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1ℓ가 있다. 기체든 고체든 무게는 달라져도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 과학에서 말하는 '질량 보존의 법칙'이다. 부피 및 형태와 관계 없이 질량은 어떤 형태로든 유지된다는 의미다. 뜬금 없는 과학 법칙인 것 같지만 현대차 파업을 보면서 떠오른 말이 바로 '질량 보존의 법칙'이다. 기업에 적용하면 '이익 보전의 법칙'과 같아서다.
최근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결정했다. 파업에 돌입하면 생산이 중단된다. 동시에 신차를 인도받아야 할 소비자의 대기 시간도 길어진다. 회사도 손해지만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보상받을 방법은 전혀 없다. 파업은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분류돼 제조사가 보상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으로 보장하는 근로 행위라는 점에서 소비자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들여다봐야 할 것은 손해의 보전성이다. 생산이 중단되면 기업도 손해라지만 생산이 재개되면 기업은 손해 보전에 적극 나선다. 이른바 '이익 보전의 법칙'이 발동해 차 값이 오르는 게 대표적이다. 상품성 강화 연식변경, 신차 등이 손해 보전의 도구가 된다. 게다가 협력사 납품단가 인하 요구도 거세진다. 또한 파업 기간 중 손실난 생산량은 시간당 생산성 향상으로 충분히 만회된다. 이렇게 보전된 이익은 파업 기간 중 일하지 못해 발생한 근로자의 지갑 채우기에 활용된다. 협상이 타결돼 지급되는 격려금 또는 연말 성과급이 수단이다.
그렇게 본다면 파업으로 손해보는 곳은 기업과 노조가 아닌 전적으로 소비자다. 만약 소비자가 원래 인도받기로 한 날짜에 차를 받지 못해 렌터카를 사용했다면, 운행 중인 영업용 차에 고장이 발생했지만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면 누가 보상할 것인가. 하지만 정작 회사나 노조는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없으니 그야말로 소비자는 이익 보전에 나선 노조와 기업의 먹잇감에 불과한 셈이다.
파업은 분명 법으로 정해진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다. 또한 이익 보전으로 차 값이 인상됐다면 그것 또한 탓할 수 없다. 선택은 철저히 소비자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업 자체는 근로자와 이들을 고용한 기업의 내부 문제일 뿐 소비자가 피해를 입어도 괜찮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게다가 파업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하소연 할 곳도 없다. 그럼에도 파업은 지진, 해일, 태풍, 홍수 등과 같은 천재지변으로 분류돼 있다. 천재지변에 따른 자연재해는 국가 도움이라도 받지만 파업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아무도 보상하지 않는다. 이게 과연 형평에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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