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름다운 감초 이일화 “여배우라서 행복해요”

입력 2014-07-10 09:52  


[김보람 기자] 다시 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다시 보이는 배우가 있다. 누군가를 짝사랑하던 술집 작부에서 다정다감한 엄마로, 이성계의 마음을 가져간 여인으로 변신해오며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받고 있는 배우 이일화를 만났다.

잘 알려진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속 포용력 있는 엄마로 어느새 친숙하게 다가온 그는 세월을 잊은 듯한 외모와 몸매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행동 하나하나에도 우아함이 묻어나는 그에게 여배우는 천직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시 태어나도 여배우를 하고 싶다는 이일화. 40대에 접어들어 드디어 ‘맞춤복’을 입은 듯한 그에게 배우 인생에 대해 물었다.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학창시절엔 발표 시간에 손도 못 들 만큼 부끄러움이 많고 내성적이었는데 우연히 공연이라는 것을 하게 됐다. 고등학교 때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도전하게 됐고 자연스레 연기의 맛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배우가 돼야겠다 마음먹었다.

기존 연기한 캐릭터 중 기억에 남거나 특별히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
역시나 ‘응답하라’ 시리즈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95년 KBS 드라마 ‘바람의 아들’에서 술집 작부 역할도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 이병헌을 사랑하는 역할이었는데 누군가를 사랑하는 캐릭터는 그만큼 사랑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응칠, 응사 성동일씨와의 부부 연기가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응답하라’ 시리즈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내 인생 행운의 작품이다. 도움 많이 주신 상대 배우 성동일씨 역시 너무나 감사하다. 캐릭터에 이입돼 마치 현실처럼 즉흥적으로 연기하며 대본을 많이 보지 않는 점이 내가 추구하는 연기관과 비슷하다. 내가 7을 연기했다면 10으로 완성시켜주는 것은 상대 배우인데 성동일씨는 그 역할을 완벽하게 해준 파트너였다.


아들 역을 맡았던 서인국-정우-이종석 중 사위를 뽑자면.
세 아들 모두 아끼고 특별해서 한 명만 고를 수가 없다. 내 딸 사랑이 지극한 남자라면 세 명 모두 내 사위로 오케이 할 것 같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몸매가 좋다 평소 피부 관리나 몸매 관리 비법이 따로 있나.
일단 좋아하는 음식들은 다 끊었다. 많아진 스케줄 탓에 생긴 트러블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주변인의 권유로 해독주스를 마시기 시작했고 덕을 봤다. 요구르트도 자주 먹고 물 대신 현미차를 많이 마시는 것이 비법이다.

KBS 드라마 ‘정도전’과 같은 정통 사극은 처음인데 일반극과 달리 어떤 마음으로 임하셨는지.
여배우들에게는 힘들기로 정평이 난 사극임에도 난 자신 있었기에 도전했다. 극의 분위기가 갈수록 무거워지면서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극에 대한 깊이와 맛을 조금씩 알아갈 때쯤 끝이나 아쉽다. 다시 사극에 도전하고 싶다.


‘닥터 이방인’, ‘정도전’ 종영 후 향후 행보와 맡고 싶은 역할은.
록밴드 멤버의 귀농을 소재로 한 SBS 주말드라마 ‘모던 파머’ 속 여주인공의 이모 역할을 맡아 10월 방송을 앞두고 있다. 늘 하나의 이미지가 아닌 다양한 역할을 성취하고 싶다. 항상 차분한 이미지였는데 ‘응답하라’ 이후 감초 캐릭터로의 변화에 재미를 느꼈다. 지적이고 강인한 ‘메릴 스트립’과 같은 색깔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남들에게 각인되고 싶은 이미지가 따로 있나.
이일화라는 배우가 어떤 역을 하든 그 사람이 될 순 없고 ‘이일화가 녹아있는’ 캐릭터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각인시키고 싶지 않다. 아무리 꾸미고 화려해 보이려 해도 시청자들은 모두 알아보고 내 인격 자체를 볼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후배 배우들에게 남기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나는 어릴 적 선배들이 후배를 사랑해서 해주시는 말씀들에 의해 연기에 몰입이 잘 안됐던 것 같아 후배의 연기가 산만해지는 행동이나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늦게 오더라도 기다리고 먼저 웃어주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 생각한다. 상대와 호흡을 주고받는 것도 연기이기 때문에 같이 클 수 있는 플러스 효과가 된다.

이일화에게 여배우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여배우로 지내는 순간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여배우가 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위해 꾸미고 항상 긴장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때론 악성 댓글 때문에 힘들지만 그것보다 행복감이 더 크기에 버틸 수 있다.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하고 싶고 연기를 하고 싶다.

기획 진행: 김보람
포토: bnt포토그래퍼 홍준혁
의상: 맘누리
백: 알페라츠
시계: 베카앤벨
선글라스: 반도옵티컬
구두: 탠디
헤어: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가희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정미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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