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프로듀서스] ⑲ BH 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

입력 2014-08-09 08:58  



[취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천범주 교수 / 편집 김희운 기자 / 영상 박수민 PD] 90년대 중반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열풍이 분지 어언 20년가량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우리의 대중문화 앞에 놓여 진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헐리웃이란 산맥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최근 안정적인 글로벌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헐리웃을 포함한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적인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를 만나 한류 해외개척 방안에 대해 물어봤다.

함께하는 행복을 만들어가는 회사 BH엔터테인먼트

Q. BH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간략한 소개
A. 2006년도에 설립해 만 8년째가 되어가는 회사로 소속배우 16명, 스텝 24명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주, 유럽, 일본, 중국 등을 진출하며 전 세계 해외네트워크를 가진 매니지먼트 회사입니다.

Q. 매니지먼트 이외에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사업은?
A. 회사 창립 당시 관련된 머천다이징 사업과 공연관련 사업을 경험해보았고 이러한 사업들은 자체적으로 중심 비즈니스라기보다는 배우라는 콘텐츠를 통해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올해 콘텐츠허브 형태의 기획과 패키징 그리고 투자까지 병행할 수 있는 회사를 법인등록하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 회사는 영화나 드라마 투자와 함께 그에 따른 판권확보와 해외에서의 리메이크 또는 기획을 통한 부가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Q. 1인 기획사로 시작, 지금은 탑스타들이 수두룩한데 성장하는 동안 어려웠던 점이나 위기상황은 없었나?
A. 성장통과 위기상황은 매년 있었고 지금도 있지만 그래도 회사 창립 초기보다 안정화가 되었습니다. 창립당시 저의 나이가 33살로 젊었기 때문에 경영자로서의 방향성, 전략 등 자질이 부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는 저뿐만이 아니라 스텝들과 배우들의 인식도 부족했기 때문에 기본을 만들어 가고 경험을 쌓아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습니다. 매니지먼트 활동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비합리적인 구조나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개선하고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 속에서 늘 어려움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때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험과 마인드가 향상되었고 새로운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Q. 회사를 운영하며 많은 고민이 있을 것 같은데
A. 우선은 연예매니지먼트 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서 기형적인 구조들이 있는데 방송 산업의 경우 콘텐츠를 만들어 납품하는 제작사들의 운영기반이 매우 열악합니다. 모든 것들이 힘의 논리에 따라 방송국 쪽으로 집중되어있고, 영화 같은 경우에도 극장이나 배급사 및 투자자에 집중되어 있음은 물론 연예매니지먼트도 힘의 논리가 배우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기형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를 생산하는 회사들의 제작기반이 불안한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수입이 불투명하면 회사 운영이 전략화 되지 못하고 단기적으로 급급히 운영되는 등 이러한 현상들이 계속 악습되다 보니 각 분야별로 많은 연기자와 음반회사들이 등록돼 있지만 이중 흑자로 전환돼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은 전체 업계의 5%가 채 안 되는 열악한 상황입니다.
일반적인 산업의 영업수익률은 10~20%, 많으면 30%정도인데 콘텐츠 제작업 같은 경우 High Risk High Return(고수익 고위험)의 구조를 갖고 있다 보니 한번 수익을 얻으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불안정한 부분이 많고 연예매니지먼트 사업 같은 경우 수익률 자체가 평균 6~8% 정도다 보니 실제 회사운영이란 면에서 어려운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Q.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수익을 내며 성장하고 있는 BH만의 남다른 경쟁력은?
A. 다행히도 회사에 들어오는 배우들이 기존의 소속되었던 회사들과는 굉장히 다른 조건으로 들어옵니다. 배우들에게 있어서 소위, 수익배분 비율이라는 것이 중요한데 보통 현업에서 적용되는 것은 5:5에서 특수한 경우에 9:1정도에 분배비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저희 회사의 경우는 5:5에서 7:3 정도로 기본계약을 하게 됩니다. 다른 회사보다 계약기준이 까다로운 편인데 그런 부분들을 상당히 잘 이해해 주는 거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계약금도 없지만 계약비율도 다른 회사에 비해 불리합니다. 하지만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스텝들과 회사의 기반을 닦아가는 시스템들이 본인들 스스로가 체감할 정도로 다른 회사에 비해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주고 그러한 것들을 직접 체감할 수 있게끔 제공해 주다 보니까 계약조건에 대해 불만을 가진 분들은 지금까지는 없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을 파헤치다 보면 아주 큰 변혁기들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논란이 되는 사건, 사고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기획사와 배우들의 분쟁 같은 경우는 계약으로 인한 불합리한 부분으로 인해 회사경영이 어려워지고 그 모든 손해가 다시 배우들한테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다 보니 이러한 악습을 끊기 위해서 소속배우들에게 양해를 구해 과감하게 그 연결고리를 끊어버렸습니다.
스텝들의 연봉이나 복지수준이 업계에서는 최고라고 할 만큼 달라졌고 그러다 보니 양질의 인력들이 회사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배우들에 대한 전략과 현장업무들이 배우들이 체감할 정도로 많이 개선이 되었습니다. 배우들 입장에서도 회사와 스텝들에게 양보함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부분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길게는 14년, 혹은 대부분 회사에 들어오면 오랜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Q. 배우들이 회사의 철학과 경영방침 등을 미리 이해하기 쉽지 않을 텐데
A.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너무 젊은 나이에 회사를 시작하다 보니 저 스스로도 마인드가 부족했습니다. 열정과 가치관 등 뜻은 있었지만 상대방에게 전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회사의 가치와 명성을 알리는 브랜딩하기로 했고 5년 정도 시간이 지나며 회사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업계에서는 들어가기는 어렵고 나오기는 쉬운 이미지로 알려졌습니다. 회사에서는 책임질 수 있는 배우만 들여오기에 배우들 사이에서 저희 회사를 가면 조건은 까다롭지만 들어가면 배우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됐습니다. 부끄럽지만 최근 어떤 배우가 BH는 연예매니지먼트 업계의 삼성(규모가 ‘크다’라는 면이 아닌 시스템과 가치가 잘 이루어져 있다는 면)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좋았지만 더욱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기게 됐습니다.
 
