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J는 배기량별로 2.0ℓ 터보, V6 3.0ℓ 가솔린 및 디젤 터보, V8 5.0ℓ 슈퍼차저로 구분된다. 편의품목에 따라 럭셔리, 프리미엄 럭셔리, 포트폴리오, 수퍼스포트로 세분화되고, AWD도 일부 적용된다. 그래서 이들을 조합하면 모두 8가지의 차종이 등장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시승은 최고 플래그십 V8 5.0ℓ 수퍼차저다. 최대 510마력, 63.8㎏.m(2,500-5,500rpm)의 토크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을 4.9초에 묶었다. 누가 뭐래도 수퍼 럭셔리 스포츠 세단인 셈이다.
▲디자인
럭셔리 스포츠세단의 필수조건은 말 그대로 '고급'과 '역동성'이 동시에 묻어나야 한다. 그래서 라디에이터는 비교적 넓게 포진하며, 헤드램프는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는 게 일반적이다. XJ도 예외는 아니다. 격자무늬 라디에이터 그릴은 범퍼 아래까지 자리 잡아 일체감을 준다. 또한 헤드램프 눈매는 공격적으로 파고들었다. 고급 세단의 느낌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역동을 표현한 보닛 캐릭터 라인은 있지만 없는 것처럼 은은하다. 묘한 느낌이다.
사실 XJ 디자인 압권은 측면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쿠페형처럼 뒤를 살짝 들어 올린 모습은 역동감을 물씬 풍긴다. 또한 벨트라인을 높인 이유는 분명하다. 상대적으로 폭이 좁아진 유리가 사생활 보호 기능과 동시에 프리미엄 성격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뒷모습은 간결하다. 그러나 세로형 리어램프 형태는 호불호(好不好)가 엇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큰 불만은 없지만 화려함이 부족해 보인다는 소비자도 분명 존재한다. 트렁크 리드가 범퍼에 가깝게 붙어 있는 점도 마찬가지다.
인테리어는 크롬의 집약판이다. 원형 디자인 테마에 모든 테두리가 한결 같이 크롬 처리됐다. 크롬의 경우 양날의 검 같아서 너무 많이 쓰면 오히려 고급감을 손상시킨다는 평가도 있지만 XJ는 일관되게 활용돼 어색하지 않다. 디지털 계기반과 대시보드 상단에 자리한 송풍구는 물론 센터페시어와 다이얼식 변속레버 주변도 모두 크롬으로 감쌌다.
▲성능&승차감
부드럽다. 처음 가속 때 떠올린 표현이다. 발에 많은 힘을 주지 않아도 가속에 여유가 있다. 또한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승차감도 단단함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편안함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스포트 모드로 바꾸면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기어비가 바뀌고, 서스펜션이 몰라볼 정도로 단단해진다. 스티어링 휠 움직임도 무겁게 돌변한다. 편안함이 '럭셔리'로 대변된다면 수퍼스포트는 '역동성'의 단면이다.
그러나 스포트 모드는 레이싱 트랙에서나 어울릴 뿐 일반 도로에서 굳이 스포트모드를 사용할 일은 별로 없다. 트랙의 헤어핀처럼 빠르게 돌아나갈 도로도 없는 데다 길에 나서면 지정체가 일상이 돼서다.
그래서 가급적 노멀 모드로 놓고 시승했다. 재규어만의 독특한 다이얼식 레버는 여전히 감촉이 좋다. 이른바 감성적인데, 프리미엄 자동차에서 감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인간의 오감(五感)을 만족시킬 때 제품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버튼을 누를 때의 힘과 각종 로터리 타입 레버를 돌릴 때, 그리고 눈으로 볼 때와 차 안의 냄새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여기에는 비용이 수반되고, 그에 따른 이익을 회수하려면 브랜드 가치가 높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XJ를 타면서 재규어가 들인 감성적 노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진동도 거의 없고, 조용하다.
물론 주행 모드를 바꾸면 묵직한 배기음이 페달을 깊이 밟도록 자극한다. 8기통 엔진이 주는 배기음이 귀를 즐겁게 한다. 달려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페달을 밟으면 어느새 상당한 속도에 도달해 있다. 순간 급제동을 해봤다. 잘 선다. 그리고 쏠림도 심하지 않다. 그러니 고속이라고 불안해 할 이유도 사라진다.
다시 주행 모드를 바꾸고 코너링에 들어섰다. 바깥으로 나가려는 몸을 시트가 부드럽게 잡아준다. 마사지 기능도 있어 장거리 때 피로를 덜어낼 수 있다. 물론 XJ는 운전을 직접하는 것 외에 뒷좌석에 편히 쉬며 갈 수도 있다. 앞좌석 헤드레스트 뒤에 마련된 모니터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체험할 수도 있고, 조그만 비즈니스 테이블을 활용해 업무를 볼 수도 있다.
더불어 XJ의 대표성을 감안해 어지간한 편의 기능은 모두 마련돼 있다. 없는 기능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완벽히 구비돼 있다. 그래서 편의품목 적용 여부를 따지는 것은 불필요하다. 알루미늄 차체의 경량화도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총평
재규어를 타는 사람에게 재규어를 왜 타느냐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재규어다움'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재규어다움'이란 재규어가 지닌 브랜드 정체성을 의미하며, 정체성은 다시 제품으로 표현된다. 그것을 '영국식 럭셔리 스포츠 세단'이라는 말로 나타낸다. 그리고 영국식은 독일식에 맞서는 상징으로 다가온다. 재규어 경쟁이 독일 프리미엄 차종이라는 얘기다. 그 중에서도 5.0ℓ AWD 슈퍼스포트 롱휠베이스(LWB)는 XJ의 하이엔드다. 2억2,580만원의 가격은 하이엔드의 자존심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복합기준 ℓ당 7.4㎞의 효율은 '좋다, 나쁘다'를 나누는 기준이 될 수 없다.
그렇게 보면 '재규어는 재규어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재규어'라는 브랜드에 포함된 단순명료한 의미, '럭셔리 하이엔드 스포츠 세단'이 전부다. 그리고 이 점이 소비자에게 인정받느냐가 관건이다. 개인적으로 재규어 XJ 5.0 SC LWB를 타면서 '역시 재규어'라는 표현을 떠올렸다. 디자인과 주행감성에서 재규어만의 감성은 충분했기 때문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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