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점차 세분화되는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맞춤형 제품 개발에 더욱 치중키로 했다. 국가 또는 지역별로 소비경향이 급격히 변한다는 점에서 미래 승부수는 결국 발 빠른 제품 대응력에 달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맞춤형 전략을 활용하되 친환경 제품을 보강하고, 경량화와 엔진 개선 등을 통한 '고효율' 이미지도 적극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20년 이후 세계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1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맞춤형 제품 대응은 면밀한 시장조사에서 시작한다. 내수를 비롯한 수출국가 또는 특정 시장의 미묘한 변화를 제대로 감지할수록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월 국내에 출시한 그랜저 2.2ℓ 디젤의 경우 디젤 승용차 비중이 높아지는 내수시장 대응 차원에서 투입한 맞춤형 제품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그랜저 디젤은 출시 첫 달 판매실적이 205대로, 그랜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했지만 지난 9월에는 19.5%까지 높아졌다. 당초 회사측은 15% 내외를 예상했다.
최근 내놓은 아슬란 또한 맞춤형 제품전략의 일환이다. 세계시장에서 진동·소음에 가장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앞바퀴굴림 방식을 취하되 진동·소음을 최대한 억제했다.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비롯해 정밀 튜닝으로 국내 소비자 취향에 부응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덕분에 사전계약 이후 지난 10월말 기준 2,500대 이상 계약됐다.
그랜저 디젤과 아슬란 등이 한국시장 맞춤형 제품이라면 향후 2020년까지 내놓을 친환경차 제품군은 북미와 유럽시장을 겨냥했다. 현재 7종에 불과한 친환경차를 2020년까지 22종으로 늘린다. 세부적으로는 하이브리드(HEV) 12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6종, 전기차(EV) 2종, 수소연료전지차(FCEV) 2종이다. 소형차에서 SUV까지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차를 내놓는다는 것. 이 중 EV와 PHEV는 유럽 내 시장이 활성화된 지역에 투입하고, HEV 등은 북미에 집중 투입해 토요타 등의 친환경차와 맞붙는다. 이를 위해 핵심 부품 원천기술 확보는 물론 성능, 가격경쟁력을 토대로 독자적인 친환경차 시스템 확립에도 나선다.
친환경 전략에 따라 당장 선보일 제품은 오는 12월 등장할 LF쏘나타 HEV다. 이어 내년 준중형 HEV를 공개하고, SUV까지 HEV를 적극 확대한다. PHEV는 내년 상반기 LF쏘나타 PHEV를 시작으로 준중형까지 제품범위를 넓힌다. 세계 친환경차시장이 현재 220만 대 규모에서 2020년 64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다양한 친환경차로 미래 생존기반을 구축한다는 계산이다.
친환경차 확대는 효율 향상과 동시에 추진한다. 친환경차 제품군 구축을 완료하는 2020년까지 효율을 지금보다 평균 25% 정도 높인다는 것. 이를 위해 보유중인 10종의 엔진라인업 중 70%를 차세대 엔진으로 대체한다. 가솔린 엔진 종류를 강화하고, 중형차에 얹는 누우 엔진과 소형차에 탑재하는 카파 엔진도 개선한다. 또 터보와 디젤 엔진의 제품군을 대폭 늘린다.
변속기도 효율 개선 및 다단화에 나선다. 앞바퀴굴림 6속, 뒷바퀴굴림 8속은 동력전달효율을 개선하고, 현재 8속이 최대인 뒷바퀴굴림 변속기는 10단 등의 다단화를 추진한다. 변속기 개선을 통해 최저 2%에서 최대 9%의 효율 개선을 이루겠다는 것.
경량화에도 집중한다.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현재 33~52%에서 오는 2018년 48~62%로 끌어올린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출시한 신형 쏘나타, 신형 제네시스, 신형 쏘렌토의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52% 수준으로 높인 바 있다. 또 고강도 알루미늄 휠, 발포플라스틱 도어 내장재 등을 확대 적용한다. 이를 통해 주요 차종의 무게를 평균 5% 이상 줄여 연비 경쟁력을 향상 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효율이 시장에서 확실히 인지되도록 맞춤형, 친환경, 고효율 제품을 보강할 것"이라며 "2020년 현대·기아차에 대한 이미지가 고효율로 모아지도록 전사적인 움직임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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