작지만 야무진 BH만의 기업가 정신

Q.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나 철학은?
A. 사람은 아무래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하게 되잖아요. 저는 1999년경 ‘백기획’이라는 회사를 통해 연예매니지먼트사업에 입문을 했는데요. 당시가 엔터테인먼트의 춘추전국시대라 불려지며 기획사들이 기업형 체계로의 변신을 도모했던 시대였어요. ‘백기획’도 처음에는 작은 오피스텔에서 시작해 배우 50여명, 직원 200명에 달하는 매우 큰 기업형 매니지먼트 경영체제로 바뀌었는데 기업경영이라는 기본적인 뼈대가 없는 상황에서 짧은 시간 내에 몸집만 커지다 보니 회사가 도산하게 되었습니다. 경영 부진과 회사가 도산하는 상황에 염증을 느낀 저는 이직을 했는데 ‘에이스타즈’라는 회사도 실제적인 사업보다는 증권시장에 상장을 목표로 하는 회사였습니다. 이후에 경험한 ‘사이클론’과 ‘플레이어’ 또한 ‘팬텀’이라는 회사를 통해 우회상장을 시도하게 되었고 그런 기업형체제로의 변혁의 과정 속에서 제가 겪은 회사들이 모두 도산의 위기로 처해가는 과정을 직접보고 문제점을 몸으로 느끼다보니 지금 추구하는 회사의 방향들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같습니다. 또한 스텝이건 배우건 외부에서 자기회사에 대해 불만이나 질타를 하기 시작하면 그 회사의 비전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경영철학 중 직원들과의 소통과 이해를 기반으로 혁신을 쌓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그 부분만큼은 소통을 잘하면서 평점 이상은 이루어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결국 기업의 이러한 습관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스텝들의 태도와 성향, 회사의 전략 등으로 합쳐져서 저희 회사의 저력이 되었고 저희 회사에 오고 싶어 하는 이유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우회상장 등 물질적인 성장위주의 과도기를 통해 기업가 정신 등의 필요성을 몸소 체험한 듯 한데
A. 주로 50~60년대에 태어나신 10~15년 정도의 선배들이 2000년을 전후한 시기에 너무 물질적인 성공에 현혹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으로써 안타까운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연예매니지먼트는 70%이상이 30~40대의 대표들이 이끌어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어떤 산업도 이렇게 많이 젊은 세대들이 리더를 맡고 있는 업종은 없거든요. 산업의 특성상 감각이 필요해서 젊은 리더들이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산업이 성숙해가려면 선배들이 잘 자리를 잡고 젊은 기업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어야 했는데 오히려 도태되어가는 선배들을 지켜보며 저희가 보고 배운 것은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하는 타산지석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타산지석 속에서 젊은 리더들이 악습을 끊고 건실하게 일에 전념하며, 작지만 야무진 기업가 정신들을 지니며 성장해 가는 것 같습니다.

