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동차 부품을 활용해 자동차와 만들어온 추억을 되살려주는 '브릴리언트 메모리즈(brilliant memories)'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오래 타고 다니던 자동차를 폐차하거나 중고차로 팔더라도 그동안 자동차와 쌓아 온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마지막 사연자 노수린(45) 씨의 베라크루즈는 여행 가방이 돼 돌아왔다. 그동안 꿈을 위해 함께 달렸던 애마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그녀의 여정에 끝까지 동행할 수 있게 된 것. 사연자에게 작품 '안녕, 베라'를 안겨준 공예부문 이광호 작가를 만났다.
-가구와 조명 등을 주로 작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금속공예를 전공했다. 귀걸이나 반지 만드는 것을 좋아해 장신구에 관심이 많다. 평소 작업은 매듭을 꼰 형태의 가구와 조명 등이 주를 이룬다. 끈을 꼬아서 의자를 만들거나 조명을 제작하는 것이다. 2007년부터 진행해왔으며, 가장 오래된 작업이다"
-자동차를 소재로 활용해 본 경험이 있나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에 하던 것과 조금 다른 작업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자동차를 활용해 가구를 만들어보고 싶다. 열쇠고리나 테이블 등을 생각해봤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신선한 작업을 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자동차 부품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어 폐차장 등에 가서 파트와 부품을 얻어보려고 했는데, 거래가 되는 것이 아니어서 구하기 힘들었다.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자동차 부품을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작품에 얽인 사연을 소개해달라
"사연자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되면서 '베라'라고 부르던 애마를 팔게 됐다. 차를 팔고 돌아서는 순간, 운전석 시트에 남아있는 자신의 흔적을 보고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단다. 차와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았던 터라 시트만 봐도 울컥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연을 받아 외국에 가서 새로움 삶을 살게 된 그녀에게 애마의 일부를 선물하게 됐다"
-그래서 사연자와 동행할 수 있는 여행용 가방을 제작한 것인가
"그렇다. 시트만 봐도 울컥한다는 심정을 전해 듣고 이를 활용해 여행용 트렁크를 만들었다. 트렁크 앞면이 바로 운전자가 앉아있던 엉덩이 부분 시트다. 옆쪽은 제일 상태가 좋은 부분들을 짜깁기했다. 앞좌석과 뒷좌석 시트까지 모두 떼서 깨끗한 것들을 조합했다.
헌데 트렁크가 작품으로서만이 아니라 여행 가방으로서 기능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제약이 있었다. 실제로 사용 가능한 사각형 트렁크를 구매해 그 위에 디자인만 입혔다. 수납과 이동 기능을 위해 다른 부분을 만질 수 없었던 점은 아쉽다"
-'안녕, 베라'라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는
"자동차 뿐 아니라 모든 사물에 추억이 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일한 작품 여러 개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작품을 만들 당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몸상태가 어땠는지 등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도 차에서 트렁크로 모양이 바뀌었지만 사연자에게는 단순한 트렁크 이상의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전혀 새로운 것에서 찾을 필요 없이, 주변을 살펴보면 다른 사람에게 별것 아닌 것이 가치있게 바뀌는 경우가 있다. '안녕, 베라'가 관객들에게 이 같은 의미를 다시 한 번 환기시켜 주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본인에게도 자동차에 얽힌 추억이 있는지
"첫 아이가 생기면서 차를 구매했고 내년이면 아이가 셋이 된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과 함께 추억이 깃든 차다. 의미가 있는 차여서 고장이 나도 그대로 간직하고 싶다. 이 자리에는 누가 앉았었고, 트렁크에는 아이들의 어떤 용품을 실었는지 다 기억이 난다. 만약 누군가가 예술품을 만들어 준다면 에브리웨어 작가의 '메모리얼 드라이브' 같은 작품이면 좋겠다"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캠페인에 참여한 소감은
"보통 어느 한 사람을 위해 작업을 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 대상이 사용하던 차를 갖고 만드는 작업이어서 완전히 달랐다. 차주의 사연에 맞춰 뭔가를 만들 수 있다는 기회가 뜻깊었다. 전혀 해보지 않았던 작업이었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앞으로 이런 캠페인이나 기회가 많아져 브랜드와 소비자 간격이 좁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자동차 광고를 보면 계속 달리기만 하는데 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캠페인은 어떤 마케팅보다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었나 싶다"
-자동차를 예술적 관점에서 해석해 본다면
"자동차는 그 자체로 '예술'이라는 말을 듣는 몇 안되는 상품이다. 차를 만드는 과정뿐 아니라 만들어진 자체가 예술이다. 비싼 차는 그러한 가치에 대한 지불이다. 유명 작가들이 자동차 회사와 협업해 외관을 디자인하는 작업을 하는데, 앞으로도 그런 작업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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