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차명(車名) 바꾼 쌍용차, 이제는 사명(社名)일까?

입력 2014-08-25 08:01   수정 2014-08-25 08:01


 쌍용자동차가 코란도 브랜드를 완성했다. '코란도' 아래 '코란도 C', '코란도 스포츠', '코란도 투리스모'를 묶어 이른바 '코란도' 제품군을 완성했다. 덕분에 기업 이미지도 많이 개선됐다. 여기에 힘입어 쌍용차 내부에선 아예 회사명을 '코란도모터스'로 바꾸는 목소리도 나오는 중이다. 

 쌍용에게는 원래 두 가지 확고한 차명이 있었다. 코뿔소를 의미하던 무쏘(MUSSO)와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를 줄인 코란도(Korando)다. 두 차명은 1997년 대형세단 체어맨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쌍용차의 아이콘이었다. 무쏘는 쌍용차가 동아자동차를 인수하며 새로 개발한 차종이고, 코란도는 이전부터 존재했던 차명을 그대로 계승했다.
 
 그렇게 무쏘와 코란도는 쌍용차의 대표 차종에 오르며 국내 4WD 시장을 개척했다.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 갤로퍼의 유일한 경쟁차종이 무쏘이자 코란도였던 만큼 국내 시장에서 무쏘와 코란도에 대한 기억은 오래됐던 셈이다. 

 하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원칙하에 2005년 상하이차로 인수된 후 무쏘는 카이런(Kyron), 코란도는 액티언(Actyon)으로 이름표가 바뀌었다.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켄 그린리(Ken Greenley)가 창(槍)과 방패(防牌)의 형상을 자동차에 담아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돌출됐다. 켄 그린리의 생각이 시장에 전혀 먹혀들지 않았던 까닭이다. 지나친 파격 디자인이 오히려 국내 소비자의 거부 심리를 자극했다. 실제 쌍용차 내부에서조차 카이런과 액티언은 성공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물론 결과 또한 예상대로였다.  
  
 그래서 마힌드라로 인수된 후 쌍용차는 디자인에 치중했다. 국내 시장에 해박한 현대차 출신 상품본부장을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수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대대적인 성형수술이 아니면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디자인 문제는 부분적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차명이 문제였다. 실패한 카이런과 액티언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부적절했다. 고민 끝에 얻어 낸 결론이 바로 '코란도'의 부활이었다. 잠시 액티언으로 바통을 넘겼을 때도 코란도 중고차 인기가 식지 않았음을 간파했고, 결국 '코란도'에 서브 네임을 붙이는 방식을 확정했다. 그 첫 차종이 바로 '코란도 C'다.
 




 코란도 C는 단 기간에 액티언 이미지를 상쇄했다. 코란도 역사에 잠시 비집고 들어 온 액티언의 존재감을 크게 줄였다. 쌍용차가 바라던 바였고, 뒤 이어 코란도스포츠가 액티언스포츠를 대신했다. 역시 변경의 핵심은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곧 또 하나의 코란도가 추가됐다. RV 로디우스의 후속작인 코란도 투리스모다. 

 물론 쌍용차가 코란도 부활 프로그램을 주도하게 된 배경은 코란도의 정체성 때문이다. '쌍용자동차'라는 사명 하에 존재했던 제품 중 코란도를 기억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다. 일부에선 과거 기억을 떠올리는 만큼 반대도 했지만 오히려 '코란도' 사용은 아픈 기억을 새롭게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고민이 있다. 바로 '쌍용자동차'다. 하동환자동차에서 거화자동차, 동아자동차, 그리고 쌍용자동차로 네 번의 사명 변경을 거치며 어렵게 정착된 사명이 좀처럼 명확한 기업 이미지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한 때 자동차 역사에 남을 만한 77일간의 옥쇄파업은 기업 이미지를 나락으로 밀어냈다.

 그러나 사명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다. 이미 사명 변경 고민의 흔적은 여러번 언급됐다. 쌍용차 이유일 대표도 '쌍용차'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게 숙제임을 입버릇처럼 말한다. 만날 때마다 방법을 찾는 중이지만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말도 건넨다. 

 그럼에도 한 가지, 방향은 정해야 한다. 코란도 부활에서 얻은 교훈처럼 '어떤 악조건에서도 살아남은 풀뿌리 기업 이미지'가 되든, 지극히 포괄적인 '좋은 기업'으로 가든 선택은 해야 한다. 그런데 쌍용차 역사는 '극복의 연속'이었다. '풀뿌리 기업'이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다가온 배경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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