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people+] 남자의 어깨에 품격을 더하는 디자이너, 곽호빈

입력 2014-11-19 12:12  


[패션팀] 누군가에게 개인의 취향을 더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 사람의 성향, 취향, 환경을 고려해야 함은 물론 나의 취향이 상대방에게는 개인의 성향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출 수 있기 때문. 특히나 그것이 하나의 복종으로 좁혀져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테일러블은 가히 독보적이다. 2007년 론칭한 브랜드는 7년이라는 기간이 차기도 전에 셀러브리티 및 뭇 전문직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유명 영화, 프로그램까지 섭렵하며 명성을 과시했다.

정갈하고도 감각적인 옷으로 가득 찬 디자이너 곽호빈의 쇼룸은 어딘지 모를 빈티지한 감각으로 가득했다.

많고 많은 복종 중 곽호빈 대표는, 아니 곽호빈 디자이너는 왜 하필 수트였을까. 남성복으로 폭넓은 디자인 세계를 펼치기에는 수트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것일까.

섬세하고 나긋한 목소리로 말문을 연 그는 예상 밖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물과 불이 공존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을 하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따뜻하고도 진취적인 성향을 이야기하는 디자인은 디자이너 곽호빈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곽호빈 그리고 수트. 왜 많은 옷 중 하필 수트인가.
어렸을 적부터 옷을 정말 좋아했어요. 수트에 대한 영감이 끊이지 않았었던 것 같아요. 잘 만든 수트와 좋은 수트에 대해 늘 호기심이 있었어요.

잘 만든 수트와 좋은 수트에 대한 궁금증은 풀렸는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깨달은 것이 있어요. 정성이 더해진 옷과 그렇지 않은 옷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대량 생산 방식의 공정 과정을 거친 작업물과 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간 옷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맞춤복의 매력이죠. 그것이 잘 만든 수트와 좋은 수트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상위 1%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인가.
항상 최고의 옷을 만들기 위해 집중해요. 특별히 광고를 하지는 않지만 고객분들이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통해 방문하세요. 테일러블만의 수트 형태와 소재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덕분인 것 같아요.

지속적인 연구란.
예를 들면 블루 라벨과 와인 라벨의 분류와 같은 거에요. 세컨드 라인인 블루 라인을 통해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잊지 않으면서도 현대 남성들의 취향을 고려했어요. 수트의 제작 방식은 비스포크로 진행하고요. 가죽과 스웨이드 소재의 아우터도 맞춤형식으로 주문할 수 있죠. 합리적인 가격과 대중성을 노린 라벨이에요.

와인 라벨은 남성의 고전적인 우아함을 표현하기 위해 탄생했어요. 고풍스러운 실루엣과 차별화되는 활동성, 자연스러운 보디라인을 위해 50개에 달하는 신체부위를 면밀히 측정해 모든 끝 선을 핸드-픽 스티칭으로 마감하죠. 물론 여성복 라인의 확대도 포함되고요.

여성복 론칭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여성을 위한 맞춤복 스토어에요. 여성들을 위한 수트, 코트, 재킷, 케이프를 섬세한 손길로 만들게 될 거고요. 지금 제일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곽호빈 디자이너는 ‘도둑들’, ‘부당거래’, ‘무한도전’ 등 유명 영화, 프로그램 의상에 참여했다. 참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사실 언젠가 영화를 만드는 것이 꿈이기도 해요. 완벽한 종합 예술인 영화에서 의상의 역할이 참 중요한데 기억에 남을만한 멋진 작품에 우리 테일러블의 의상이 함께 한다는 것은 참 영광스러운 일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수트 스타일과 영화 내용이 맞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하는지.
입는 순간 40대 평범한 남자의 몸매도 섹시해 보이게 할 수 있는 완벽한 3피스 수트를 선호해요. 하지만 프로그램 속에서는 최대한 우리의 고유 형태는 유지하면서도 프로그램이나 영화의 콘셉트에 맞게 하려고 노력하죠.

예를 들면.
부당거래의 류승범씨 같은 경우는 검사였기 때문에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기보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 보이고 기성 세대 같은 분위기가 들어야 했죠. 이런 식으로 시나리오와 영화 드라마에 맞춰서 배우의 느낌을 살려서 디자인을 하는 것이 포인트인 것 같아요.


홍콩에서 쇼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 홍콩인가.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린 것인가.
홍콩은 미술, 미식, 호텔 등 여러 분야에서 남자들의 수준이 발달해있지만 남자들의 패션에 있어서는 뒤떨어져 있는 편이이에요. 그래서 비지니스 웨어를 입어야 하는 현대의 신사들에게 더 나은 옷차림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 오는 편인가.
브랜드를 찾는 외국인 고객들이 몇 해 사이 부쩍 늘었어요. 자신들의 나라에 방문해줄 수는 없냐는 질문도 많이 하시고요. 그 동안은 한국에 와준 것이 고마워 정성 들여 맞춤복을 해드리면서 한국을 찾는 그들의 열정에 화답했어요. 우리 스토어를 통해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느끼게 될 테니까 책임감을 가지고 말이죠. 이제 우리가 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홍콩 쇼는 언제 진행되는가.
11월22일과 23일 트렁크 쇼를 개최해요. 22일에는 와인 라벨의 맞춤복을 주문하면서 올해로 100주년이 된 세계 최고 넥타이 브랜드 E.마리넬라(E.Marinella)의  타이와 포켓스퀘어를 수미주라할 수 있고, 유명한 마리넬라의 가죽가방들과 스카프, 빈티지 타이들도 바로 쇼핑하실 수 있도록 했어요.

그리고 23일 트렁크 쇼에서는 세계최고의 구두, 존 롭(John Lobb)의 비스포크 슈즈를 주문하실 수 있고요. 전세계에서 단 3명의 장인만이 존롭의 비스포크 구두를 주문받을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뛰어난 마스터 피터(Master fitter)가 런던에서부터 날아와 구두를 주문 받게 될 예정이에요. 프린스 오브 찰스 그리고 칼 라거펠트에게 그랬던 것과 같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고객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나이가 있으신 남성분이 원단을 직접 가지고 오신 적이 있어요. 예식 때 입을 수 있는 재킷을 만들 수 있겠냐고 하시면서. 아버지가 주신 원단인데 갖고 오신 분의 결혼식 때는 사정상 그 원단으로 예복을 맞출 수 없었다고 하셨어요. 아들의 결혼식만큼은 이 원단으로 예복을 맞춰주고 싶다고 하시면서요.

삼 대에 걸친 이야기인가.
그렇죠. 그 원단으로 가장 멋진 예복을 만들어 드렸어요. 아름다운 기억이에요. 디자인을 하면 이런 감동의 순간들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이 일은 참 멋진 일이라고 느끼죠.
(사진출처: 영화 ‘도둑들’, ‘부당거래’, MBC 예능 ‘무한도전’ 공식 홈페이지 캡처,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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