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페라리 엔진이 있다면 그게 바로 페라리다"

입력 2014-07-02 17:42   수정 2014-07-02 17:42


 "신형 캘리포니아T는 컴팩트 차체에 우아한 매력을 담은 차다. 눈에 띄는 개성보다 은은한 멋을 살렸다. 한국 소비자 취향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주세페 카타네오 페라리 극동 아시아지역 총괄 지사장은 신형 캘리포니아T를 '페라리 입문용 차'로 소개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다루기 쉬운 차라는 것. 디자인도 화려함보다 대중성을 지향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2억7,000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과 최고 560마력에 이르는 엔진은 누구나 페라리를 넘볼 수 없게 만든다. 그럼에도 캘리포니아를 선택한 소비자 중 70%가 처음 페라리를 구매한 사람이라고 하니 개발 의도가 제대로 맞아 떨어진 셈이다.

 카타네오 지사장은 한국 내 페라리 점유율은 글로벌 전체 평균 대비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캘리포니아T 투입을 결정한 것도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새 차의 특징과 향후 국내 시장에서 페라리 행보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페라리에게 한국은 어떤 시장인가
 "앞서 한국 시장에 집중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공식 수입사 FMK와 긴밀한 협조속에 활동을 늘려가고 있다. 판매대수가 중국보다 많을 순 없겠지만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유망한 시장 중 한 곳이다"

 -한국 소비자만의 특성이 있나? 지역별로 맞춤식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지
 "일반적으로 국가별 차이가 없다는 판단이다. 지역별로 구매 연령대 차이만 있을 뿐이다. 유럽이나 일본 등 시장이 성숙한 지역은 구매 연령대가 높다. 중국이나 중동 등 신흥 시장은 젊은 층이 주력이다. 한국이나 대만 등은 두 시장의 중간 단계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어느 나라든 페라리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운전을 즐기는 사람이 차를 산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는 페라리에서 엔트리급 차종으로 꼽힌다. 이제야 소개하는 이유는
 "지금이 캘리포니아T를 소개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한국 수입차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제품 특성도 한국 소비자와 어울린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고, 최상의 차종의 장점도 은근히(?) 즐길 수 있는 차다. 사실 페라리를 몰면 어디에서든 주목을 받게 되는데, 캘리포니아는 강렬한 개성보다 조금 은은한 매력을 즐길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은근하다'는 의미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전시장을 방문하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페라리는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소비자가 스포츠카에 원하는 요구를 모두 대응할 수 있다. 누군가는 뽐내기 위해 스포츠카를 산다. 고성능을 원하는 사람도 있다. 좌석이 네 개인 스포츠카를 찾기도 한다. 캘리포니아 컨셉트는 진입 장벽을 낮춘 차다. 페라리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부담이 적다는 뜻이다"

 -터보엔진을 장착한 이유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과 연료효율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터보를 선택한 건 도전이었다. 자연흡기 엔진과 동일한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터보렉(터보 엔진이 제 성능을 내기 전 발생하는 약간의 시간차)을 완전히 없애야 했기 때문이다. 엔진음 역시 자연흡기처럼 풍부하고 매력적이어야 했다.

 또 한가지 요인은 F1과의 관계다. 우리는 도로주행용차와 경주용차를 동시에 개발하고, 최신 기술을 서로 공유한다. F1 팀이 사용한 터보엔진 기술이 새 차에 적용됐다"

 -판매 목표는
 "본사 정책 상 판매와 관련된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 점, 양해 부탁한다. 다만 이번에는 차를 배정할 때 한국에 우선 순위를 줄 것이다. 페라리는 사전 계약을 받아 생산한다. 우리에게 세일즈는 로지스틱(logistics, 물류)에 불과하다"

 -영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인가
 "페라리에서 일하는 사람 중 차를 파는 사람이 가장 편할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연 7,000대 정도만 생산해 판매한다. 정해진 대수 안에서 국가별로 물량을 분배한다. 지역별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배정을 줄이는 지역도 있고, 늘리는 지역도 있다. 한국은 늘리는 지역이다"






 -공급을 늘리는 것 외에 다른 마케팅 활동은 없을까
 "판매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을 하진 않을 것이다. 희소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집중하는 건 오너 공동체의 확대다. 이탈리아에선 페라리 보유자를 '페라리스트'라고 부른다. 이들은 운전을 즐기고 자신의 차를 사랑한다. 또 자발적으로 주변에 제품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페라리를 사면 차를 충분히 즐겁게 탈 수 있도록 드라이빙 이벤트를 개최한다. 여기서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시승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한국에선 경쟁상대로 람보르기니가 종종 언급된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람보르기니는 단 2개 차종을 운영할 뿐이다. 페라리는 8개의 라인업으로 모든 소비자 요청에 대응할 수 있다. 두 브랜드를 직접 비교하는 게 가능한 지 잘 모르겠다"

 -딜러십 외에 직접 한국에 진출할 계획은 있나
 "전혀 없다. 지역별 오피스를 두긴 하지만 재무와 물량 배정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판매는 현지 딜러에게 맡긴다는 게 본사 정책이다"

 -최근 스포츠카 브랜드의 SUV 출시가 활발하다. 페라리도 계획이 있나
 "없다"

 -캘리포니아가 설립자 엔초 페라리의 DNA를 제대로 계승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최초 캘리포니아는 1957년 제작된 250GT인데, 엔초 페라리가 컨셉트를 직접 도입했다. 만약 그가 신형 캘리포니아를 보면 매우 만족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캘리포니아는 이전 세대 출시 때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답은 간단하다. 바로 엔진이다. 페라리 엔진을 장착한 차가 진짜 페라리다. 560마력 엔진은 페라리 DNA를 계승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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