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자동차 욕심은 여자 때문일까

입력 2014-05-01 14:05   수정 2014-05-01 14:05


 남성들은 자동차에 열광한다. 새로운 자동차가 등장할 때마다 어김없이 관심을 쏟아내곤 한다. 자동차가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사회적 신분의 과시(?)를 통해 지위를 과시하고픈 욕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때로는 스피드를 즐기며 잠재됐던 억압을 발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연간 365일 곳곳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가보면 어김없이 여성 도우미가 등장한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어서 모터쇼가 열리는 기간이면 차보다 도우미 구경에 열을 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왜 자동차 옆에는 늘 여자가 함께 있는 것일까.






 자동차에 있어 여자가 등장한 역사는 초창기부터지만 자동차 또한 하나의 ‘탈 것’으로 규정하면 자동차와 여성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인류 시작 때부터 사회적으로 무언가를 탄다는 것은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다. 굳이 서양사까지 들추지 않아도 조선시대만 해도 이른바 ‘탈 것’은 말과 가마였다. 이런 운송 수단을 타려면 높은 벼슬이 전제였고, 유럽에선 귀족일수록 마차를 끄는 말의 머릿수가 많았다. 쉽게 보면 ‘탈 것’은 타는 사람의 사회적 신분을 나타냈고, 신분상승을 꿈꾸는 여성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남성은 여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멋진 말과 마차를 소유하는 게 꿈이었다.

 이런 성향은 지금이라고 달라졌을까? 반론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남성은 여성에게 보다 멋있어 보이려는 노력을 하고, 여성은 백마 탄 왕자를 꿈꾸며 멋진 남성에게 시선을 보낸다. 이럴 때 자동차는 겉으로 드러나는 가장 극단적인 신분(?)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조금이라도 비싼 차, 좋은 차를 선호하게 되는 셈이다.

 자동차회사가 여성을 마케팅에 끌어들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좋은 차를 갖고 있으면 멋진 여성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실제 최근 독일의 한 심리실험에서도 좋은 차를 보유할수록 여성들이 호감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남자들마다 비싸고 좋은 차를 사겠다고 아우성이다. 경제적 능력은 되지 않아도 월 평균 100만원이 훌쩍 들어가는 고급 승용차를 덥석 구입한 뒤 불과 1년도 유지하지 못하고 되파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선택폭이 다양해진 만큼 수입차로 눈을 돌리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금융사 할부를 갚기 위해 별도의 돈벌이를 하는 사람이 주변에는 꽤 많다. 사회는 이런 사람들을 '카 푸어(Car poor)'로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여성들의 눈높이도 올라서 중형승용차는 이제 고급차로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여성들의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면서 직접 구입도 늘다보니 남성들은 그보다 더 좋은 차, 더 고급 차, 더 비싸고 빠른 차를 찾게 된다.






 이런 풍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여성에게 잘 보이려 하는 남성들의 절절함(?)은 바꿀 수 없는 본능과도 같다. 작가 조정래 선생은 ‘허수아비의 춤’이란 소설에서 남성과 여성의 본능 차이를 동물에 빗대 명확하게 설명한 바 있다. 요약하면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죽음을 피하지 않는 싸움을 한다. 이런 성향은 인간도 다르지 않다. 다만 인간 싸움은 물리적 폭력이 아닌 형태만 다를 뿐이다. 다른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다. 그 중 하나가 자동차이고, 남들보다 좋은 차, 비싼 차, 고급 차로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 자동차야말로 우월을 표시하는 대표적인 산물인 셈이다.

 그럼 앞으로 이런 현상은 줄어들까? 결코 아니다. 마음에 드는 여성을 차지하려는 남성들의 본능은 결코 사라질 수 없는 형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좋은 자동차를 가질수록 여성들의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을 탓할 수도 없다. 조정래 작가에 따르면 여성은 단순히 남성을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남성을 고르는 것이고, 그러자면 여성의 시각에서 상대 남성은 완벽할수록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완벽에는 어떤 차를 타느냐 하는 것도 분명 한 몫 한다. 남성의 자동차를 보는 게 아니라 자동차를 통해 남성의 사회 및 경제적 지위를 짐작하기 때문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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