BH엔터테인먼트의 성과와 새로운 영역확장

Q. 어느덧 8년차 청년 기업으로의 성장, 이제까지 BH의 경영성과는?
A. 회사를 설립했던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30%씩 꾸준히 성장하였고 재작년부터 매출성장이 균등해지기 시작했는데 이는 아마도 현재의 매니지먼트 구조로는 최대치에 이르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전략적 성장을 위해서는 스텝들의 보강을 통한 인적 인프라의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겠고 그 무엇보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가장 중점적으로 개척한 것이 바로 해외 시장개척이었습니다. 초창기에는 이병헌씨를 바탕으로 일본시장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이병헌씨의 미주진출을 비롯해 소속배우들의 미국 에이전트들과의 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는 일본 및 중국 그리고 미국 등 각 나라에 2개씩의 파트너들과 병행을 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네트워킹을 만들었다는 것이 8년 동안 가장 큰 성과인 것 같습니다. BH가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된 것이 일본이나 중국, 미주 어느 한 국가에 치우친 것이 아닌 해외 전반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네트워킹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Q. 해외시장 개척이 결코 만만치 않았을텐데  
A. 물론 아시아에서 미주까지 진출하는데 있어서 배우 이병헌이란 콘텐츠 영향력이 컸습니다. 그러면서 저희도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학습한 것이 있는데 인종이 다르고 문화적인 성향은 다르지만 일을 해나가는 메커니즘은 어디나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첫 시장이었던 일본에서는 시행착오도 많고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10년 동안 하나하나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국이나 미국시장에서는 시행착오가 크게 줄었고 현재는 가속이 붙어서 더욱 안정감 있게 빠른 속도로 네트워킹을 해가고 있습니다.
 
Q. 다른 지역들의 해외 진출계획과 다른 영역의 진출계획은?
A. 기본적으로 연기분야는 음악분야와는 비즈니스 사이클이 다릅니다. 일본, 중국, 미주에 집중해있는데 아티스들의 성향도 고려해야겠지만 배우라는 콘텐츠 특성에 기인해서 보면 음악과 같이 음반, M/V, 콘서트, 프로모션, 행사 등을 통해서 보다 쉽게 시장을 경험하고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기에는 언어전달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배우는 4분 안에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 대략 2시간 이상의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콘텐츠로 알려지기 때문에 시장과의 근접성이 떨어지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드라마 등의 콘텐츠가 해외로 수출이 돼서 알려지는 토대를 마련한 후 관련 프로모션을 하고 해당 국가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 그 나라의 작품에 출연하거나 광고 또는 이벤트를 해서 알려지는 과정을 겪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속배우가 출연한 해당 작품이 해외에서 얼마나 성과가 있고 어느 시장에 얼마나 인기가 있는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후, 그 시장에 파트너십을 맺고 진출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빠르고 유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관건인데 그런 면에서 배우분야는 제3의 시장보다는 중국, 일본, 미국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할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전문성과 융합이 차세대 경쟁력

