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기자] 여성 예능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부활 조짐이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예능은 남성열풍이 거셌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초 격인 MBC ‘무한도전’ KBS2 ‘1박2일’ ‘남자의 자격’ 그리고 현재 방영중인 MBC ‘진짜 사나이’ ‘아빠 어디가’ ‘나 혼자 산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인간의 조건’, SBS ‘정글의 법칙’ 등 대다수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보여준 남성 출연진들의 장악력은 대단했다.
헌데 최근 여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예능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여성 출연진들의 신선한 활약에 시청자들 역시 반가움을 표했다. 남성 중심적이었던 예능계의 지각변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걸까?
■ 결정적 ‘신의 한 수’
2013년 10월 첫 선을 보인 ‘인간의 조건’ 개그우먼 특집 편에서는 그동안 개그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개그우먼들의 반전 매력과 꾸밈없는 미션 체험 과정을 통해 여성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개그우먼 김숙, 김신영, 김지민, 박소영, 김영희, 신보라로 이뤄진 ‘인간의 조건’ 개그우먼 편은 ‘인간의 조건’ 원년멤버인 개그맨 김준호, 박성호, 양상국, 김준현, 정태호, 허경환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갖가지 새로운 매력으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주어지는 미션마다 멘붕 상태에 빠져 부산스러운 모습을 보이던 남성 멤버들과는 달리 여성 멤버들은 야무지게 ‘핸드폰 없이 살기’ ‘쓰레기 만들지 않기’ 등의 미션을 수행해 나갔다. 아니 오히려 ‘즐기는’ 여유까지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여성들만의 ‘코드’가 통했다. 이들은 한 방에 모여 여성들에게는 강한 공감대를 남성들에게는 묘한 호기심을 자아낼만한 연애, 패션, 다이어트 등의 주제들을 놓고 끊임없이 수다를 떨어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장보기부터 요리까지 막힘없이 척척 해내거나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움직이는 모습, 평소 더치페이를 생활화하는 모습들에서 시청자들은 여성 멤버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꼈다.
‘인간의 조건’ 체험 과정에서 멤버들이 웃고 즐기고 때로는 눈물짓는 모습들을 통해 시청자들은 진정성을 느꼈다. 내숭이나 가식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일상인 듯 밥을 먹고 잠자고 웃고 떠들며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일관한 것. 이러한 모습들에서 시청자들은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예상 밖이었다. 남성 멤버들의 반복되는 미션, 식상하고 겹치는 얼굴 등의 이유로 잠시 숨고르기용이었던 ‘인간의 조건’은 개그우먼 특집 편이 지지부진하던 시청률을 단숨에 동시간대 1위로 끌어올려 버렸으니 말이다. ‘인간의 조건’ 개그우먼 특집 방송 이후 배우 천이슬, 아나운서 박은영, 개그우먼 박지선 등이 새 멤버로 투입되는 등 시즌제가 도입돼 현재는 ‘인간의 조건’ 원년 멤버 이상의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 ‘진짜’란 바로 이런 것
8월24일 방송된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 편에서는 배우 홍은희, 김소연, 라미란, 가수 지나, 걸그룹 걸스데이 혜리, 쇼트트랙 선수 박승희 그리고 개그우먼 맹승지가 훈련소에 입소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의 좌충우돌 군대 입소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과 기대 이상의 재미를 동시에 안기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이들은 각양각색이었다. 라미란, 김소연, 홍은희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얼어붙어 녹록치 않은 군 생활을 짐작케 했다. 반면 맹승지와 혜리는 훈련 내내 각각 어리바리함과 해맑은 모습으로 일관해 소대장의 화를 돋워 보는 이들까지 긴장하게 만들었다. 또한 오랜 외국 생활로 입소 초반 어리둥절하던 지나는 살벌한 군대 분위기에 적응하면서 공포에 질려갔고, 평소 훈련과 합숙 생활이 익숙한 박승희는 담담한 태도로 묵묵히 훈련에 적응했다.
이날 단연 하이라이트는 방송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민낯 공개와 프로필과 다른 실제 몸무게였다.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을 내려놓은 여성 멤버들의 얼굴은 많이 밋밋해졌고, 실제 몸무게가 프로필과 달라 서로 민망해 했지만 그들은 ‘진짜’ 여군이 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엿보여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샀다.
그간 여성 연예인들의 군대 체험 예능 프로그램들은 꾸준히 선보여 왔었지만 이날 첫 방송된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은 색달랐다. 관등성명을 대는 법을 배우거나 제식 훈련, 얼차려 기합을 받는 등 진짜 군대 그대로의 상황과 분위기로 채웠다.
첫 날이기에 돌방행동은 끊이지 않았다. 맹승지는 훈련소에 배꼽티 차림으로 등장했고 혜리는 “언제 웃을 수 있느냐”며 해맑게 웃어 보였다. 또 지나는 속눈썹 연장술과 애교머리 스타일로 소대장에게 지적을 당했고, 심지어 맏언니 라미란은 몰래 싸둔 꿀 호떡을 동료들에게 먹자고 주동해 다함께 기합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비교적 빠르게 군 생활에 적응해나갔다. 특히 유격 훈련과 화생방 등 고난이도 훈련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펼쳐질 혹독한 군대 훈련기를 잘 이겨내 여군으로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성들의 다양한 감정 표현과 그 안의 미묘한 심리전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진한 의리가 제대로 빛나고 있다. 그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분출해내는 열렬한 감동의 물결이 시청자들에게 더 큰 파도로 밀려들기를 기대해본다. (사진출처: KBS ‘인간의 조건’ MBC ‘진짜 사나이’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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