택할 때 있어 고민도 많이 하고 사전 조사도 하는 편. 프로그램의 장단점도 생각해보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포지션도 생각해봤을 때 ‘심장이 뛴다’가 가장 적합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일과 고충들을 ‘알려야’ 될 것 같은 사명감이 있었다. 기존에 완성돼 있던 프로그램보다 이슈가 덜 되고 시청률이 저조할지언정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심장이 뛴다’ 촬영할 때 어떤 마음으로 임하나.
‘무조건 집중해야겠다’ ‘실수하면 안된다’라는 마음이 크다. 사실 ‘심장이 뛴다’에 출연하게 되면서 드라마 섭외도 마다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이렇게 좋은 작품이 들어오는데 그냥 해라. 예능은 중간에 빠지는 거 일도 아니다”고 말한다. 나는 지난 10년동안 사람과의 약속을 가장 중시하며 일을 해왔다. 그래서인지 얕게는 행동 못하겠더라. 예능이라고 결코 가볍게 생각 하지 않는다.
요즘 비슷한 유형의 예능이 많은데.
초반에 MBC ‘진짜 사나이’를 따라 한다 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사실 관찰형 예능이 유행을 하게 되면 관찰형 예능이 나오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트렌드고 대세 아닐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하지 절단자분.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지금도 따님과는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재활이 잘 되는지 궁금해 실제로 그 이후에 목포로 내려가 직접 찾아 뵙기도 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마냥 속상하고 슬프다. 그 당시 내가 흥분하면 보호자나 환자가 더 흔들릴 까봐 감정을 추스르느라 힘들었다. 그 이후에 꿈에도 여러 번 나왔다.
‘심장이 뛴다’나 다른 스케줄이 없을 땐 주로 뭘 하는지.
농구팀과 축구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운동하는 것 외에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별명이 ‘집돌이’다. 집에서 혼자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냥 가만히 있기도 하고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게임도 한다. 별 다른 취미가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심심한 남자다.(웃음)
5월에 입대를 앞두고 있다. 심경이 어떤가.
아쉬운 점은 없다. 다만 최근에 영화를 찍다 왼쪽 발을 다쳤는데 훈련 받는데 지장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또한 나보다 열살 이상 차이 나는 어린 친구들과 스스름 없이 어울리며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반면 기대도 크다. 제대 후에는 연륜과 경험이 쌓이면서 연기 스펙트럼이 더 넓어질 것 같은 생각. 구체적인 바람이 있다면 남자냄새가 나는 마초기질의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입대하기 전까지 계획이 있다면.
현재 출연하고 있는 SBS ‘심장이 뛴다’ 녹화를 꾸준히 할 예정이고 일본 팬미팅도 잡혀 있다. 후반 작업에 들어간 영화도 있고. 입대하기 전까지도 타이트하게 일할 것 같다.
기획 진행: 김진현
포토: bnt포토그래퍼 최승광
영상 촬영, 편집: 이홍근, 이보름
의상: 엘번드레스, 브론즈헬름
선글라스: 에드하디, 반도옵티컬
헤어: 샵 에스휴 박승렬 실장
메이크업: 샵 에스휴 송나래 팀장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 잘 나가는 ★들의 ‘시크릿’ 패션&뷰티템!
▶ 김소연 vs 윤승아, 드라마&시사회 속 스타일링
▶ 올 봄, 돋보이고 싶다면 ‘컬러’로 말해요
▶ 부부금실만큼 패션센스도 찰떡궁합 스타커플
▶ “대박 예감?” 새 드라마 女배우들의 스타일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