Q. 매니지먼트 이외에 영화, 드라마 등 제작과 관련한 계획은?
A. 2000년대 초반 당시 많은 매니지먼트사가 제작에 제작사가 연예 기획업에 참여했었는데 그 업의 속성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단순한 접근이었던 것 같아요. ‘캐스팅도 힘들고 잘되면 배우만 돈 버는데 우리가 한번 키워볼까’ 내지는 ‘탑스타가 있는데 우리가 직접제작해 볼까’ 라는 식으로 상대 비즈니스의 고유한 업력과 노하우 등을 이해하지 못했던 거죠. 모두 대박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고 쉽게 시작했지만 그렇게 기획한 회사들 중에 지금까지 자리를 잡은 회사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남의 떡을 크게 본거 같고 실상은 제작도 매니지먼트도 각각의 콘텐츠 생산체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매니지먼트에서도 승부를 못 내면 제작에서도 당연히 승부를 못 낸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업계에서 매년 제작되는 드라마나 영화가 200편이 넘어서고 그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은 10%미만인데도 지금 당장의 노하우도 없이 뛰어들기에는 너무 위험합니다. 따라서 전략적으로 필요성은 있다고 보지만 소속배우를 생각하면 그렇게 좋은 구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직접제작보다는 제작의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획패키지에 중점을 두려고 하는데 기존에 한국에서 성공했던 영화나 드라마를 중국이나 미국에 진출시켜 리메이크하는 방식의 사업이나 저희 배우들이 참여 하는 작품에 투자를 하면서 판권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리메이크시키고 그에 따라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비즈니스들을 좀 더 전략화 시킬 수 있는 기획들을 병행할 수 있는 전문회사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Q. 엔터테인먼트의 대형화, 다각화로 인해 헐리웃 스튜디오들처럼 한때 수직계열화가 유행하다 지금은 각 기업의 전문화와 기업 간의 융합이 더욱 중요해진 것 같은데
A. 2000년대 초반을 기준으로 보면 그때 당시는 엔터테인먼트산업 자체의 신뢰가 부족했었습니다. 지금은 주요 메이저 회사들을 중심으로 신뢰가 형성되면서 전문화와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작은 기업들도 서로 간에 뭉치면 어려운 일들도 충분히 해쳐나갈 수 있지만 기업 간의 신뢰나 업무간의 신뢰를 산업 간의 신뢰로 이어가기에는 아직까지는 다소 부족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성숙되어가는 과정이 좀 더 지나면 수직계열화보다는 기업형 매니지먼트를 토대로 전문성을 갖춘 건전한 구조의 회사들이 5년 후부터는 많이 생겨날 것 같습니다.
 
Q. 현재 매니지먼트 업계의 문제점과 더욱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A. 예전에는 일본보다 10년 이상 뒤쳐져 있다거나 소위 헐리웃의 에이전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지만 2010년을 지나면서 한국의 매니지먼트 시스템들이 싸이와 빅뱅, 이병헌, 배용준 그리고 최근에는 김수현, 전지현 등 월드스타를 만들어 내면서 이제는 역으로 일본이나 헐리웃에서도 한국의 시스템을 탐구하러 들어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헐리웃에 가서 연예산업에 대한 시스템을 직접 확인해보면 그 이면에도 치명적인 문제점들이 있는데 산업의 병폐를 막고자 법으로 구분을 했던 에이전트, 매니지먼트, 퍼블리시스트 등의 분리가 오히려 업무간의 이질감으로 작용해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데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발굴, 기획, 매니지먼트, 에이전트, 퍼블리시스트, 마케팅이 시장의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일본의 보수성이나 지나치게 합리를 강조해서 비합리화가 돼버린 헐리웃의 시스템보다 오히려 더욱 성장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해외시장을 경험하면서 오히려 한국의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굉장히 진보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회사 시스템 전략화와 네트워킹에 주력하며 뼈대를 제대로 갖추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 입니다. 기초가 부실한 회사는 몸집이 커지면 커질수록 도산에 더욱 빨리 다다르기 때문입니다.
 
