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아메리칸 머슬카 포드 머스탱, 50년의 희로애락

입력 2014-07-22 16:45   수정 2014-07-22 16:45


 '아메리칸 머슬카'의 상징으로 불리는 포드 머스탱이 출시 50주년을 맞았다. 1965년 등장 이후 50년간 900만 대 이상이 팔렸을 만큼 미국 정통 머슬카로 자리잡은 차다. 덕분에 수많은 영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며, TV·음악·게임 등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페이스북을 통해선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머스탱 탄생배경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1960년대 자동차시장은 전후 베이비붐세대를 맞아 경쟁이 치열했다. 베이비붐세대는 60년대가 끝나기 전 40% 인구증가율을 보이며, 당시 신차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소비층이었다. 그들은 복고적이지 않고, 비싸지 않으며, 특별한 차를 원했다.






 1960년대초 포드에 재직중이던 리 아이아코카는 베이비붐세대를 겨냥한 제품을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 그 결과 소형차 팰컨을 바탕으로 특별한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팰컨의 설계와 부품을 대폭 활용했지만 아이아코카는 스타일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경영자의 의견은 디자인에 고스란히 반영됐고, 완성된 머스탱은 팰컨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탄생했다. 

 차명을 고민하던 포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이름을 날린 P-51 머스탱 전투기에서 이름을 가져왔으나 '머스탱(Mustang)'은 원래 미국산 야생마의 이름이기도 했다. 야생마를 형상화한 로고가 머스탱의 상징이 된 배경이다. 처음 스케치에선 야생마가 오른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이었지만 스케치 위로 만든 스탬프 때문에 머스탱 로고의 야생마는 왼쪽을 향해 달리게 됐다. 

 62년과 63년 컨셉트카로 소개한 후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러자 포드는 곧바로 1964년 3월9일 미시건주 디어본시에서 생산에 들어가 4월17일 뉴욕세계박람회에 완성차를 선보였다. 공개 첫 날인 4월17일 하루에만 2만2,000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자동차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1세대(1964~1973) 
 머스탱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원래 연간 10만 대 판매목표를 3개월만에 달성했다. 출시 후 1년간 68만 대나 팔려 나갔다. 100만 대를 넘어서기까지 1년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1세대 머스탱은 2도어 쿠페와 컨버터블만 나왔으나 포드는 제품군 확대로 머스탱의 주목도를 더 높였다. 날렵한 디자인의 패스트백 모델을 추가한 것. 또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실내와 편의품목을 최대한 마련했다. 지금의 패션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선택품목의 조합은 이미 1960년대 머스탱이 도입한 방식들이다.






 머스탱은 원래 성능보다 스타일을 중시한 차였다. 그래서 1세대에는 고성능 엔진이 없었다. 하지만 고성능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자 포드는 당시 레이서 캐럴 셸비에게 고성능 제품 개발을 맡겼다. V8 엔진을 튜닝해 성능을 높인 셸비 GT350과 GT500KR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후 셸비 머스탱은 고성능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머스탱 인기에 충격을 받은 경쟁사들은 앞다퉈 머스탱과 비슷한 디자인과 성능의 제품을 쏟아냈다. 그러자 포드는 머스탱에 더 많은 매력을 담기 위해 1967년형부터 모습을 살짝 바꿨다. 차체를 키우면서 보다 공격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연식이 바뀔 때마다 엔진 배기량을 키웠고, 1969년형으로 처음 나온 '보스 머스탱'은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하며 머스탱 신화를 만들어 나갔다. 보스 머스탱은 두 가지 트림인 보스 302, 보스 429로 나눠지며, 특히 V8 7.0ℓ 보스 429 엔진은 표기 출력보다 오히려 성능이 뛰어나 유명세를 탔다. 

 영원한 1위는 없는 법, 1971년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를 시도했지만 크고 무거워지면서 스포츠카의 민첩한 주행감각은 빛을 잃었다. 나아가 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엔진 출력이 떨어졌고, 석유파동이 닥치면서 판매가 곤두박질쳤다. 포드는 머스탱의 개발방향을 수정해야 했다.

