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수입차 표시연비, 유럽과 차이 얼마나 나길래

입력 2014-07-15 08:18   수정 2014-07-15 08:17


 자동차 연료효율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깊다. 실제 체감하는 효율과 표시된 수치 사이에 차이가 크다는 소위 '뻥연비' 논쟁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비단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연료효율은 민감한 문제다. 지난 2012년에는 현대기아차가, 올해 6월에는 포드가 북미 시장에서 표시효율이 적절하지 않다며 대당 수십만~수백만원 보상을 한 사례도 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연료효율 사후 검증 결과를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국내 소비자 혼란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재작년부터 연료효율 사후 검증을 별도로 진행, 지난달 각기 다른 결과를 제시한 것이다. 이후 효율 및 온실가스 사후조사와 행정재재 업무 소재를 국토부로 일원화하고, 주행저항값(주행 시 자동차가 받는 공기저항과 도로마찰을 수치화한 것)을 정부가 직접 검증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는 표시연비를 믿을 수 있겠느냐며 자동차 제작사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완성차 업계에서도 할 말은 많다. 정부의 가이드라인대로 효율을 표시했는데, 사후검증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도대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냐는 주장이다. 특히 국내 연료효율 측정을 정부기관에 위탁하는 업체일수록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또 측정 기준이 다르다곤 하지만 해외와 국내 효율 차이가 있다는 점도 문제가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푸조·시트로엥 공식수입사 한불모터스는 최근 출시한 신차의 유럽 기준 효율과 국내 효율 간 차이가 40%에 달해 난감하다. 그래서 신차 출고자에게 1년 간 운행해보고 실제 효율이 경쟁차종의 표시연비보다 높지 않으면 보상을 해주겠다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렇다면 수입차의 연료효율은 어떤 방식으로 측정하고, 접근 방식에 따른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봤다.

 ▲수입차 효율 인증 방식은 두가지
 국내에서 자동차 표시효율은 연료 1ℓ 당 주행 가능 거리(㎞)로 표시한다. 측정은 동일한 외부조건(온도, 습도 등)을 설정하고, 차를 차대동력계에 올려 모의주행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배출가스 내 탄소성분을 분석, 연료소모량을 산출한다. 국내 표시효율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조건, 동일한 주행방식으로 측정해 구매 시 비교정보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수입차의 경우 효율 인증 방식은 누가 측정하는지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한다. 자동차의에너지소비효율및등급표시에관한규정 제4호에 의거, 동일한 조건의 실험 장비를 가지고 제작사가 직접 효율을 측정하거나 정부 시험기관에서 계측한다.

 국내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중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혼다, 닛산, GM(해외 수입 분), 람보르기니, 페라리, 마세라티 등은 자체 시험 방식을 따른다. 재규어랜드로버, 볼보, 푸조·시트로엥, 포드, 크라이슬러, 토요타 등은 국가 지정 시험 기관에 효율 측정을 의뢰한다.

 ▲조건별 효율 차이 얼마길래
 여러 시험 기관 표시연비를 조사한 결과 자체 측정보다는 시험 의뢰 방식이, 북미 기준보다는 유럽 기준과의 표시연비 차이가 전반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로6 배출기준을 충족한 디젤차의 경우 효율 차이가 극심했다.






 푸조의 신형 해치백 308은 유럽에서 복합 기준 ℓ당 24.4㎞의 효율을 인증 받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ℓ당 14.6㎞에 그쳤다. 유럽 기준으로 하락폭은 40%에 이른다. 시트로엥의 7인승 MPV 그랜드 C4 피카소의 표시효율은 유럽과 국내 각각 ℓ당 22.2㎞과 ℓ당 14.0㎞이다. 차이는 약 37% 수준. 두 차종 모두 국내 기관에 효율 시험을 의뢰한 것으로,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자체 측정 자료를 제출하는 벤츠 E220 CDI는 효율이 유럽 기준 ℓ당 21.7㎞지만 국내는 ℓ당 16.3㎞다. 국내 표시 효율이 약 25% 낮다. BMW의 주력 차종 520d는 유럽 기준 ℓ당 23.2㎞, 국내는 ℓ당 16.9㎞로 차이는 약 27%다. 유로6를 충족한 520d의 효율 차이가 더 컸다.

 벤츠의 기함 S시리즈 중 S350 블루텍 4매틱은 유로6를 충족하는 차다. 효율은 유럽에서 ℓ당 18.2㎞를 인증받았지만 국내에선 ℓ당 12.9㎞에 그쳤다. 차이는 29%에 달했다.

 반면 폭스바겐 파사트 2.0ℓ TDI의 경우 미국 기준 연료효율이 ℓ당 14.4㎞로, 국내 기준 표시효율인 ℓ당 14.6㎞와 큰 차이가 없다. 해당 차종은 미국 생산분이 국내에 수입되며, 폭스바겐은 자체 인증 방식으로 효율을 표시한다. 반면 유럽에서 생산되는 티구안 2.0ℓ TDI는 유럽과 국내 표시 효율이 각각 ℓ당 18.9㎞와 13.8㎞로 27%의 차이를 나타냈다. 

 시험 의뢰 방식을 택한 토요타 중형 세단 캠리는 미국에서 생산된 차가 국내에서 판매된다. 캠리의 미국 표시효율은 ℓ당 11.9㎞, 국내 수치는 ℓ당 11.5㎞로 하락폭은 3% 수준이다.

 ▲적절한 연료효율 수치는 무엇일까
 세계 각국은 표시효율과 실제효율 간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효율은 운전자 습관, 주행 환경 등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다. 여기에 국가별로 도로 저항과 평균 시속 조건 등이 달라 수입차 표시효율은 더욱 혼선이 발생하기도 한다. 측정 조건을 현실 상황에 최대한 가깝게 설정하고, 실험 주체와 무관하게 효율이 균일하게 나올 수 있도록 정교하고 공정한 기술적·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한 이유다. 






 이와 관련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체감 효율은 운전자 습관과 주행상황에 따라 표시된 수치보다 떨어질 수도 있고 상승할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해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을 별도로 상정하고, 복합 기준으로 효율을 표시하게 된다"며 "지역별로도 저항값이나 가중치 등이 다른 만큼 동일한 효율이 측정되기 어렵다. 다만 나라마다 효율수치가 너무 큰 차이를 보인다면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자칫 무역분쟁의 불씨가 될 위험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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