Q. 기업의 전문성에 대한 역량강화와 양질의 파트너들과의 네트워킹을 강조했는데
A. 오너만 일등인 회사는 좋은 회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수시로 강조하는데 신입직원부터도 다른 회사와 비교했을 때 그 수준이 남달라야 일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저부터 직원들 모두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다보니 미국 에이전시 시스템과 일본 기업형 매니지먼트 시스템에서 고민하던 우리나라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대한 해법이 제시된 듯합니다.

BH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비즈니스와 스타들의 해외진출

Q. BH의 글로벌한 해외 파트너십에 대한 소개
A. 저희가 해외시장을 경험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그 시장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우리가 익숙하게 경험을 했던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판단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해외파트너를 만날 때 우리가 얼마나 경험을 얻을 수 있는냐와 얼마나 판단능력을 가질 수 있느냐가 중요했고 파트너회사와 일을 하되 한 회사에만 올인 하지 않고 분류별로 여러 회사를 나누어서 만나고자 하였습니다. 일본시장에서의 사례를 말하자면 일본의 주요 광고대행사인 하쿠호도(Hakuhodo)와는 이병헌씨의 유명세를 전략화해서 광고나 팬관리 등 프로모션 중심의 마케팅을 전개했고, 한효주씨 경우에는 일본어에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작품출연을 중심으로 우리 회사와 유사한 구조의 FLaMme(히로스에료코, 고유키 등 소속)이라는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회사들과의 에이전트 관계 속에서 각 회사마다의 장점과 노하우를 통해 간접경험을 하게 되면서 현지에서 어떠한 영화나 광고, 프로모션을 해야 하는지에 알게 되었는데, 만약 우리가 지사를 따로 만들어 운영했다면 아마 지금까지의 경험과 성과를 얻지 못 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에는 CAA(Creative Artists Agency)를 통해서 일을 하다 이병헌 씨의 에이전트가 따로나와 Endeavor라는 회사를 설립 후 다시 WMA라는 회사와 합병을 하면서 다시 규모가 커진 WME(William Morris Endeavor)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에 다시 CAA라는 회사로 옮겨갔는데 이 과정 중에 굴지의 여러 에이전트와의 인연을 갖게 되었고 여러 전문가들과의 교류가 생기면서 소속배우 중 1~2명 정도가 올해 안에 미국의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으면서 활발한 활동을 할 것 같습니다.
 
Q. 어떠한 기준을 갖고 파트너십을 맺는지?
A. 일단 시장에서 검증된 회사들을 기준으로 그 회사들의 평판과 업무에 관한 내용을 리서치 한 후 직접 만나보고 그 사람들의 생각과 전략을 들어보면 어느 정도 판단이 생기게 됩니다. 서로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따라 일의 진척이 달라지는데, 신뢰가 형성되기 까지는 오래 걸리지만 한번 관계를 가지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일이 쉽게 진행되는 것 같은데 이런 과정을 통해 중국에서도 2개 회사와 일을 병행 중이고,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채널과 경험의 양이 늘어나면서 좋은 성과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스타이자 리더 이병헌 & 배우 안소희

Q. 이제는 글로벌스타가 되버린 이병헌씨의 해외 진출성과와 향후 계획은?
A. 현재까지는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지아이조 1,2> <레드 2> 이렇게 3작품에 출연을 했고 이제 4번째 작품인 <터미네이터:제네시스>에 출연하게 되었는데요, 아직까지는 성공했다라고 평가를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미국에 진출한 한국배우 중에서 미국스텝들에게 성실하게 영향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고 괄목할만한 성과들을 연이어 보여줌으로써 현지 스텝들에게 한국배우들에 대한 시각을 바뀌게 하면서 한국배우들이 지금보다는 앞으로 더욱더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Q. 스타로써가 아닌 이병헌 씨의 인간적인 매력은?
A. 한마디로 너무 프로페셔널합니다. 어떤 역할이나 불리한 상황, 열악한 환경이던 배우로써 굉장한 집중력을 가지고 있고 인간으로써 자기가 결정한 일에는 불평, 불만을 갖지 않습니다. 환경이나 스텝이 못 따라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핑계가 없고 스스로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불평 없이 어찌됐든 긍정의 사고를 가지고 해결하며 극복해 나갑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배우로써 뿐만이 아닌 리더로서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력이나 시너지를 통해 좋은 성과를 만들어왔고 간혹, 시나리오 상의 작은 배역이 이병헌씨 중심으로 시나리오가 바뀌어가는 과정 속에서는 그 나라 현장 스텝들도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볼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Q. 글로벌스타로 자리를 잡아가는 이병헌씨를 바라보는 후배들은 어떠한지?
A. 아무래도 자극은 되겠죠.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은 꿈꿔보는 헐리웃이잖아요. 그래서 이병헌씨 본인도 따라올 후배들을 위해서 더욱 더 열심히 길을 닦으며 한국배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병헌씨가 잘한다면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훌륭한 배우들이 헐리웃에서 활동할 기회 또한 많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4~50대의 노련한 배우들은 언어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후배들의 경우에는 언어적인 재능을 겸비하고 있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따라서 향후 10년 이내에는 한국배우들의 헐리웃 활동이 많아질 것이라 보여 집니다.
 