 ▲2세대(1974~1978)
 데뷔 이후 10년 가까이 성능을 꾸준히 향상시킨 덕에 머스탱은 미국인에게 고성능 스포츠카로 각인됐다. 포드는 이런 인식에 부응하기 위해 2세대 머스탱에 더욱 강력한 이미지를 불어넣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머스탱의 주 소비층이 작은 차로 눈길을 돌렸고, 한껏 몸집이 커진 머스탱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포드는 머스탱을 1세대보다 훨씬 작게 만들었다. 팰컨보다 작은 핀토의 플랫폼을 활용해 2세대를 내놨다. 1세대 머스탱 중 가장 컸던 1973년형보다 30cm 이상, 1세대보다 17cm 짧게 만들었다.






 엔진 배기량도 줄였다. V8 대신 V6를 선택했고, 기본 엔진은 4기통 2.3ℓ로 다운사이징했다. 고성능 스포츠카가 아닌 스타일 중심의 원래 컨셉트로 되돌아간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성능을 원하는 수요층이 존재했다. 이에 따라 1975년에 V8 엔진을 고를 수 있도록 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1976년부터는 세련된 스타일로 꾸민 코브라 시리즈를 추가하면서 머스탱은 조금씩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갔다.

 ▲3세대(1979~1993)
 석유파동의 여파가 사라질 무렵 포드는 2세대 머스탱에서 부족했던 역동성을 되살리기 위해 1979년형 3세대를 출시했다. 3세대는 머스탱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인 15년동안 생산한 장수 차로 기록돼 있다. 3세대는 2세대보다 크고 1세대보다 작은 크기에 쿠페와 패스트백 두 가지를 먼저 내놨다. 스타일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 2개의 사각형 헤드 램프를 좌우에 놓은 각진 앞모양이 인상적이었다. 커진 차체 덕분에 실내공간은 충분히 확보했다.
 





 1983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그릴과 리어 램프 디자인을 바꾸고, 한동안 라인업에서 뺐던 컨버터블을 부활시켰다. 1987년에는 앞모양이 부드러워지고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는 '에어로' 스타일로 변신했다. 엔진도 전자식 연료분사를 채택, 성능과 효율을 개선했다. 

 가장 고성능인 V8 5.0ℓ GT는 일반도로와 함께 서킷에서도 많이 선택했다. 1993년에는 한정생산 고성능인 SVT 머스탱 코브라와 코브라 R을 추가해 3세대 머스탱의 마지막 해를 장식했다. 1993년에는 한정생산 고성능인 SVT 코브라 버전도 선보였다. 이 때부터 5.0ℓ 엔235마력 엔진을 얹은 SVT 코브라는 머스탱의 고성능 버전이 됐고, 첫 해 4,933대를 판매했다. 

 ▲4세대(1994~2004)
 4세대는 오리지널 스타일로 회귀해 주목받았다. 데뷔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플랫폼도 변경했다. 공기역학 특성을 고려한 스타일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둥글어졌으나 전통의 개성과 디자인 요소를 반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판매제품은 2도어 쿠페와 컨버터블로 정리했다. 엔진은 V6 3.8ℓ를 기본으로, 고성능으로는 V8 4.6ℓ를 마련해 2010년까지 고성능 머스탱의 심장으로 활약했다.






 1999년에는 데뷔 35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디자인을 변경했다. 전체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뉴 에지' 주제에 따라 한층 오리지널 머스탱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울러 엔진출력도 높여 스포츠카 마니아를 자극했다. 특히 고성능인 코브라를 내놔 주목받았다.
 
 V8 5.0ℓ 엔진의 머스탱 코브라는 인디애나폴리스500 레이스의 선도차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후 여러 스페셜에디션을 선보였는데, 2001년에 내놓은 불릿 머스탱은 1968년 개봉한 영화 '불릿'에서 스티브 맥퀸이 몰아 유명해진 머스탱의 분위기를 재현했다. 또 2003년에 시판한 마하1은 1969년부터 1970년까지 가장 강력한 머스탱으로 인기를 얻은 제품의 이름을 되살렸다. 2004년에는 데뷔 40주년 기념모델도 발표했다.

