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기자] “저는 한 사람의 아티스트일 뿐이에요. 제 이야기를 전하는 아티스트요.”
결론부터 말하면 정확한 답은 없었다. 구태여 자신의 영역을 구분 짓지 않았다. 그저 엘리(LE)라는 아티스트만 존재했다. 그리고 그가 가진 수많은 색깔 중에 이제 겨우 하나 꺼내 보인 것뿐이었다. 투엘슨(2LSON)이 아닌 솔로 아티스트 엘리로서 말이다.
최근 첫 번째 싱글앨범 ‘마술아’를 발표한 기념으로 bnt뉴스와 만난 프로듀싱팀 투엘슨 멤버 엘리는 이제껏 꿈꿔왔던 투엘슨의 말랑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곡선보다는 직선, 풍부함보다는 담백함이 느껴지는 대화가 오고갔다. 그사이 그 자리에는 엘리의 오롯한 색깔로 물들고 있었다.
엘리를 포함해 제이슨(Jason), 노엘(Noel) 등 모두 세 명의 뮤지션으로 구성된 투엘슨은 ‘더 레이디(The Lady)’, ‘투 레이트(Too Late)’, ‘호커스 포커스(Hocus-Pocus)’ 등 서정적인 멜로디와 감성 가득한 가사가 돋보이는 곡들로 음악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프로듀싱팀이다.
음악적 자유를 탐하다
그 중 엘리는 홍일점 멤버로 작곡, 작사는 물론 보컬 가이드를 맡고 있다. 투엘슨 히트곡 중 엘리의 보컬 가이드로 시작한 곡들도 다수다. 이번 신곡 ‘마술아’ 역시 가수 장재호가 부른 곡의 리메이크격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엘리표 ‘마술아’가 먼저 존재했었다는 사실.
“처음에는 리메이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워낙 가사도 좋고 곡이 예쁘다 보니 여자 느낌으로 다시 한 번 불러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원래 제가 불렀던 느낌과 감정을 담아서 불렀죠. 확실히 감정적으로 짙어진 ‘마술아’로 탄생한 것 같아요. 물론 장재호 씨가 부른 ‘마술아’는 그 느낌대로 좋지만요.(웃음)”
보컬의 가장 큰 매력이 바로 이 점 아닐까. 본인의 느낌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점 말이다. 더구나 직접 곡을 만들었으니 자유자재로 오가는 감정 표현에 그 어떤 제약이 있으랴.
“모든 면에 있어서 해방 받은 느낌이에요. 제 앨범에는 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잖아요. 그 표현은 비단 노래뿐만이 아니에요. 랩은 물론 코러스도 제가 하고, 피아노도 제가 연주해요. 무엇이든 제가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유로움을 느껴요.”
말하는 얼굴에 설렘이 역력했다. 마치 큰 스케치북을 받아든 어린 아이가 무엇을 그려낼까 고민하는 행복감마저 느껴졌다. 꽤나 어려운 고민일 것 같았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첫 번째로 제 노래는 가사 콘셉트가 가장 중요해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 다음 싱글 앨범에는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 나를 돌아보자는 내용이 담겨있어요. 그 ‘나’는 리스너들 모두에게 해당이 되죠. 제 곡을 들으면서 힐링이 됐으면 좋겠어요.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를 진정성 있는 가사로 풀어내고 싶어요.”
색깔의 차이는 필요해
투엘슨의 곡들은 사랑에 대한 주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그러다보니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거나 가슴을 아리게 하는 가사들이 주를 이룬다. 이 부분에서 엘리는 탈피하고 싶음을 피력했다.
더구나 대중이 원하는 투엘슨의 색깔은 이제 꽤 선명해졌다. 그 색깔에 대해 엘리는 “투엘슨과 겹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색깔로 가야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알앤비 장르를 기반으로 하는 투엘슨의 곡들과 어떻게 다를까 궁금증이 들 찰나 엘리는 “사실 그게 가장 큰 숙제다”라며 웃어 보였다.
“투엘슨이 갖고 있는 색깔이 있잖아요. 그 기정사실화 된 틀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아요. 팬들이 원하는 투엘슨 스타일의 곡들이 있는데 제가 그걸 부셔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제 앨범에는 제가 담아내고 싶은 색깔들로 담아내겠다는 거예요. 그 부분에 있어서 확실히 기획도 많아지고 범주도 넓어져서 생각이 많아졌지만 그 조차도 저는 정말 좋아요.”
그렇다. 투엘슨을 떠나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투엘슨 속에서 담아내지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엘리라는 이름으로 풀어내고 싶은 것이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넌센스 퀴즈처럼 대화는 투엘슨과 엘리, 그 ‘관계’에 초점을 맞춰갔다.
원하는 건 관객들과의 소통
“처음부터 가수를 하고 싶었던 생각은 많이 없었어요. 그저 투엘슨을 대중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었어요. 저희가 프로듀싱팀이다 보니까 객원 보컬을 쓸 수밖에 없었고, 항상 뒤에서만 작업해야 했거든요. 그게 참 넌센스였어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죠.”
그들의 음악을 지지하는 마니아층과 응원하는 팬들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조금씩 욕심 아닌 욕심이 생긴 셈이었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것인데 엘리는 “그 동안 공연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라며 팬들과의 소통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팬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소통은 보통 가수가 하잖아요. 그 점이 투엘슨 활동하면서 가장 답답했어요. 제 노래를 부르면서 관객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고, 그들과 호흡하고 싶어요. 그 뿐이에요. 다른 큰 욕심은 없어요.”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이번 크리스마스 콘서트부터 엘리의 라이브 무대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엘리는 “이번 크리스마스 콘서트도 그렇고 내년에는 제 싱글 앨범부터 투엘슨 미니 앨범까지 활동을 많이 할 거다. 다양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제 솔로 활동에 대해 저도 멤버들도 고민을 정말 많이 해왔어요. 가수라는 타이틀보다 아티스트의 연장선으로 봐 주시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딱 하나에요. 저희 음악을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듣는 거예요. 그게 가장 큰 힘이 되고, 가장 큰 칭찬이에요.”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엘리가 있기에 투엘슨이 존재했고, 투엘슨 안에 엘리가 속해 있는 것 뿐인데. 이 말 장난 같은 인과간계의 딜레마가 인터뷰가 끝날 때 즈음엔 풀리는 듯 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뼛속부터 아티스트라는 애칭이 그냥 생긴 게 아니라는 걸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음악적인 부분에서 갑자기 확 변하지는 않을 거예요. 제가 갑자기 갱스터가 되진 않겠죠. 너무 막가지는 않을 테니까 걱정 마세요.(웃음)” (사진제공: 투엘슨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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