Q. 최근 헐리웃에서 한국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던데
A. 한국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한국에서 무엇이 인기가 있는지에 관한 관심들도 많아 졌습니다. 그래서 한국작품을 보내주면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고 미국에서 한국작품에 대한 매니아층이 많이 형성되어있습니다. 이를 보면 한국영화에 대한 저변이 그만큼 넓어졌고 헐리웃에서도 확실히 ‘관심의 축’안으로 들어왔다고 보여집니다.
 
Q. 최근 영입된 원더걸스 안소희양의 영입 배경은? 배우로써 어떤 가능성과 어떻게 성장할까?
A. 소희양을 긍정적으로 본 것은 연기 출발선상에서 아직 어리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인지도 자체가 장점이자 단점이었기에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고 회사 내에서도 ‘갑론을박’ 여러 의견들이 나왔었습니다. 이러한 경우 고민은 보통 신인들이 성장하는데 있어 연기가 무르익어가는 과정만큼 인지도와 함께 관심이나 선호도도 정비례해서 쌓여야 그 친구의 연기가 성장하는걸 보면서 대중들이 실망하지를 않게 되는데, 흔히 주변의 ‘발연기’라고 질타를 받는 신인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연기에 대해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소희양의 경우에는 하루아침의 스타는 아니지만 초보연기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많은 인지도와 선호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었던 것입니다. 이 친구가 10년 동안 잘 성장해 30대 초반이 되면 그 나이 또래에서는 분별력을 가진 좋은 배우가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죠. 인지도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지금 소희양의 위치에 오기까지는 굉장한 인내와 운 그리고 노력이 필요한데 이 친구는 적어도 그 부분만큼은 이루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전략적으로 잘 관리만 한다면 그 부분이 굉장히 좋은 장점으로 변할 것이라 생각해 같이 시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반짝이는 주인공 보다는 10년 후 좋은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배역을 선택해서 욕심을 덜고 이 친구가 잘할 수 있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찾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계획하고 고민할 것입니다.

