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상하이에서 열린 슈퍼6000클래스 예선에서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지난해 해당 클래스 우승자인 황진우 선수(CJ레이싱팀)가 규정 위반으로 실격 처리된 것. 황 선수는 부착이 금지된 언더 플레이트를 장착, 주최측이 공급한 부품만 사용해야 한다는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결선행이 무산되며, 2전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황 선수는 물론 CJ레이싱팀 역시 베테랑 감독과 스태프들로 구성된 팀이어서 이번 일이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이다. CJ레이싱팀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관련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 모터스포츠 관계자와 팬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반성의 기회로 삼고 앞으로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물론 규정 위반은 CJ레이싱팀의 불찰에서 비롯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운영 측의 잦은 규정 변경과 느슨한 관리감독이 유발한 '인재'라는 생각도 떨칠 수 없다. 즉 언젠가 한번쯤 일어날 '예고된' 일이었다는 얘기다. 슈퍼6000클래스의 경우 스톡카 경주여서 특별 규정이나 예외 규정 등이 빈번히 변경된다. 또한 사소한 부품이나 세세한 규정 등은 시즌 중에 추가 및 삭제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실제 이번에 논의된 언더 플레이트 역시 부착을 권장하는 국제 대회가 있는가 하면 공기 역학상 이점이 있어 금지하는 곳도 있다. 슈퍼레이스는 지난 3월26일 감독 회의를 통해 언더 플레이트의 형태 및 크기 제한을 결정했다. 이렇듯 관련 규정이 쉽게 생기고 사라지니 이를 주최측은 물론 관리 감독하는 심사위원과 각 팀의 스태프들도 기술 규정집을 보지 않고선 어떤 규정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경기 전 자동차경주협회(KARA)가 진행하는 검차 과정도 꼼꼼치 못하다. 카라(KARA)는 예선 전후 각각 검차를 진행하도록 정해져있다. 예전 전 시행하는 사전 검차는 전 차종을 대상으로 헬멧과 시트, 타이어 등 안전 장치를 감독하며, 예선 후에는 보통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1~3위 권 내 선수에 한해 경주차를 검차한다. 이 때는 차의 무게나 미션, 엔진 등을 무작위로 선택해 감독한다. 특히 이 중에서도 사전적으로 행하는 예선 전 검차가 중요한데, 이 때 검차를 받지 않거나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경주차는 지적받은 사항을 개선해야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 물론 위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사전 검차를 꼼꼼히 진행한다면 경주차에 문제가 있는 선수라도 즉시 개선, 출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상하이전을 통해 슈퍼레이스는 해외 경기를 유치하고, 상당한 액수의 마케팅 효과를 냈다는 점에서 지난해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완성차 및 수입차 브랜드조차 외면하는 모터스포츠 시장에서 기반을 다듬고 발전을 위한 투자를 거듭해왔다는 점도 박수 받을 만하다. 하지만 외형 못지 않게 내실을 다지는 것도 중요하다. '오래 전부터 그래 왔으니까'라는 관행은 더 이상 사라져야 한다. 경주 자체가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스포츠 게임이기 때문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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