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기자] 믿었던 진실에도 모순은 존재하더라. 그 모순을 발견하게 됐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 걸까?
9월10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 15회에서는 그동안 장재열(조인성)이 실존인물이라 믿었던 한강우(도경수)가 진짜가 아닌 환시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재열은 지해수(공효진)가 자신 때문에 병원에서 징계를 받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엄마(차화연)에게 “나 요즘 강우가 안 보인다. 강우는 정말 가짜인가보다”며 “퇴원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엄마는 “안 된다‘고 거절했지만, 재열은 ”내 병은 잘 안 낫는다. 약 잘 먹겠다. 나를 데려가 달라“며 퇴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물론 재열의 말은 거짓이었다. 재열은 엄마에게 퇴원시켜달라고 말하는 와중에도 자신을 바라보는 강우의 모습을 의식했다. 하지만 재열은 더 이상 자신 때문에 해수가 마음 아파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더 이상 해수에게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
해수는 퇴원하는 재열을 찾아가 “가지 마라”고 붙잡았다. 허나 재열은 완강했다. 그는 “너가 어떤 말을 해도 나는 간다”며 “난 그 어떤 누구 앞에서도 초라해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널 덜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면 그렇게 생각하라”며 “그 말은 난 반드시 내 식대로 한다는 거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너무나도 잔인했다. 냉정한 재열의 말에 해수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내가 어떻게 해야 널 잡을 수 있을까”라고 물었지만 재열은 말없이 자리를 떠날 뿐이었다.
해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해수는 재열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환시에는 모순이 있다. 천천히 강우를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 착각과 모순을 찾게 되면 나에게 오라. 내가 기다리겠다. 정말 사랑 한다”고 덧붙이며 재열을 향한 애틋한 사랑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재열은 해수의 조언대로 눈앞에 있는 강우를 찬찬히 살폈다. 자신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재열에게 강우는 “사람들이 거짓말 하는 거다. 나는 작가님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혼란스러운 재열을 더욱 힘들게 했다. 이때 재열은 강우의 상처투성이 맨발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너 나랑 만난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물었고 돌아오는 건 “3년이다”라는 재열의 대답이었다.
재열은 강한 충격을 받았다. 3년 전 강우와 첫 만남을 가졌을 때도 그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헌데 3년이 흐른 지금도 강우는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것. 재열은 지금껏 자신이 강우와 보냈던 3년의 시간이 모순으로 가득 찼음을 깨닫고는 도망치다시피 서둘러 강우에게서 달아나 해수에게로 향했다.
숨을 헐떡이며 해수에게 달려온 재열은 해수를 만나자마자 “강우는 없다. 너 말이 맞다. 다 가짜다. 절대 나 일수 없는데 걔는 나다”라며 “나 좀 도와 달라”고 해수에게 애원했다. 해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마음을 다잡은 재열에게 강한 포옹을 해줌으로써 뜨거운 위로를 건넸다.
이후 재열은 병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마주한 강우를 재열은 따뜻한 미소로 맞이했다. 이어 그의 상처투성이 발을 정성스레 씻겨주고는 해수가 선물한 운동화를 신겨줬다. 그는 “우리 애인이 선물을 기가 막히게 골랐다”며 눈시울을 붉혔고, 강우는 “나 이제 오지 마요?”라고 물으며 이별을 예고했다.
세상 모든 일이 모두 모순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토록 믿고 있던 일들이 진실이 아님을 알게 됐을 때 받을 수밖에 없는 상처들은 두렵겠지만, 우리는 냉정하고 담담하게 그 진실을 받아들일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재열은 큰 용기를 낸 것이다. 어쩌면 재열의 마음 속 상처를 치료하는 겨우 첫 걸음마를 뗀 것일지도 모른다. 설사 그렇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재열이 강우를 통해 느꼈던 분노나 죄책감 그리고 마음의 짐에서는 한층 자유로워졌으리라.
한편 ‘괜찮아 사랑이야’는 마지막 한 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사진출처: SBS ‘괜찮아 사랑이야’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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