 정보와 공유를 통한 한류의 성장과 발전

Q. 현재의 한류에 대한 평가와 한류가 더욱 성장발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노력은?
A. 협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많이 드리는데요. 실질적으로 지금까지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그 구조가 해외로 넓혀나가기에는 기본적인 골격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고 봅니다. 어떤 일이든 제일 먼저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그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나면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고, 그 데이터를 토대로 전략을 구성한 후 뻗어나가는 기본적인 단계들을 거쳐 가야 되는데 지금의 산업 골격은 내수시장만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또 그렇게 너무 오랫동안 성장해왔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한류의 기반을 형성하는데 드라마의 힘이 컸다고 할 수 있고 세계 각지에서 우리나라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채널도 많아졌습니다. 이것은 드라마의 영향력이나 성장의 비전이 앞으로 어마어마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제작을 하는 제작사나 송출하는 방송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컨텐츠가 해외시장에 어디로 팔려나가고 있고, 어디서 방송이 되며, 어디서 인기가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습니다. 혹여 그 데이터가 있더라도 정보공유가 안 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매니지먼트회사는 이러한 정보들이 가장 중요한 소스인데 <동이>,<대장금>,<허균>같은 작품들은 헝가리 등 동유럽에서 인기가 많고 이라크에서도 시청률이60%가 나오는 국민드라마로 평가 받고 있으며 심지어 국빈초청을 받거나 그 나라의 대사가 회사를 직접 찾아와 섭외할 정도로 드라마나 배우들의 인지도는 높습니다. 저희는 우연한 계기로 그때그때 이러한 정보를 알게 되지만 이러한 정보들이 우선은 공식적으로 수집되고 공유되어야 합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산업 전반에 걸쳐서 서로 정보를 호환하고 그 정보를 필요에 의해 전략화해 활용할 수 있게끔 되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부분들이 미비한 것 같습니다. 한류가 10년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조차도 정보가 원활하게 운용되지 않다는 점에 상당한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온라인 등 다매체 시대에 있어서의 퍼블리시티권, 초상권에 대한 제도적인 구조들의 보완과 개선을 통해 배우나 콘텐츠에 대한 권리가 보호되어야 우리의 콘텐츠를 지켜나갈 수 있으며 내실과 외실 양측면을 다져가지 않으면 앞으로의 발전에 장애가 되거나 성장의 한계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큰 경제적인 효과를 얻고자 한다면 그 중심에 있는 사업자들이 그 정보를 연구하고 개발하며 공유해나가야 합니다.
사업자들뿐 만이 아니라 문화산업관광부 산하의 각종협회나 기관들 또한 각자의 정보들을 믹스 매치해야 한다면 그 정보들을 전략화 했을 시에 가져갈 이익은 상당히 많을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에서 보면 송혜교, 한채영, 한가인 등이 <풀하우스>,<쾌걸춘향> 등의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얻고 있고, 추자현 이라는 배우가 <아내의 유혹> 대만판 리메이크에 출연해 알려진 후 7편째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들이 우발적이 아닌 전략적인 기획이 앞선다면 더욱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별에서 온 그대>같은 경우 중국에서 리메이크되어 방송되어질 텐데 중요 포지션에 전략적으로 한국의 배우가 들어간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당히 달라질 것 입니다. 드라마 판권의 경우 작품에 따라 방송국이나 그 자회사 또는 제작사가 가져가기도 하는데 이러한 것들을 사전에 기획 패키징 한다면 더욱 큰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앞으로 BH엔터테인먼트를 어떤 회사로 만들어 갈건지?
A. 회사의 모토이기도 한데 기본에 충실한 회사입니다. 배우들이 롱런을 하고 스타가 되려면 연기를 잘해야 되고 가수는 본질적으로 노래를 잘해야 되듯이 기획사는 누구보다 빠르게 정보를 캐치하고 분석해서 소속 아티스트의 성장에 필요한 것들을 선구안을 가지고 골라줄 수 있는 그리고 그것을 전략적으로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입니다. 아무리 위기상황이 오거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배우도 기본인 연기를 잘하면 좋은 캐릭터를 만나는 순간 빛이 나거든요.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있는 대부분의 연기파 배우들은 자기 몸에 딱 맞는 작은 역할에서 시작해 지금의 자리에 와있는 것이에요. 이처럼 국내에서 빛을 발할 기회도 그리고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초도 나가서 롱런할 수 있는 가능성도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것입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한눈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신인배우들이나 매니저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메시지
A. 역시 기본에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배우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는 외모를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형을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희애라는 배우를 보면서 훌륭하다고 느끼는 것은 잘 관리해온 생활습관이나 연기력도 대단하지만 그와 함께 마음 깊이 표현되는 그 자연스러운 표정들은 얼굴에 손을 대서는 절대 전달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조금 지나면 자연 미인이 각광받는 시대가 곧 올 것입니다. 그와 함께 배우로써 기본에 충실해야 될 것입니다. 매니저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많이 보라는 것입니다. 드라마도 많이 보고 영화도 많이 보고 그리고 그 누구보다 많은 책을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객관적인 자기기준을 가지고 일해야 하며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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