 ▲5세대(2005~2013)
 사실 4세대는 머스탱의 화려한 부활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자 포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전혀 새로운 설계를 바탕으로 전성기 시절의 머스탱을 부활시키기로 한 것. 그 결과 등장한 5세대는 원형 헤드 램프와 넓은 라디에이터 그릴, 긴 보닛과 매끄러운 지붕선, 최대한 간격을 벌려 차체 양쪽 끝에 배치한 테일 램프 등 1960년대 중반 머스탱을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오랜 머스탱팬은 물론 젊은 세대에게도 환영을 받았다. 






 2010년에는 한층 날렵하고 세련된 모습과 새로운 기술을 담아 또 한 번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기본구조와 디자인 방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완전히 바뀐 실내외 디자인으로 고전미 및 현대미가 조화를 이룬 스포츠카를 내놨다. 나아가 2011년형부터 현대적 기술로 새로 설계한 신형 V6 3.7ℓ와 V8 5.0ℓ 엔진을 추가했다. 아울러 역대 머스탱 중 고성능으로 유명했던 보스 302와 셸비 GT500을 부활시켜 새로운 역사를 쓰는 중이다. 셸비 GT500의 V8 5.4ℓ 슈퍼차저 엔진은 최고 558마력으로 역대 머스탱 중 가장 강력한 힘을 낸다. 

 ▲6세대(2014년~ )
 6세대는 2013년 12월5일 공개했다. 포드 글로벌 제품개발담당 부사장 라즈 나이르는 "머스탱은 '열정'을 일으키는 모델"이라며 "머스탱은 단순한 자동차의 차원을 넘어선 포드의 심장이자 영혼"이라고 정의했다. 1965년 출시 이후 50년간 900만 대 이상 판매한 영향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6세대 올-뉴 머스탱은 유럽 및 아시아 핵심 지역에도 출시할 예정이다. 포드 글로벌 마케팅 및 판매를 책임진 짐 팔리 부사장은 "머스탱 6세대는 수백만의 사람에게 긍정과 자유를 상징하는 미국차의 아이콘으로 다가갈 것"이라며 "패스트백과 컨버터블 모두 현대적으로 디자인했다"고 강조했다. 
 
 6세대는 머스탱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운전석을 마무리했다. 항공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얻어 운전자가 필요한 정보와 제어장치를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업그레이드한 V6와 V8 엔진 그리고 새로 도입한 올-뉴 2.3ℓ 에코부스트 엔진을 활용해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추구했다. 이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V6 3.7ℓ 엔진은 304마력, 37.3㎏·m의 힘을 발휘한다. 






 6세대의 진가는 코너링에 있다고 포드는 설명한다. 앞뒤 서스펜션 시스템을 완전히 개선한 것. 앞 '페리미터 서브프레임'은 무게를 줄이면서도 차체 강성을 높여 바퀴 제어력을 향상시켰다. 뒤는 '인테그럴 링크 독립식'을 적용했다. 주행성능 개선을 위해 서스펜션의 배열, 스프링, 댐퍼, 부싱 모두 교체했다. 알루미늄 리어 너클은 스프링 하질량을 줄여 개선된 주행성능과 핸들링을 제공한다. 

 ▲끝내며 
 1974년 제작한 영화 '식스티 세컨즈'에는 1967년형 쉘비 머스탱 GT500이 등장한다.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으로 2000년 리메이크했다. 자동차훔치기의 달인인 주인공이 동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에 훔치는 차다. 페라리, 포르쉐 등 내로라하는 슈퍼카가 여러 대 등장하지만 머스탱이 유독 비중있는 역할을 한 점이 눈에 띈다.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가 나와 198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외화시리즈 '전격 Z작전' 역시 머스탱과 인연이 깊다. 당시 키트는 폰티액 파이어버드 3세대를 개조한 것이지만 2008년 '전격 Z작전'을 영화로 만들 때는 2008년형 셀비 코브라 GT500KR을 활용했다. 

 이 밖에도 머스탱은 영화 007시리즈 중 '골드핑거'에서 본드카로, 2007년 '나는 전설이다'에서 주인공의 애마로 출연하는 등 총 500여 편에 달하는 영화에 모습을 드러내 '영화에 가장 많이 나온 자동차'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 만큼 미국 머슬카의 대명사로 손색이 없었다는 의미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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