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일을 말하다] 서정의 시대는 가고 오직 침묵만이 남다, 영화 ‘화양연화’

입력 2014-04-29 09:00  

 
[김진현 기자] 붉은 립스틱, 스테이크, 국수, 시계 그리고 치파오. 영화 ‘화양연화’를 본 뒤 남는 잔상들이다.

왕가위 감독의 2000년 작 영화로 옆집에 사는 차우(양조위)와 리춘(장만옥)이 각자의 배우자들끼리 불륜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되면서 동병상련을 느끼고 서로를 위로해가는 내용이다. 물론 이들 역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저릿하게 감정을 추스르고 또 방어한다.

어찌 보면 상투적인 멜로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절제된 감성과 그 미세한 떨림이 두 주인공의 애틋함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지속되는 침묵이 ‘말’ 그 이상의 의미를 전달해주는 영화 ‘화양연화’.


특히 이 영화에서는 국민배우 양조위와 장만옥의 환상적인 연기 호흡이 감정의 몰입도를 더한다. 이들은 눈빛과 손짓만으로도 아니 걸어가는 뒷모습만으로도 캐릭터가 가진 내면 속 슬픔을 표출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그 어떤 대사나 미사여구도 필요 없다. ‘화양연화’ 속 이 둘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또한 시대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이 주는 먹먹함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는 1960년대 홍콩의 작고 복잡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시종일관 은은한 붉은 빛이 흘러 넘친다. 이는 흐리고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며 곧 앞이 보이지 않는 이들의 미래를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 속 여자 주인공 장만옥이 입었던 치파오도 눈에 띈다. 한 칼럼티스트는 이 영화를 보고 ‘장만옥 혼자하는 패션쇼’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장만옥은 영화 속 내내 화려하고 세련된 치파오 패션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장만옥이 입었던 화려한 패턴의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는 원피스 형태의 여성 의복으로 치마에 옆트임을 줘 실용성과 여성미를 강조한 것이 특징. 옷깃은 흔히 ‘차이니즈 칼라’라고 불리는 스탠드 칼라며 치마와 소매 길이도 다양하다. 주로 실크 소재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러 가지 자수나 패턴을 가미해 디자인적 요소까지 뛰어나다.

영화 속 장만옥은 실제 홍콩의 유명한 장인이 만든 치파오를 입고 연기했다. 모두 26벌에 달하는 치파오가 각기 다른 디자인과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놀랄만한 사실. 이는 97분이라는 영화 상영시간에 맞춰 생각하면 3분 마다 한 벌씩 옷을 갈아 입은 셈이 된다.

장만옥은 큰 키와 긴 팔과 다리로 치파오를 입기에 최적화(?)된 몸매를 가졌다. 그는 화려한 꽃무늬로 장식된 푸른색 치파오와 빈티지한 느낌의 사선 체크 패턴 치파오, 세로 스트라이프 치파오, 속이 비치는 시폰 소재의 붉은 치파오 등으로 특유의 섹시하고 아련한 매력을 내뿜었다.


‘화양연화’의 의상 감독 장숙평은 “내가 만드는 의상에는 나만의 특징이 없다. 만일 누군가가 내 의상을 알아본다면 나는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이는 자신의 의상은 오롯이 영화내의 인물을 부각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자신의 고집을 내세우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래서인지 장만옥의 치파오는 더함도 덜함도 없이 1960년대 홍콩에서 유행했던 치파오 스타일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 그의 치파오에 다양한 패턴과 컬러가 가미됐듯이 당시 홍콩에서는 벽지나 그릇 등 생활용품 및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화려한 패턴 컬러가 유행을 이끌었다.

이토록 화려하고 세련된 치파오는 장만옥의 길고 매끈한 목선과 가는 허리, 반듯하고 아름다운 어깨 등을 더욱 강조해줬으며 극 중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치명적인 여인이라는 극 중 배역에 설득력을 더해줬다. 실제 장만옥이 영화 속에서 입고 나왔던 치파오들은 홍콩 개봉 시 경매에 부쳐져 화제를 낳기도 했다. (사진출처: 영화 ‘화양연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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